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의 추락과 김건희의 역할 - 홍기표(자유기고가)

2022년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일이 53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2년 1월 중순 현재 대선 국면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부지런히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 7월 말~8월 초 여론조사 때만 해도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섰다. 세계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PNR 리서치가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는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35.3%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2위 이재명 후보(23.2%)와의 격차는 무려 12.1%포인트나 됐다. 이런 결과는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줄곧 야권에 머물렀던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컨벤션 효과에 힘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윤 후보는 연이은 말실수와 부인 김건희 관련 의혹으로 지지율이 점점 떨어지더니 2021년 말~2022년 초에는 이재명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12월 29~31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장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39.3%, 윤석열 후보는 27.3%를 얻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2%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추락 배경에는 부인 김건희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기표는 김건희 의혹에 대한 지속적인 생까기, 뒤늦은 사과, 개념 없는 사과 등 이 세 가지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홍기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윤석열 후보의 추락과 김건희의 역할'이란 제목의 글 전문이다. <林 山>

 

자유기고가 홍기표

윤석열 후보의 추락과 김건희의 역할 - 홍기표(자유기고가)

 

사례 연구 차원에서 윤석렬의 지난 연말 추락사건에서 김건희의 역할을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원래 6대4 게임으로 출발했던 제20대 대선은 2021년 말 윤석렬의 지지율이 푹 꺼지면서 갑자기 51대49 게임으로 패턴이 전환되었다. 그 주 원인 중의 하나로 김건희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김건희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 제기 대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출 이후 지속적인 생까기로 일관한 것이 문제였다.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도 미진했다. 

 

대선후보는 어쨌든 대중의 오만가지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는 존재이다.  그 질문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답해야 한다.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윤석열 캠프에서 김건희는 일종의 금기어였다고 한다. 아무도 의제 설정 자체를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런 대응 전략도 없었던 것이다.

 

둘째, 뒤늦은 사과 며칠 전에 김건희가 "사과할 '의향' 이 있다."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여기서 일단 '의향'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로부터 며칠 뒤에 사과할 '예정'이면서 이런 식으로 '셀프 김빼기'를 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대목이 이 사례를 '정치적 반성 전략'의 역사에서 매우 보기 힘든 사례로 만들었다. 즉, 사과의 효과를 스스로 반감시키는 사례였다. 

 

세째, 김건희 사과문의 내용이었다. 시기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김건희 사과문은 전형적인 아마추어의 잔대가리식 사과문이었다. 홍보의 기본원칙을 모두 무시한 최악의 사과문서였다고 본다.

 

윤석열 후보는 사과문을 당사자 본인이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문서를 당사자가 썼다는 것은 참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만약 어떤 연예인이 사고를 쳤다면 누가 사과문을 쓸까? 당연히 기획사 홍보담당이 사과문을 쓰지 사고를 친 당사자가 쓰는 것이 아니다. 

 

'사과'는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중요한 선거전략의 유형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문서를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반성 전략에 대한 아무 개념도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대중은 사과를 받지 않은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것은 이번 대선 끝날 때까지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중의 억하심정(抑何心情)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폭발한다.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