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화제

조계종 전국승려대회를 바라보며 - 무념 스님

林 山 2022. 1. 22. 16:31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이 해인사(海印寺)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발언으로 불교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불교계는 사과를 요구했고, 정 의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나아가 조계종(曹溪宗)은 문재인 정부의 종교 편향까지 문제삼으며 갈등의 폭은 점점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조계종은 1월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정청래 의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직접 사과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승려들의 반대로 무산될 만큼 참석자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과 주차장 부지 등에는 전국 주요 사찰에서 모인 승려들이 가득 찼다. 준비된 약 3500석의 의자를 사찰별로 나눠 앉아 채웠고 일부 불자들도 현장에 참석해 승려들을 응원했다. 

 

한편, 불교계 내부에서 조계종의 전국승려대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무념 스님은 '승려대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승가(僧伽)는 탐진치(貪瞋痴)를 소멸하고 청정범행을 완성하기 위해 출가한 집단인데, 탐진치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전국적으로 모여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문화재 관람료가 문제가 아니라 절 수입이 줄어들까봐 분노하는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돈 문제로 승려대회를 하는 것은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비판했다. 무념 스님은 "권력을 쥔 자와 권력에 빌붙어 한 자리 하려는 비굴한 자가 승가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문화재 관람료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무념 스님이 쓴 글 '승려대회' 전문이다. '조계종 전국승려대회를 바라보며'라는 제목은 글 취지에 맞게 임의로 변경한 것이다. <林 山>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

조계종 전국승려대회를 바라보며 - 무념 스님

 

역사적으로 승려대회는 결집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제1차 결집부터 제4차 결집까지 그 불교사적 고비마다 결집을 통해 극복하였다. 결집이 뭔가? 뭘 결집한다는 것인가? 붓다의 가르침이 잘못 해석되고 왜곡되고 변질되고 끊어질까봐 모든 스님들이 모여 붓다(佛陀)의 가르침을 확인하는 과정이 결집이다. 모두 모여 경율(經律)을 합송하면서 자신이 외우고 있는 것이 진짜 붓다의 말씀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제2차 경전 결집에서는 돈을 소유하는 것이 계율에 맞는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승려대회가 열렸다. 온 승가가 모여 돈을 소유하는 것은 비법(非法)으로 결정하였다. 심지어 소금을 저장해두는 것까지도 비법으로 결정하였다. 생각해보라. 소금은 음식에 감초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음식에 소금이 필요한데 매일 소금을 얻으로 다닐 수도 없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소금마저도 저장하는 것을 금했다. 승려대회에서 그것이 계율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그때는 그만큼 승가가 청정했다. 제2차 승려대회가 왜 결집이라고 하느냐 하면, 계율 문제로 승려대회가 열렸지만, 모인 김에 경전(經典)과 율장(律藏)을 함께 외우고 변질과 왜곡이 없었는지 경전 결집이 일어났기 때문에 재2차 경전결집이라고 한다. 이런 결집이 4번이나 일어났다. 미얀마에서 일어난 것까지 하면 6번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승려대회는 붓다의 가르침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요즘의 승려대회는 나와바리(なわばり, 縄張) 확인 작업이다. 나의 나와바리를 지키기 위해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이다. 승가는 탐진치를 소멸하고 청정범행(淸淨梵行)을 완성하기 위해 출가한 집단인데, 탐진치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전국적으로 모여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문화재 관람료가 문제가 아니라 절 수입이 줄어들까봐 분노하는 것이다. 

 

사실 문화재 관람료가 절 경제에 도움이 된다. 절에 돈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 본사급 절은 고용인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 명이 넘어간다. 그 인건비가 신도들의 시주에 의존해서는 감당이 안 된다. 사중 스님들에게도 한달에 품위유지비로 50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주어야 한다. 그외에도 전통가옥이 전기세와 난방비를 많이 잡아먹는다. 그러니 관람료가 없으면 절 살림이 어렵다. 하지만 관람료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는 절이 있는가하면 관람료로 부를 축적하는 절도 있다. 

 

그렇다고 돈 문제로 승려대회를 하는 것은 정당성을 상실한다. 세상에는 탐욕에 찌든 스님들로 비춰지는 것이다. 어제 승려대회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100% 스님들 싸잡아 욕하는 글이다. 탐욕스런 중들이라고 분노하는 글들이다. 그 작은 돈 문제로 불교에 대한 이미지가 나락으로 추락했다. 돈을 명분으로 승려대회를 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탐욕스런 집단이라고 매도당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어떤 한 권력승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과거에 누렸던 권력의 단맛을 잊지 못해 선거철에 일부러 벌인 행사라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승가를 돈과 권력에 타락한 집단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결국 승려대회는 승가의 타락을 확인하고 불교가 나락을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화재 입장료가 없으면 절 집안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지만, 입장료가 있으므로 포교가 절실하지 않다. 신도들이 오지 않아도 절은 잘 돌아간다. 그러니 신도들이 오거나 말거나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절에 오는 사람마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절 밖으로 나가서 포교할 생각도 없고 절에 오는 사람에게도 부처님 말씀 한 마디도 가르치지 않는다. 절에 오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면 불교가 이렇게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무지의 소산이다. 스님들마저도 탐진치의 소멸이 깨달음이라는 제일 명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뭔가 신비스럽고 풀리지 않을 것같은 수수께끼 화두를 깨뜨리는 순간 우주의 진리를 체험하는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탐욕의 소멸이 깨달음이라는 붓다의 가르침보다 탐욕이 곧 진리라는 이상한 논리를 더 믿는다. 분노가 클수록 깨달음도 크다는 논리를 믿는다. 교리가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옛 스님들은 승려대회를 열어 결집을 했지만, 요즘은 나와바리를 지키기 위해 승려대회를 열고 분노를 표출한다. 이렇게 스스로 탐진치를 정당화한다. 

 

승가는 수행 공동체이다. 하지만 현대의 승가는 공동체가 아니고 회사 분위기이다. 승가 공동체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로 변질되어 간다. 그러므로 권력을 쥔 자와 권력에 빌붙어 한 자리 하려는 비굴한 자가 승가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문화재 관람료부터 없애야 한다. 문화재 보수 유지는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문화재 보수 유지를 위해 돈을 받는다는 명분을 없애버리면 문화재 관람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절에 돈이 업으면 탐욕스런 권력승들은 떠나가고 진짜 스님들만 절에 남지 않을까? 절에 돈이 없으면 포교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불교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이것이 나의 작은 바램이다.

 

글쓴이 무념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