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이고들빼기 '순박함, 헌신(獻身)'

林 山 2022. 2. 8. 15:19

가을에 산으로 들로 다니다 보면 샛노란색 꽃들이 앙증맞게 피어난 이고들빼기를 만나게 된다. 이고들빼기 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쁘지만 너무 흔해서 야생화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식물 가운데 하나다. 이고들빼기의 노란 꽃잎 끝은 이빨처럼 요철(凹凸)이 있다. 그래서 이고들뻬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고들빼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전라도 어느 고을에 이씨와 고씨 형제와 백씨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네 사람은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들은 산속에서 이름 모를 풀을 뜯어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했다. 이들이 뜯어먹은 산나물 가운데는 쌉싸름한 맛이 나는 이름 모를 풀도 있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풀의 이름을 이고둘백이라고 지어 주었다. 이고둘백이 이고들백이-이고들배기-이고들빼기로 음운변화가 일어나 오늘날의 이름으로 정착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고들빼기(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이고들빼기는 초롱꽃목 국화과 고들빼기속의 한두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이명에는 강화고들빼기, 고들빼기, 고들빽이, 깃고들빼기, 꽃고들빼기 등이 있다. 북한명은 고들빼기(추천명), 이고들빼기 등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강화고들빼기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꽃말은 '순박함, 헌신(獻身)'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이고들빼기의 학명은 크레피디아스트룸 덴티쿨라툼 (후투인) 박 & 가와노[Crepidiastrum denticulatum (Houtt.) Pak & Kawano]이다. 국표에 이명으로 올라 있는 학명 요웅기아 덴티쿨라타 (후투인) 기타무라[Youngia denticulata (Houtt.) Kitam.]가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와 위키백과에는 정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또 국표에 이명으로 등재된 파라익세리스 덴티쿨라타 (후투인) 나카이[Paraixeris denticulata (Houtt. ) Nakai]는 중문판 위키백과(维基百科)에 정명으로 올라 있다. 한중일 식물 분류학자들 사이의 학문 교류가 필요해 보인다.

 

이고들빼기(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이고들빼기의 속명 '크레피디아스트룸(Crepidiastrum)'은 '장화(boot)' 또는 '나도민들레속(Crepis, hawksbeard, 이전의 뽀리뱅이속) 식물'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크레피스(krēpís)'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 '크레피스(Crepis)'와 '별(star)'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아스트론(ástron)'에서 유래한 라틴어 명사 '아스트룸(astrum)'의 합성어라고 한다. 뽀리뱅이속(Youngia)은 1831년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박물학자 앙리 카시니(Alexandre Henri Gabriel De Cassini, 1781~1832)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는데, 후에 나도민들레속(Crepis)에 통합되었다.

종소명 '덴티쿨라툼(denticulatum)'은 '잔니(small tooth)'의 뜻을 가진 '덴티쿨루스(denticulus)'에 형용사화 접미사 '-아투스(-ātus)'가 붙어서 이루어진 라틴어 형용사 '덴티쿨라투스(denticulatus)'에서 어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잔니 모양의, 잔니를 가진(denticulate, furnished with small teeth)'의 뜻이다. '덴티쿨라투스(denticulatus)'는 '이빨(tooth)'의 뜻을 가진 라틴어 '덴스(dēns)'에서 유래했다.

'후투인(Houtt.)은 네덜란드 박물학자 마르티뉘스 후투인(Martinus Houttuyn, 1720~1798)이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식물 분야는 선태식물(Bryophytes, 蘚苔植物)과 종자식물(Spermatophytes, 種子植物)이었다. '박(Pak)'은 경북대 울릉도·독도 연구소장 '박재홍'이다. '가와노(Kawano)'는 일본의 식물학자 가와노 쇼이치(河野昭一, 1936~)이다. '기타무라(Kitam.)'는 국화과 식물 연구로 유명한 일본의 식물학자 기타무라 시로(北村四郞)이다.

 

이고들빼기(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국표와 국생정 등재 이고들빼기의 영문명은 티스-마진 크레피다이어스트럼(Teeth-margin crepidiastrum)이다. '이빨 가장자리(를 가진) 고들빼기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국표와 국생정, 일문판 '野の花・山の花'에 실려 있는 일본명은 야쿠시소우(ヤクシソウ, 薬師草)이다. 일본명 야쿠시소우(薬師草)는 이고들빼기의 잎 모양이 약사여래(藥師如來)의 광배(光背)와 비슷하다는 설, 일찍이 약초로서 피부 종기 등에 짓찧어 바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일문판 위키백과에는 우사기노찌찌(ウサギノチチ, 兎·兔の乳)라는 이명도 실려 있다. '토끼 젖' 또는 '토끼 유방'이라는 뜻이다.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색 유액이 나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 실려 있는 이고들빼기의 중국명은 황과차이(黄瓜菜)이다. '노란 오이채소'란 뜻이다. 노란 꽃이 피고,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하여 황과차이(黄瓜菜)라는 이름이 붙었다. FOM에 등재된 중문명은 황과쟈환양찬(黄瓜假还阳参)이다. '황과(黄瓜)'는 '노란 꽃이 피는 오이채소', '쟈환양찬(假还阳参)'은 '갯고들빼기'이다.

이고들빼기는 한강토(조선반도)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산기슭이나 길가 등지의 건조한 곳에서 흔하게 자란다(국생정). 야쿠시소우(薬師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베트남이다. 일본 재래종(在来種)이다.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난다(FOM). 황과차이(黄瓜菜)는 베이징(北京), 지린(吉林), 허베이(河北), 샨시(山西), 샨둥(山东), 후난(湖南), 쓰촨(四川) 등지에 야생한다. 한강토, 러시아, 일본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이고들빼기(인천 영흥도 장경리 해변, 2021. 9. 25)

이고들빼기의 키는 30~7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흔히 자줏빛이 돌며 곧게 선다. 줄기 윗부분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근생엽(根生葉)은 꽃이 필 때 말라 없어진다. 줄기 잎은 어긋나기하며 주걱 모양에 끝이 둔하다. 잎 길이는 6~11cm, 폭 3~7cm로서 양면에 털이 없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치아 모양 톱니가 있으며, 밑부분이 다소 줄기를 싼 모양이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지름은 1.5cm 정도이다. 혀꽃만으로 이루어진 황색의 머리 모양 꽃차례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산형(繖形) 비슷하게 달린다. 꽃이 필 때는 곧게 서지만 핀 다음에는 처진다. 화경(花梗)은 길이 7~8mm이며, 포는 2~3개이다. 총포(總苞)는 좁은 통형(筒形)이고 암갈색 또는 짙은 녹색이며, 길이는 7mm, 지름 2~3mm이다. 외포편(外苞片)은 길이 0.5mm 정도이고, 내포편(內苞片)은 8개로서 길이가 거의 같으며 암록색이다. 낱꽃은 13~15개이다. 꽃부리는 길이 9mm, 나비 2.5mm로서 황색이다. 판통(瓣筒)은 길이 2.5mm 정도이고 털이 있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갈색 또는 검은색이며, 길이 3.5~3.8mm로서 12개의 능선이 있다. 관모(冠毛)는 길이 3.5mm 정도이며 백색이다.

이고들빼기의 어린순과 뿌리는 나물로 먹는다. 어릴 때 뿌리째 캐서 데친 뒤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생으로 쌈을 싸먹거나 겉절이를 해 먹기도 한다. 쓴맛을 제거한 후 볶음 요리나 국을 끓일 수도 있다.

황과차이(黄瓜菜)는 맛은 쓰고, 시며, 떫다. 성질은 서늘하다. 청열해독(清热解毒), 이뇨소종(利尿消肿), 지통(止痛) 등의 효능이 있다. 자궁미란(子宫糜烂), 백대과다(白带过多), 하퇴임파관염(下腿淋巴管炎), 질타손상(跌打损伤), 무명종통(无名肿痛), 유통절종(乳痈疖肿), 질 트리코모나도(阴道滴虫)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피부 노화 방지 효과도 있다(百度百科).

 

이고들빼기(충주 금봉산, 2021. 10. 9)

국표에 등재된 이고들빼기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고들빼기[Crepidiastrum sonchifolium (Bunge) J.H.Pak & Kawano], 갯고들빼기[Crepidiastrum lanceolatum (Houtt.) Nakai], 까치고들빼기[Crepidiastrum chelidoniifolium (Makino) J.H.Pak & Kawano], 지리고들빼기[Crepidiastrum koidzumianum (Kitam.) J.H.Pak & Kawano], 한라고들빼기[Crepidiastrum hallaisanense (H.Lév.) J.H.Pak], 홍도고들빼기[Crepidiastrum × muratagenii H.Ohashi & K.Ohashi], 절영풀[Crepidiastrum platyphyllum (Franch. & Sav.) Kitam.] 등이 있다.

고들빼기(Sowthistle-leaved hawksbeard, イヌヤクシソウ, 犬薬師草, 尖裂假还阳参)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이다. 일본에도 분포한다. 키는 12~8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자줏빛이 돌고 전체에 털이 없다. 이고들빼기와 비슷하나 잎이 깃꼴로 갈라진다. 꽃은 7~9월에 연황색으로 핀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원줄기와 가지 끝에 산방상으로 달린다. 갯고들빼기(Sword-leaf crepidiastrum, ホソバワダン, 細葉海菜, 假还阳参)는 제주도, 거제도, 거문도 등 다도해의 바닷가 바위틈에 자란다. 원줄기는 짧고 목질화하였으며, 위쪽 끝에서 잎이 나온다. 꽃은 10~11월에 황색으로 핀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원줄기와 가지 끝에 산방상으로 달리고, 밑부분에 잎 같은 포가 있다. 까치고들빼기(Pinnate-compound crepidiastrum, クサノオウバノノゲシ, 瘡の王葉の菊, 少花假还阳参)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깊은 산의 숲 가장자리에 자란다. 키는 30~70㎝이다. 줄기 밑부분에서 가지를 치고, 가지와 잎은 매우 연하다. 잎은 깃꼴로 갈라진다. 잎이 완전히 갈라져 잔잎처럼 보인다. 꽃은 9~10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지리고들빼기(Jiri crepidiastrum, チイヤクシソウ, 智異薬師草)는 지리산에 분포하며,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키는 약 40㎝이다. 긴 타원형의 잎이 새의 날개처럼 갈라지며 어긋난다. 까치고들빼기와 고들빼기의 잡종이라고 추정되며, 많은 중간형이 있다. 꽃은 9~10월 노란색으로 핀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줄기 끝에 다수가 달리고, 꽃이 지면 처진다. 한라고들빼기(Halla lettuce, タンナタカサゴソウ)는 한강토 제주도 고유종이다. 꽃은 8~9월 노란색으로 핀다. 꽃이 좀씀바귀와 닮은 머리 모양 꽃차례를 이루고, 혀꽃으로만 구성된다. 홍도고들빼기(Hongdo crepidiastrixeris)는 이고들빼기와 절영풀 또는 이고들빼기와 갯고들빼기 교잡종이라는 설이 있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많고 빽빽하게 달린다. 꽃은 8개의 혀꽃으로 구성된다.

절영풀(Broad-leaf crepidiastrum, ワダン, 海菜)은 국표에 학명, 국명, 이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고, 국생정에는 미등록종이다. 일본 고유종이며, 혼슈의 치바현(千葉県)~시즈오카현(静岡県)의 해안 바위 지대에 분포한다. 기부는 굵고 짧으며 목질화된다. 갯고들빼기와 비슷하지만 뿌리잎이 크고, 줄기잎이 넓으면서도 두껍다. 로제트 모양으로 나는 근생엽은 양배추처럼 육질이다. 꽃은 (7)9~11월 노란색으로 핀다(FOM).

2022. 2. 8. 林 山. 2023.5.21. 최종 수정

#이고들빼기 #고들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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