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초 진료를 마치고 걸어서 퇴근하다가 연수동 주공아파트 1단지에 들렀다. 때마침 아파트 화단에는 솔잎대극이 활짝 피어 있었다. 솔잎대극은 언뜻 봐도 외래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식물이다. 요즘은 교통, 통신의 발달로 엊그제 외국에서 인기있는 식물이 내일이면 한반도로 직수입되기도 한다. 세상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증거다.
솔잎대극은 쥐손이풀목 대극과 대극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유포르비아 시파리시아스 엘.(Euphorbia cyparissias L.)이다. 솔잎대극의 영어명은 사이프러스 스퍼지(cypress spurge), 일어명은 마쯔바토우다이(マツバトウダイ, 松葉灯台), 중국명은 어우저우바이따지(歐洲柏大戟)이다. 솔잎대극을 사이프러스 대극(大戟) 또는 솔대극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이다.
솔잎대극은 유럽이 원산지이다. 북아메리카 대륙에는 1860년대에 관상용으로 도입되었다. 유럽에서는 모래언덕이나 해안, 초원 등지에 자생한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길가, 목초지, 초원의 건조하고 자갈이 많은 토양에서 흔히 발견된다. 한반도에는 관상용으로 도입되어 재배되고 있다.
솔잎대극의 키는 20~40cm이다. 잎은 솔잎을 닮았다. 꽃은 5~8월에 핀다. 꽃잎 같은 포(苞)는 일반적으로 녹황색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라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한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가 성숙해서 터지면 씨앗이 5m까지 날아간다. 솔잎대극은 또한 옆으로 뻗는 뿌리의 눈에서 새싹이 나와 번식을 하기도 한다. 뿌리 번식이 종자 번식보다 더 왕성하다.
솔잎대극은 미국 콜로라도 주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유독성 잡초로 간주되며, 왕성한 생명력으로 토착종의 서식지를 침범한다. 이 풀은 소와 말에게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양에게는 해롭지 않다. 솔잎대극은 관상용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침입성으로 인해 확산을 통제해야 한다.
솔잎대극의 뿌리는 때때로 해독제로 사용되었지만 다량 섭취하면 유독할 수 있다. 동물이 솔잎대극 건초를 먹으면 중독될 수 있다. 식물체에서 나오는 유백색 수액은 피부 염증이나 수포를 유발할 수 있다.
솔잎대극의 유사종에는 대극(大戟, Peking spurge, タカトウダイ, 高灯台), 흰대극, 두메대극(Korean mountain spurege), 암대극(岩大戟, Jolkin's spurge, 갯바위대극), 등대풀(Madwoman's milk, トウダイクサ, 灯台草·燈台草) 등이 있다. 모두 유독식물이다.
대극(Euphorbia pekinensis Rupr.)의 꽃은 6월에 원줄기 끝에 등잔모양꽃차례로 달리며, 자주색이다. 1개의 암술로 구성된 1개의 암꽃과 1개의 수술로 구성된 몇개의 수꽃이 소총포안에 들어 있다. 흰대극(Euphorbia esula L.)은 남부 도서지방의 해안가에 자란다. 전체에 털이 없으며, 분백색이다. 잎은 피침형, 주걱 모양이다. 꽃은 노란색이다. 두메대극(Euphorbia fauriei H.Lev. & Vaniot H.Lev.)은 제주도 한라산의 산지에 자란다. 줄기에는 꼬부라진 잔털이 있으며, 포편 밑에도 털이 있다. 잎은 난상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다. 꽃은 황록색이다. 암대극(Euphorbia jolkinii Boiss.)은 한반도 남부 해안에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피침형 또는 선상 피침형이다. 꽃은 황록색이다. 등대풀(Euphorbia helioscopia L.)의 잎은 잎자루가 없고, 주걱 모양의 거꿀달걀모양이다. 잎 끝이 둥글거나 오목하게 들어간다.
2021. 9. 13.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