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메꽃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다'

林 山 2021. 9. 16. 11:31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메꽃은 유년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야생화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메꽃 뿌리는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메꽃은 분홍색 꽃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렇다고 메꽃을 정원의 화단에 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과 들에 너무나도 흔한 야생화이기 때문이다. 

 

'메꽃'의 옛말인 '멧'은 17세기 문헌에 나타난다. '멧'은 '메'와 관형격 조사 'ㅅ'이 결합한 '멧'에 ''이 결합한 것이다. '멧'은 'ㅅ'이 떨어져 나가고, ''은 20세기 이후에 'ㅺ'을 'ㄲ'으로 표기하는 원칙에 따라 '꽃'으로 음운변화가 일어나 '메꽃'으로 정착됐다. 

 

언어학자들은 '메꽃'의 '메'는 '메꽃의 뿌리'를 이르는 '메'라고 본다. '메'는 '산(山)'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다. 산에 흔히 피는 꽃이어서 '메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또, '메'는 '밥'의 뜻이라는 설도 있다. '메'는 '제사 때 신위(神位) 앞에 놓는 밥', '궁중에서 수라상에 오르는 밥'의 뜻이다. 보리고개가 있던 시절 메꽃 뿌리는 가난한 농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구황식물이었다. 밥 대신 먹던 귀중한 식량자원이라는 뜻에서 '메꽃'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메꽃(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7)

메꽃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어느 장군 수하에 연락병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첨병부대와 장군이 이끄는 주력부대 사이의 연락 임무를 맡고 있었다. 어느 날 갈림길에서 기다리던 연락병은 장군의 부대가 도착하기 전 적병이 쏜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 적병은 연락병이 만들어 놓은 표지판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놓았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갈림길에 도착한 장군은 표지판만 있고 연락병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여겨 주변을 살펴보니 한 곳에 핏자국이 보였다. 피가 떨어진 자리에는 처음 보는 나팔 모양의 분홍색 꽃이 줄기를 왼쪽으로 틀고 있었다. 장군은 그 꽃이 연락병의 나팔이라고 생각하고 줄기가 틀어진 왼쪽 방향으로 행군할 것을 명령했다. 그 결과 장군은 앞서간 첨병부대와 합류하여 대승을 거뒀다. 이 충성스런 꽃이 바로 메꽃이었다. 메꽃의 꽃말은 '충성'이다. 후세 사람들은 죽어서도 충성을 다한 연락병의 넋을 기리는 뜻에서 '충성'이라는 꽃말을 붙여 준 것이다. 

 

메꽃은 통화식물목 메꽃과 메꽃속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메꽃을 메, 좁은잎메꽃, 가는잎메꽃, 가는메꽃, 면근초(面根草)라고도 한다. 꽃말은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다, 충성, 속박, 수줍음'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메꽃의 학명은 칼리스테기아 세피움 바. 자포니쿰 (슈와지) 마키노[Calystegia sepium var. japonicum (Choisy) Makino]이다. 속명 '칼리스테기아(Calystegia)'는 '(꽃봉오리) 껍질(case of a bud, husk)'의 뜻을 가진 칼릭스(calyx)' + '지붕(roof)'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스테게(stegē)' + 어미 '이아(-ia)'로 이루어진 근대 라틴어 이름이다. 현대 영어에서 '케일릭스(calyx)'는 '꽃받침'이다. 종소명 '세피움(sepium)'은 '울타리(hedge, fence)'를 뜻하는 라틴어 '세피스(sepis)'의 복수형 명사이다.

 

'바(var.)'는 '변종'의 뜻을 가진 '베리언트(variant)'의 약자이다. 변종명 '자포니쿰( japonicum)'은 '일본의(Japanese)' 또는 '일본과 관련이 있는(of or relating to Japan)'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자포니쿠스(japonicus)'에서 중성형 어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슈와지(Choisy)'는 스위스의 식물학자 자크 데니스 슈아지(Jacques Denys Choisy, 1799~1859)이다. '마키노(Makino)'는 일본의 식물 분류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 1957)이다. 일본 식물에 학명을 붙인 최초의 일본인이다. 그가 이름을 붙인 식물은 1000여 종, 1500여 변종에 이른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메꽃의 학명은 칼리스테기아 푸베스켄스 린들리(Calystegia pubescens Lindl.)이다. 종소명 '푸베스켄스(pubescens)'는 '익다, 숙성하다(ripening), 털이 많은(hairy)'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다. '린들리(Lindl.)'는 잉글랜드의 식물학자이자 정원사 존 린들리(John Lindley FRS, 1799~1865)이다. 

 

일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Calystegia pubescens Lindl.과 Calystegia sepium (L.) R.Br. var. japonica (Choisy) Makino, Calystegia japonica Choicy. 3종을 같은 종으로 등재했다. 

 

국생정과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메꽃의 영어명은 재퍼니즈 바인드위드(Japanese bindweed), 국표에 등재된 영어명은 숏-헤어리 모닝 글로리(Short-hairy morning glory)이다. 국표와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메꽃의 일본명은 히루가오(ヒルガオ, 昼顔)이다.

 

중문판 콰이동백과(快懂百科)에는  Calystegia pubescens Lindl.이 찬즈무단(缠枝牡丹), Calystegia sepium (L.) R.이 쉬안화(旋花) 또는 콴예따완화(宽叶打碗花)로 등재되어 있다.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Calystegia japonica Choisy가 르벤톈졘(日本天剑), 이명으로 저우옌쳰뉴화(昼颜牵牛花), 르벤따완화(日本打碗花) 등이 등재되어 있다.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중국명은 러우마오따완화(柔毛大碗花)이다. 

 

메꽃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자란다. 중국에서는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쟝쑤(江苏)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 야생한다.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정다운 야생화다. 메꽃은 꽃 모양이 나팔꽃과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나팔꽃은 꽃색이 남보라색이고, 인도 원산의 외래식물이다. 

 

메꽃(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7)

메꽃의 뿌리는 흰색 땅속줄기가 사방으로 길게 뻗는다. 땅속줄기에서 군데군데 덩굴줄기가 나와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줄기는 50cm~2m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길다. 잎 모양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고 밑부분이 이저로서 뾰족하다.

 

꽃은 5~8월에 엷은 홍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화경 끝에 큰 꽃이 1개씩 달린다. 햇빛이 나면 꽃잎을 펴고, 해가 지면 오므리는 특징이 있다. 꽃받침 밑에 있는 2개의 포는 녹색이고 달걀모양이며, 밑부분이 약간 심장형이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진다. 꽃잎은 깔때기모양이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이 핀 후 보통 결실하지 않는다. 열매는 삭과로서 구형이다.

 

메꽃(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2021. 5. 7)

메꽃의 어린순과 근경은 식용한다. 땅속줄기와 어린순은 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봄~여름에 연한 잎과 줄기를 삶아 나물로 먹으며 튀김이나 볶음, 데쳐서 무침으로 먹기도 한다. 땅속줄기는 밥을 뜸들일 때 쪄서 먹어도 좋다. 구워서도 먹는다. 어린잎을 많이 먹으면 현기증이나 설사가 나기도 한다. 땅속줄기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 있어 예전에 춘궁기 때는 요긴한 구황식량이었다.

 

메꽃과 큰메꽃의 뿌리 및 전초(全草(전초)는 구구앙(狗狗秧), 꽃은 선화(旋花), 뿌리는 선화근(旋花根) 또는 속근근(續筋根), 줄기와 잎은 선화묘(旋花苗)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약효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구구앙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뿌리채 뽑아 몇 개로 잘라 햇볕에 말린다. 청열자음(淸熱滋陰), 강혈압(降血壓), 사하(瀉下), 건위소식(健胃消食), 강장(强壯), 이대소변(利大小便) 등의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 당뇨병, 골절이나 창상(創傷)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선화는 5~8월 꽃을 채취하여 그늘에서 건조한다. 기(氣)를 보(補)하고 면간흑색(面皯黑色, 주근깨)을 치료한다. 선화근은 3월이나 9월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익정기(益精氣), 보노손(補勞損)의 효능이 있어 복중(腹中)의 한열사기(寒熱邪氣)를 다스리며, 소변을 잘 보게 하고, 단독(丹毒), 금창(金瘡), 小兒熱毒(소아열독)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짓찧어서 즙을 내어 마신다. 선화묘는 고혈당증(高血糖症)에 대한 혈당강하작용(血糖降下作用)이 있다. 단독, 소아열독, 복통(腹痛), 위통(胃痛), 당뇨병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며 또는 짓찧어서 즙을 마신다.

 

메꽃(충주시 연수동, 2021. 5. 12)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선화(旋花, 메꽃)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溫]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기를 보하고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며 얼굴빛을 좋게 한다. ○ 일명 고자화(鼓子花)라고도 하는데 그 모양이 나팔 비슷하기 때문이다. 음력 5월에 꽃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 ○ 이것이 평지대나 못가에 나는 메꽃이다. 덩굴이 뻗으며 잎은 마잎과 비슷하지만 좁고 길다. 꽃은 분홍빛이면서 희고 뿌리에는 털과 마디가 없다. 쪄서 먹는데 맛이 달다. 먹기 좋고 배고프지 않다. 밭에서 자라며 어느 곳에나 다 있어서 김매기가 어렵다[본초]'고 나와 있다.  

 

선화근(旋花根, 메뿌리)에 대해서는 '맛이 달다[甘]. 배가 찼다 더웠다 하는데 쓰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오랫동안 먹으면 배고프지 않다. 또 힘줄과 뼈를 이어주며 쇠붙이에 상한 것을 아물게 한다. 일명 미초(美草) 또는 돈장초(㹠腸草)라고도 한다[본초].'고 나와 있다. 

 

중문판 빠이두백과에는 꺼우거우양(狗狗秧)에 대해 '따완화(打碗花), 푸얼먀오(夫儿苗), 꺼우와양(狗娃秧)이라고도 한다. 메꽃(日本天剑)의 뿌리(根)와 전초(全草)는 이뇨(利尿), 해독(解毒), 소염(消炎)의 효능이 있어 '발열(发热), 골절(骨折), 뇨빈(尿频), 혈종(血肿)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메꽃(충주시 교현동, 2022. 7. 12)

한강토에 자생하는 메꽃의 유사종에는 갯메꽃(Beach morning glory, ハマヒルガオ), 선메꽃(Dahurian morning glory, タチヒルガオ), 애기메꽃(Ivy morning glory, コヒルガオ, 小昼顔), 큰메꽃(Wild morning glory, ヒロハヒルガオ) 등이 있다.

 

갯메꽃[Calystegia soldanella (L.) R.Br.]은 독도를 포함한 전국 바닷가에 분포한다. 아시아, 유럽 온대에서 열대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과 모든 섬에 분포한다. 모래땅이나 염해가 심한 바위틈에서도 잘 자란다. 줄기의 길이는 30cm~80cm이다. 잎은 신원형이고 끝이 오목하거나 둥글다. 선메꽃[Calystegia dahurica (Herb.) Choisy]은 전주, 수원, 강화 및 강원도 이북에서 자란다. 덩굴성이 아니라 수직으로 자란다. 키는 60cm 정도이다. 줄기 전체에 짧은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피침형이며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잎이 다소 좁고 짧다. 꽃의 지름은 지름 4cm 정도이다. 애기메꽃(Calystegia hederacea Wall.)은 한강토 전국 각지와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줄기의 길이는 20cm~70cm이다. 잎이 3각형으로 생겼다. 꽃이 메꽃보다 작다, 꽃은 흰색에 가까우며, 꽃자루는 위쪽에 좁은 날개가 있다. 큰메꽃[Calystegia sepium (L.) R.Br.]은 경기도 이북에 분포한다. 줄기의 길이는 20~70cm 정도이다. 잎은 삼각상 달걀모양 또는 삼각형이며, 밑부분이 옆으로 퍼져서 다시 각 2개로 갈라져 심장저로 된다. 꽃대가 매끈하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메꽃의 유사종에는 겹애기메꽃이 있다. 겹애기메꽃(Calystegia hederacea 'Flore Pleno')은 겹꽃이 핀다. 꽃은 분홍색이다. 

 

2021. 9. 16. 林 山. 2023. 5. 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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