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지칭개

林 山 2021. 9. 10. 11:43

2020년 4월 초순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다가 충주시 연수동 체육관 사거리 느티나무 가로수 밑에서 지칭개 두 포기를 발견했다. 지칭개는 이럴 때부터 눈둑이나 밭둑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보던 풀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지칭개국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다. 어머니는 지칭개를 데쳐서 맑은 물에 담가 쓴맛을 뺀 다음 콩가루를 묻혀서 된장국을 끓이셨다. 지금도 약간 쓴맛이 돌면서도 구수한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요즘은 지칭개를 나물로 먹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제 지칭개는 거의 잊혀진 나물이 되었다.

 

지칭개(충주시 교현동 체육관 사거리, 2020. 4. 9)

지칭개는 초롱꽃목 국화과 지칭개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헤미스텝타 라이라타 붕게(Hemistepta lyrata Bunge)이다. 지칭개는 지칭개속 1종만 있다. 꽃말은 '독립', '고독한 사랑'이다.

 

지칭개의 영어명은 라이어-셰이프 헤미스텝타(Lyre-shape hemistepta), 일어명은 기쯔네아자미(キツネアザミ, 狐薊)이다. 중국명은 니후차이(泥胡菜)이며, 별명에는 투창거얼(秃苍个儿), 쿠마차이(苦马菜), 뉴차비(牛插鼻), 싀휘차이(石灰菜), 뤄미차이(糯米菜), 마오구터우(猫骨头) 등이 있다. 지칭개를 니호채(泥胡菜), 야고마(野苦麻), 나미채(糯米菜), 지치광이라고도 부른다. 

 

지칭개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부탄,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는 주로 중부지방 이남의 산과 들에 분포한다. 평지의 길가나 빈터, 밭둑에서도 자란다.

 

지칭개(충주시 연수동, 2021. 5. 6)

지칭개의 키는 60~80cm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속은 비어 있으며, 가지가 갈라진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거나 없어지며, 밑부분의 잎은 거꿀피침모양 또는 도피침상 긴 타원형이고 밑부분이 좁아진다. 잎 뒷면에는 백색 털이 밀생하고, 우상으로 갈라진다. 정열편은 세모진모양으로서 때로는 3개로 갈라지고, 측열편은 7~8쌍으로서 밑으로 갈수록 점차 작아지며 톱니가 있다. 중앙부의 잎은 엽병이 없고 긴 타원형이며 첨두이고 우상으로 갈라진다. 또, 위로 올라갈수록 선상 피침형 또는 선형으로 된다.

 

꽃은 5~7월에 피고, 머리모양꽃차례는 홍자색의 통꽃이다. 줄기나 가지 끝에 1개씩 위를 향해 달리고, 꽃이 필 때는 곧게 선다. 총포는 둥글며 8줄로 배열되고, 뒷면 윗부분에 맨드라미같은 부속체가 있다. 꽃부리는 자주색이다. 흰색 꽃이 피는 지칭개도 있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긴 타원형이며 암갈색이고 털이 없다. 관모는 우상이고 떨어지기 쉬우며 2줄이다.

 

지칭개(충주시 연수동, 2021. 5. 12)

지칭개는 엉겅퀴, 조뱅이와 유사하게 생겨서 혼동하기 쉽다. 지칭개는 엉겅퀴와 달리 잎에 가시가 없다. 엉겅퀴는 꽃이 자주색에서 적색에 가깝게 강렬한데 비해 지칭개 꽃은 색깔이 연해 보인다. 조뱅이는 더 연하다. 지칭개의 개화기는 엉겅퀴보다 한달 정도 이르다. 조뱅이는 가지가 거의 갈라지지 않고, 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며, 가장자리에 굳은 가시털이 있다. 지칭개, 엉겅쿠는 잎이 우상으로 갈라지는데, 조뱅이는 갈라지지 않는다. 

 

지칭개는 어린잎과 뿌리를 나물로 먹는다. 어린잎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치고 찬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다음 나물로 무쳐 먹는다. 봄철의 어린 뿌리를 같이 데쳐서 된장과 고추장에 무쳐 먹기도 하며,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 먹는다. 잎과 뿌리로 장아찌를 담그거나 김치 또는 겉절이를 담그기도 한다. 콩가루를 묻혀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별미다.

 

지칭개(충주시 연수동, 2021. 5. 12)

지칭개의 전초(全草)를 니호채(泥胡菜)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씻어서 햇볕에 말린다. 니호채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소종거어(消腫去瘀)의 효능이 있어 각종 염증 치료에 쓸 수 있다. 문헌에는 간경(肝經)의 열을 다스려 간염, 종기, 치창(痔瘡), 치루(痔漏), 염좌, 골절(骨折), 외상출혈(外傷出血)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바르거나 달인 물로 씻는다.하지만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2008년 중국의 연구에 의하면 지칭개에서 추출한 에틸아세테이트(ethyl acetate)가 다른 식물의 뿌리 생장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뛰어난 사실을 발견했다. 지칭개 추출물을 친환경 제초제로 개발할 가치가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다.

 

2021. 9. 1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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