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미라 안드리바(17세, 러시아, 38위)가 돌풍을 일으키며 2024 프랑스 여자 단식 준결승에 진출했다. 안드리바는 6월 5일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2023, 2024 호주 오픈 챔피언 아리나 사발렌카(26세, 벨라루스, 세계 2위)에게 2시간 29분만에 2-1[6(5)-7(7), 6-4, 6-4] 역전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기 전은 물론 사발렌카가 팽팽한 타이브레이크 승부 끝에 1세트를 따낼 때까지만 해도 안드리바의 승리를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안드리바가 역전 드라마를 펼쳐 대어 사발렌카를 KO시켰다. 17세 소녀의 생애 최대, 최고의 승리였다.
사발렌카는 1세트 중반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며 찡그린 얼굴로 배를 가리킨 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녀는 계속 어려움을 겪었고 경기에서 기권을 고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프닝 세트 초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사발렌카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 금방 분명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평균 이하의 성적에 점점 좌절감을 느꼈고, 안드리바가 게임 스코어 4-3으로 앞서자 트레이너를 불렀다.
코트 닥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코트로 돌아온 사발렌카는 목을 쓸어 넘기는 동작을 취하며 거의 기권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그러나, 곧 밝은 모습을 되찾은 사발렌카가 5-5에 이어 6-6까지 추격해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발렌카는 위너 3개와 상대의 더블 폴트 1개, 범실 1개에 힘입어 1세트를 7(7)-6(5)으로 힘겹게 따냈다.
그러나, 사발렌카에게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고, 그녀는 종종 웅크린 채 라켓을 잡고 안정을 취해야 했으며, 한 번은 시간 위반 벌칙까지 받았다. 그녀는 2세트 대부분 동안 눈물을 흘리며 무기력하게 느릿느릿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안드리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게임 스코어 5-4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잡아 2세트를 6-4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경기가 2시간을 넘기면서 두 선수 모두 서브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사발렌카는 계속해서 치료를 받았다. 안드리바는 상대의 고전을 이용하여 게임 스코어 5-4 두 번째 매치 포인트에서 어이없는 로브를 터뜨려 6-4 승을 거두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사발렌카는 불편함을 극복하고 경기를 완료했다. 그러나, 승리자는 세계 랭킹 38위의 안드리바였다. 안드리바는 1997 US 오픈에서 마르티나 힝기스 이후 최연소 그랜드 슬램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경기 전까지 안드리바는 사발렌카를 이겨본 적이 없다. 경기가 끝난 뒤 코트 인터뷰에서 안드리바는 "솔직히 나는 경기 전에 정말 긴장했다. 그녀가 유리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 코치의 오늘 계획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냥 느낌대로 플레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2022 프랑스 오픈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준준결승전에서 패한 사발렌카는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종의 위장병으로 지난 며칠간 몸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경기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안드리바는 순위도 오르게 됐다. 월요일 최신 순위가 발표되면 그녀는 처음으로 톱 30에 진입할 예정이다. 생애 첫 그랜드 슬램 준준결승에 진출한 안드리바는 때때로 사발렌카의 불편함에 가끔 동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세계 2위가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멋진 위너를 작렬시키자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드리바는 긴장을 풀지 않고 강력한 양손 백핸드와 섬세한 드롭샷을 사용하여 2, 3세트를 침착하게 진행했다. 그녀는 2023 윔블던에서 16강에 올랐고, 올해 초 호주 오픈 4회전 진출에 이어 3회 그랜드 슬램 결승 진출자 온스 자베르를 꺾은 환상적인 12개월을 이어가고 있다.
안드리바의 준결승 상대는 12번 시드 자스민 파올리니(28세, 이탈리아, 15위)로 결정됐다. 파올리니는 6월 5일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8강전에서 4번 시드를 받은 2022 윔블던 챔피언 엘레나 리바키나(24세, 카자흐스탄, 4위)를 63분만에 2-1(6-2, 4-6, 6-4)로 물리치고 생애 첫 그랜드 슬램 준결승에 진출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롤랑 가로스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서 4번 시드의 강호 리바키나를 상대로 2시간 3분 만에 승리를 거둔 파올리니는 "믿을 수 없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파올리니는 처음으로 상위 15위 안에 진입하고, 2월 두바이 테니스 선수권 대회에서 첫 WTA 1,000 타이틀을 획득한 인상적인 시즌 이후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전 윔블던 챔피언 리바키나는 자신과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사발렌카와 함께 짐을 싸는 신세가 되었다.
파올리니는 게임 스코어 6-2로 1세트를 따내며 긴장한 기색 없이 밝은 모습으로 출발했다. 리바키나가 승부를 뒤집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파올리니는 자신의 서브 게임 3개를 강력한 크로스 코트 포핸드 위너를 작렬시키며 러브 게임으로 따내고 1세트를 가볍게 가져갔다.
올해 파리에서 처음으로 세트를 내준 리바키나는 자신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범실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스트로크의 위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두 선수는 여러 번의 브레이크를 주고받으며 게임 스코어 1-1, 2-2, 3-3에 이어 4-4까지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이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5-4로 균형을 깬 리바키나는 이어 상대 서브 게임을 잡아 2세트 6-4 승을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세트에서는 두 선수 모두 바람에 방해를 받는 한편 범실과 서브 중단으로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두 선수는 서로 쫓고 쫓기며 게임 스코어 1-1, 2-2, 3-3에 이어 4-4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파올리니 편이었다. 파올리니는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3세트 6-4 승을 거두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파올리니는 토스카나 주의 카스텔누오보 디 가르파냐나에서 태어나 2015년 WTA 투어로 데뷔했다. 그녀는 두 번의 싱글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2024년에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한 해를 보냈으며 1월 호주 오픈에서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4회전에 진출했다.
파올리니는 리바키나를 상대로 끈질긴 경기를 펼치는 내내 파리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야닉 시너도 4강에 진출하면서 오픈 시대 이후 최초로 이탈리아 선수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과 여자 단식 준결승에 동반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가 끝난 뒤 코트 인터부에서 파올리니는 "정말 힘든 경기였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너무 감정적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래, 괜찮아. 리바키나는 훌륭한 챔피언이므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든 공을 치려고 노력했고 성공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 있다."라고 말했다.
파올리니는 이어 "나는 두 번째 세트에서 일어난 일을 잊어버리기 위해 모든 포인트마다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가까스로 돌아왔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싸웠다. 여러분,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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