2021년 5월 초순 노오란 기린초(麒麟草)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기린초를 볼 때마다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키가 큰 동물을 연상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왜냐하면 기린과는 도대체 닮은 구석이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기린초란 이름에서 기린은 키 큰 동물이 아니다. 기린초라는 이름은 두터운 잎이 옛날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동물인 기린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글명 긔린초(기린초의 옛이름)는 중국명 치린차오(麒麟草)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명 기린소우(麒麟草)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기린초는 장미목 돌나물과 돌나물속의 다육성,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세둠 캄차티쿰 피셔 & 마이어(Sedum kamtschaticum Fisch. & Mey.)이다. 영어명은 캄차카 스톤크랍(Kamchatka stonecrop), 일어명은 기린소우(キリンソウ)이다. 중국명은 치린차오(麒麟草) 또는 베이징톈(北景天), 페이차이(费菜), 투산치(土三七)이다. 별명은 창셩징톈(长生景天), 진부환(金不换)이다. 기린초를 혈산초(血山草), 마삼칠(馬三七), 양심초(養心草)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다림', '소녀의 사람'이다.
기린초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동북부, 일본, 러시아 동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는 제주도에서 함경남도까지 드넓게 분포하는 종이다. 중부와 북부지방 산지의 바위나 돌밭 등지에 자생한다. 보통 표고 1,000m 이하에서 자란다.
기린초의 뿌리는 굵으며 잔뿌리가 있다. 키는 5~30cm 정도이다. 원줄기가 한군데에서 모여난다. 줄기는 곧게 서고, 원주형이며, 녹색이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거꿀달걀모양 또는 넓은 거꿀피침모양이다. 잎 끝은 둥글고 기부는 좁아져서 줄기에 붙는다. 잎의 양면에는 털이 없고,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5~7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에 달리는 산방상 취산꽃차례로 많은 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피침상 선형이고 둔두로서 녹색이다. 꽃잎은 5개로 피침형 예두이고 노란색이다. 수술은 10개이다. 열매는 골돌과로서 5개이며 별모양이다.
기린초는 정원의 바위 틈이나 화단에 관성용으로 심기도 한다. 가뭄에 강하고, 바위 등에 붙어 자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건물의 지붕이나 옥상에 식물을 자라게 하는 녹색 지붕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
기린초의 연한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봄에 어린순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쳐 먹는다. 데친 나물을 김밥에 넣어 먹기도 한다. 주로 4월 중에 채취하여 살짝 데쳐서 먹는다. 맛은 담백하다.
기린초나 속리기린초의 전초를 비채(費菜) 또는 백삼칠(白三七), 양심초(養心草)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으로 쓴다. 봄, 가을 또는 꽃이 필 때 채취하여 신선한 것을 쓰거나 햇볕에 말려 잘게 썰어서 사용한다. 활혈해독(活血解毒), 지혈(止血), 이습소종(利濕消腫), 영심(寧心), 진정(鎭靜), 해독(活血) 등의 효능이 있어 토혈, 코피, 혈변, 타박상, 해수출혈(咳嗽出血), 심계(心悸), 옹종(癰腫) 등을 치료한다. 물에 달여 복용하거나 생잎의 즙을 내어 먹기도 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붙인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기린초의 유사종에는 섬기린초(Ulleungdo stonecrop), 가는기린초(Aizoon stonecrop), 속리기린초(俗離麒麟草, Songni stonecrop), 넓은잎기린초, 애기기린초(Miniature stonecrop, 애기꿩의비름, 버들잎기린초, 버들기린초, 각시기린초), 돌나물(Stringy Stonecrop, ツルマンネングサ) 등이 있다.
섬기린초(Sedum takesimense Nakai)는 경북 울릉도와 독도에서 자란다. 줄기 밑부분 30cm 정도가 겨울에 살아 있다가 다음 해 봄에 싹이 나온다. 가는기린초(Sedum aizoon L.)는 줄기가 1~2개 나온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잎자루가 없다. 잎 모양은 긴 타원상 피침형, 난상 피침형이다. 속리기린초(Sedum zokuriense Nakai)는 충북 속리산, 군자산, 전남 추자도의 산지에서 자란다. 키는 10~18cm 정도이다. 꽃차례는 줄기 끝에 달리며 1~6개의 노란색 꽃이 핀다. 넓은잎기린초(Sedum ellacombianum Praeger)는 경남, 평남 등지의 산지 바위 위에서 자란다. 키는 10~15cm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다육성이며, 타원형이다. 잎이 주걱형이고, 2~4쌍의 둔한 톱니가 있으며, 밝은 녹색의 잎이 주맥을 중심으로 하여 접어진 듯하게 상면이 오목하다.
애기기린초(Sedum sikokianum Maxim.)는 강원도 이북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잎이 10cm 이하로 매우 작고, 잎의 끝 부분에 2~4쌍의 톱니가 있다. 9~10월에는 줄기 하부에서 연한 새싹이 나서 적색으로 변하며 살아 있으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어죽는다. 종명은 러시아의 식물학자 미덴도프(Middendoff)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돌나물(Sedum sarmentosum Bunge)은 돈나물이라고도 한다. 숙종 때 박세당이 지은 '산림경제' 산야채품부에 석채(石菜)라고 수록되어 있다. 종명 사르멘토숨(sarmentosum)은 덩굴줄기를 뜻한다.
2021. 9. 14.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현호색(朝鮮玄胡索) (0) | 2021.09.17 |
---|---|
메꽃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다' (1) | 2021.09.16 |
솔잎대극(사이프러스 대극) (0) | 2021.09.13 |
끈끈이대나물 (0) | 2021.09.11 |
지칭개 (0) | 2021.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