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갯기름나물

林 山 2021. 12. 6. 16:55

2021년 6월 중순경 충주시 교현동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뒷길을 걷다가 뜻밖에도 산형과 식물을 발견했다. 시멘트로 포장된 좁은 골목길 한켠에 화단도 아닌 곳에서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갯기름나물이었다. 남해안 지방에서 흔히 먹는 방풍나물이라는 것이 사실은 바로 이 갯기름나물이다. 방풍나물은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난 나물이다.     

 

갯기름나물(충주시 교현동 청주지법 충주지원, 2021. 6. 17)

갯기름나물은 산형화목 산형과 기름나물속의 숙근성 세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퓨세다눔 자포니쿰 툰베리(Peucedanum japonicum Thunb.)이다. 영어명은 코스털 호그페넬(Coastal hogfennel) 또는 재퍼니즈 호그페넬(Japanese Hogfennel)이다. 일어명은 보탄보우후우(ボタンボウフウ, 牡丹防風)이다. 중국명은 르벤쳰후(日本前胡) 또는 빈하이쳰후(濱海前胡)이다. 갯기름나물을 일본전호(日本前胡), 산방풍(山防風), 식방풍(植防風), 방풍나물, 미역방풍, 목단방풍(牧丹防風), 목방풍(牧防風), 보안기름나물, 개기름나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고백', '기다림'이다. 

 

갯기름나물은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타이완, 중국,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제주, 전남 거문도, 전북, 충남 대천, 경남, 경북 울릉도 등지에 야생한다. 바닷가의 높은 염도에 잘 견디며, 습기가 많은 곳에 분포한다. 남부지방의 모래 언덕이나 모래 땅 등 해변에서 자란다. 난대성 식물이지만 기후 온난화로 중부지방에서도 자란다. 

 

갯기름나물 (충주시 교현동 청주지법  충주지원, 2021. 6. 17)

갯기름나물의 땅속 뿌리는 굵고 목부분은 섬유질이 많다. 키는 60cm~100cm이다. 줄기는 곧게 자라며 끝부분에 짧은 털이 있고, 가지를 치며 그 밖의 부분은 평활하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길고, 회록색으로서 백분을 칠한 듯하며 2~3회 우상복엽이다. 잎 생김새는 모란잎 같고, 두껍고 특유의 향취가 있다. 소엽은 능상 거꿀달걀모양이고 두꺼우며, 길이 3~6cm로서 흔히 3개로 갈라지고 불규칙하며, 깊은 치아모양톱니가 있다. 윗부분의 잎은 퇴화되고 엽초가 터지지 않는다. 잎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연잎처럼 데굴데굴 구른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겹우산모양꽃차례로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정생하며, 꽃차례는 10~20개의 소산경으로 갈라져서 끝에 각 20~30개의 꽃이 달린다. 꽃잎은 5개이며 소산경은 길이 2~3.5cm이고, 꽃자루와 더불어 안쪽에 털이 있다. 총포는 없고, 소총포는 5~10개로서 삼각형 또는 피침형이다. 5개의 수술이 있으며, 씨방은 하위이다. 열매는 분과로 타원형이며 잔털이 있고, 뒷면의 능선이 실처럼 가늘다. 늑(肋)사이에 3~4개, 합생면에 8개의 유관이 있다.

 

갯기름나물 (충주시 교현동 청주지법  충주지원, 2021. 6. 17)

갯기름나물의 어린순, 연한 잎, 열매, 뿌리는 모두 식용한다.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 먹는다. 볶아서 먹기도 한다. 쌈 채소로도 이용한다. 열매는 과실주를 담그는데, 피로회복이나 빈혈, 두통에 효과가 있다. 강릉 지방에서는 갯기름나물로 방풍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잎과 꽃이 특이하여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갯기름나물 (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 2021. 6. 17)

갯기름나물의 뿌리에는 세포 독성을 보이고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마린(coumarin)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비만, 암 등의 치료에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를 만성 두통, 감기,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에 쓴다. 일본에서는 갯기름나물의 뿌리를 인삼 대용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갯기름나물 (충주시 연수동 평안교회 , 2021. 6. 17)

갯기름나물의 뿌리(根)를 본초명 방풍(防風), 잎을 방풍엽(防風葉), 꽃을 방풍화(防風花)라고 한다. 본초학 교과서에는 정품 방풍의 학명을 Ledebouriella divaricata (Turcz.) Hiroe라고 기재하고 있다. 그리고, 갯기름나물을 비롯해서 방풍[Ledebouriella seseloides (Hoffm.) H.Wolff], 기름나물[Peucedanum terebinthaceum (Fisch.) Fisch. ex DC], 갯방풍[Glehnia littoralis F.Schmidt ex Miq.]을 방풍 대용으로 쓴다고 나와 있다. 한국에서는 갯방풍이 원방풍(元防風), 갯기름나물이 식방풍(植防風)이라는 상품명으로 유통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Saposhnikovia divaricata (Turcz.) Schischk.만을 정품 방풍으로 친다. 중국과 일본이 옳다고 본다.   

 

방풍[ Ledebouriella seseloides (Hoffm.) H. Wolff,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방풍은 해표약(解表藥) 가운데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에 속한다. '防風(방풍)'은 '풍(風)'을 '막는다(防)'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방풍은 표거풍(解表祛風), 승습(勝濕), 지통(止痛)의 효능이 있어 외감풍한(外感風寒), 두통, 목현(目眩), 항강(項强, 首筋硬直), 풍한습비(風寒濕痺), 근골산통(筋骨酸痛), 사지연급(四肢攣急), 파상풍 등을 치료한다. 방풍엽은 중풍으로 인한 열로 땀이 많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방풍화는 심복통(心腹痛), 사지구급(四肢拘急), 행리부득(行履不得), 경맥허리(經脈虛羸), 근골간동통(筋骨間疼痛)을 치료한다. 방풍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 가운데 하나이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방풍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며[溫] 맛이 달고[甘] 매우며[辛] 독이 없다. 36가지 풍증을 치료하며 5장을 좋게 하고 맥풍(脈風)을 몰아내며 어지럼증, 통풍(痛風), 눈에 피지고 눈물이 나는 것, 온몸의 뼈마디가 아프고 저린 것 등을 치료한다. 식은땀을 멈추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 산과 들에서 자라는데 어느 곳에나 다 있다. 음력 2월, 10월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린다. 뿌리가 실하면서 눅진눅진하고[脂潤] 대가리 마디가 딴딴하면서 지렁이 대가리처럼 된 것이 좋다. 노두와 대가리가 두 가닥진 것, 꼬리가 두 가닥진 것들은 버린다. 대가리가 가닥진 것을 쓰면 사람이 미치고 꼬리가 두가닥진 것을 쓰면 고질병이 생기게 된다[본초]. ○ 족양명, 족태음경에 들어가는 약이며 족태양의 본경약이다. 풍을 치료하는 데 두루 쓴다. 몸 윗도리에 있는 풍사에는 노두를 버리고 쓰며 몸 아랫도리에 있는 풍사(風邪)에는 잔뿌리를 버리고 쓴다[탕액].○ 상초의 풍사를 없애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입문].'라고 나와 있다. 

 

또, 방풍엽 대해서는 '중풍과 열로 땀나는 데 쓴다[본초].', 방풍화에 대해서는 '명치 밑이 아프고 팔다리가 가드라지며 경맥이 허하여 몸이 여윈 데 쓴다[본초].', 방풍자(防風子, 방풍씨)에 대해서는 '고수씨(胡荽子)와 비슷하면서 크다. 양념으로 쓰면 향기롭고 풍을 치료하는 데 더욱 좋다[본초].'고 했다.  

 

기름나물(2020. 7. 19. 월악산)

갯기름나물의 유사종에는 기름나물(Terebinthaceous hogfennel, 산기름나물, 참기름나물), 가는기름나물(Elegant hogfennel), 백운기름나물(Baekun hogfennel), 산기름나물(Mountain hogfennel), 두메기름나물(Korean hogfennel), 왕산방풍(王山防風) 등이 있다. 

 

갯방풍(제주 마라도, 2006. 9. 17)

기름나물은 키가 30~90cm이다. 흔히 홍자색이 돈다. 잎자루가 길고, 잎은 2회 3출엽이다. 줄기가 가늘며, 잎의 갈래는 더욱 잘게 갈라진다. 가는기름나물(Peucedanum elegans Kom.)은 백두산과 압록강에 분포한다. 키는 90cm 정도이다. 줄기는 털이 없다. 근생엽은 잎자루가 길며, 3회 깃모양겹잎이다. 백운기름나물(Peucedanum hakuunense Nakai)은 광양 백운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전남 광양시, 순천시, 진도군, 경남 거제시, 산청군 등지에 분포한다. 뿌리는 굵고 깊게 들어가며, 선단은 마른 잎자루 흔적으로 덮인다. 키는 40~60cm이다. 줄기는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산기름나물(Peucedanum terebinthaceum var. deltoideum Makino)은 키가  30-90cm이다. 작은잎이 기름나물(小葉)에 비해 넓다. 두메기름나물(Peucedanum coreanum Nakai)은 강원도 금강산에 분포한다. 키는 10~20cm이다. 원줄기는 자줏빛, 근생엽은 3출겹잎이다. 소엽은 넓은 달걀모양, 다시 얕게 갈라지고,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흰색이지만 자주색 무늬가 있다. 왕산방풍(Peucedanum insolvens)은 한반도 특산식물로서 민간에서는 방풍 대용으로 쓰인다.뿌리는 곧으며 분지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산형과 물들이 줄기 끝에 꽃이 피는 것과는 달리 따로 근두부에서 화경이 나와 산형화서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2021. 12. 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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