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옥순봉 구담봉 포토기행

林 山 2006. 6. 14. 19:18

일요일 점심을 먹고 늦으막이 구담봉과 옥순봉을 보러 가기로 한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충주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고 또 별로 높지도 않아서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충주호반을 따라서 나 있는 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충주호의 푸른 물결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금수산,구담봉,옥순봉 안내지도

 

6월로 접어드니 햇살이 제법 따갑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빛나고 온 산과 들이 푸르디 푸른 색으로 변해 있다. 마음도 산과 들을 닮아서인지 싱그러워진다. 계란재를 넘어 장회교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장회교에서 바라본 구담봉

 

장회나루 근처에 있는 장회교에서 구담봉을 바라본다. 봉우리는 별로 높지 않지만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방류로 인해서 충주호의 수위가 많이 낮아져 있다. 여기서 구담봉을 바라보면 마치 거북이가 뭍을 향해서 기어오르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그래서 구담봉이란 이름이 붙었다.  


*조뱅이꽃

 

계란재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한동안 우마차 길이 이어진다. 길가 묵정밭과 주인을 잃은 묘지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있다. 산길을 가다가 활짝 핀 풀꽃들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맨 처음 만난 꽃은 조뱅이. 조뱅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자라귀, 조바리라고도 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이 풀의 전초를 말린 것이 한약재 소계인데 양혈지혈약(凉血止血)으로 쓴다. 쉽게 말하자면 지혈약이다. 그래서 각종 출혈증과 급성전염성간염에 응용할 수 있다. 조뱅이는 또 염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 다양한 색상을 얻을 수 있다.


*엉겅퀴꽃

 

엉겅퀴도 자주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엉겅퀴는 잎의 끝에 달린 날카로운 가시로 인해 매우 억센 인상을 준다. 조뱅이와 마찬가지로 이 꽃도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엉겅퀴의 전초를 말린 것이 한방에서 지혈약으로 쓰는 대계이다. 그 효능은 소계와 비슷하여 각종 출혈증에 쓸 수 있다. 또 이담(利膽)작용과 이뇨작용이 있어 급만성간염, 신염을 치료할 수 있고 신경통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지느러미엉겅퀴꽃

 

지느러미엉겅퀴도 꽃을 피우고 있다. 줄기의 양쪽에 화살의 날개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지느러미가 달린다. 그래서 지느러미엉겅퀴라고 부른다. 조뱅이, 엉겅퀴와 마찬가지로 이 꽃도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식용하기도 하며, 연한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고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 

 

지느러미엉겅퀴의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비렴(飛廉)이라고 하는데 거풍청열(祛風淸熱), 이습양혈(利濕凉血), 산어(散瘀)의 효능이 있다. 풍열에 의한 감기, 두풍(頭風)으로 인한 현기증, 풍열에 의한 비통(痺痛), 피부자양(皮膚刺痒), 요로감염, 유미뇨, 뇨혈, 대하, 타박으로 인한 어종(瘀腫), 정창종독, 화상을 치료한다.  


*꿀풀꽃

 

진보라색의 꿀풀꽃도 한창이다. 꽃은 통꽃인데 끝에 꿀주머니가 있다. 통꽃을 뽑아서 그 끝을 빨면 달콤한 꿀맛을 볼 수 있다.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꽃이 필 무렵 꽃이삭만을 따서 말린 것이 하고초(夏枯草)라는 한약재로 청열사화(淸熱瀉火)의 효능이 있어 고혈압과 종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유방암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망초꽃

 

작고 하얀색의 개망초꽃도 피었다. 개망초는 봄부터 피기 시작해서 여름, 가을까지 피는 꽃이다. 한번 터를 잡으면 그 일대가 온통 개망초밭으로 변해버려 농민들에게는 환영을 못 받는 식물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개망초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생나물은 냄새가 역하므로 살짝 데쳐서 갖은 양념을 하면 의외로 맛이 좋다.


*개구리미나리

 

길가에 개구리미나리의 노란 꽃이 수줍은 듯 피어 있다. 이 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두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줄기에 달린 잎은 세 가닥으로 갈라지는데 끝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곧게 갈라지는 가지 끝에서 노란색의 꽃이 핀다.


*으아리꽃

 

으아리도 꽃이 피었다. 하얀색의 꽃이 청초하면서도 소담하다. 으아리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 식물이다. 이른 봄에 으아리의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물에 삶아 맑은 물에 여러 날 우려낸 뒤에 나물로 먹어야 한다. 으아리의 뿌리를 말린 것을 위령선(威靈仙)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위령선과는 조금 다르다. 한국의 으아리는 중국의 동북철선련(東北鐵線蓮)에 해당하는 식물이다. 위령선은 거풍제습(祛風除濕)과 진통의 효능이 뛰어나 풍습비통(痺痛)과 유주성 동통을 치료하는 좋은 약재다. 특히 저리고 땡기는 증세에 쓰면 좋다. 으아리의 잎과 줄기는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어 인후종통과 급성황달형 전염성 간염에 응용할 수 있다.


*뱀딸기

 

뱀딸기는 벌써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우나 맛은 별로 없다. 뱀딸기는 장미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사매 또는 지매라고도 한다. 작고 붉은색이 나는 동그란 열매는 위과(僞果)다. 어린 순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녹즙을 내서 먹으면 좋다. 민간에서는 사매를 해열제나 진해제로 쓰기도 했다. 


*복분자꽃

 

연분홍색의 복분자꽃도 한창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 관목인 복분자(覆盆子)는 그 이름부터 재미있다. 오줌줄기가 요강을 뒤엎어버릴 정도로 세게 해준다는 씨앗이라는 뜻이다. 옛날에 노인 부부가 복분자를 먹고 정력이 좋아져 임신을 하여 자식을 낳았다는 전설이 있다. 동의보감을 보면 복분자에 대하여 '남자의 정력이 약하고 신정이 고갈된 것과 여자의 불임증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흰쥐를 통한 동물실험에서도 복분자가 성기능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복분자에는 인, 철분, 칼륨,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비타민 C는 여러 가지 호르몬을 조절하는 부신 피질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체력과 면역력을 길러 준다. 본초학 책에는 복분자가 고정축뇨지대(固精縮尿止帶)의 효능이 있어 정력부족, 조루증, 요실금 등을 치료하는 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복분자로 담근 복분자주는 맛이 좋아 내가 즐겨 마시는 술 중 한 가지다.    


*찔레꽃

 

찔레덤불이 우거진 숲이 나타난다. 하얀 꽃이 활짝 핀 덤불 앞을 지나자 향긋한 찔레꽃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찔레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들장미 또는 야장미(野薔薇)라고도 한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장미라는 뜻이다. 꽃자루에는 잔털이 있고, 꽃받침과 �잎은 각각 5장이다. 작고 동그란 열매는 9월 경 빨갛게 익는다. 어린 순과 꽃잎을 먹기도 한다. 나도 어릴 때 찔레순을 꺾어서 먹었던 적이 있다. 쌉싸름하면서도 약간 고소한 맛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찔레의 열매를 영실(營實)이라고 하는데 민간에서 사하제(瀉下劑)나 이뇨제로 쓰기도 했다.


*조팝나무꽃

 

하얀꽃이 조발조발 피어 마치 흰꼬리처럼 보이는 조팝나무꽃은 벌써 다 졌는데, 작은 흰꽃이 송이를 이루어 뭉쳐서 피는 조팝나무꽃은 이제 한창 피어나고 있다. 장미과의 낙엽관목인 조팝나무는 조밥나무라고도 하는데, 꽃이 핀 모양이 마치 튀긴 좁쌀을 붙여 놓은 것처럼 보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뿌리는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어 민간에서 해열제나 말라리아, 토담증(吐痰症)의 치료제로 쓰기도 했다.


*개복숭아

 

길가에 제법 큰 개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초록색 바탕에 약간 붉은 빛이 도는 개복숭아 열매가 달려 있다. 아직은 어린 풋과일이다. 복숭아나무를 관리하지 않아서 열매의 크기가 작아진 것을 개복숭아라고 하는데 집에서 재배하는 복숭아와 별다른 차이는 없다. 전에 산길을 걷다가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개복숭아를 만나면 따먹곤 했는데 십중팔구 벌레가 들어 있었다. 이로 보아 개복숭아는 병충해에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가는 길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가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우거진 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가끔 단체산행을 온 등산객들이 떼를 지어 지나간다.  


*쉼터

 

우마차길을 따라 오르다가 고개정상에 이르자 소나무가 우거진 숲이 나타난다. 공터에는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를 가져다 놓아서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하였다. 대여섯 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는 바위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그늘에서 한잠 자고 가도 좋겠다.


*애기똥풀꽃

 

쉼터를 지나자 넓은 묵정밭이 나타난다. 묵정밭에 피어난 노오란 애기똥풀꽃이 눈에 띈다. 이 꽃은 양귀비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줄기나 잎을 자를 때 노오란 즙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애기똥과 비슷하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고 부른다. 이 즙액은 인체에 해로운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다. 애기똥풀의 지상부를 말린 것을 백굴채(白屈菜)라고 한다. 유액을 벌레에 물려 가려운 데나 부은 곳에 바르기도 하고 진통제로 쓰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칭개꽃

 

묵정밭에는 또 키만큼 자란 지칭개가 일제히 보라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인 지칭개는 밭이나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그러나 쓴맛이 강해서 끓는 물에 데친 다음 맑은 물에 우려내고 먹는 것이 좋다. 지칭개에 콩가루를 입혀 된장국을 끓이면 그 맛과 향이 매우 좋다. 봄철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지칭개를 소염제와 해독제로 쓰고 있다.  


*멍석딸기꽃


*멍석딸기

 

멍석딸기가 빨갛게 익었다. 바야흐로 산딸기의 철이다. 약간 덜익은 멍석딸기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으니 상큼한 맛이 난다. 멍석딸기는 장미과의 덩굴성 낙엽관목으로 산기슭이나 밭둑에서 잘 자란다.

 

*소리쟁이

 

내 키만큼 자란 소리쟁이는 작은 열매들이 조발조발 달려 있다.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소리쟁이는 한국이 원산지로 냇가나 구릉지의 습한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열매는 세모진 난형이고 각 모서리에 날개가 있다. 그래서 열매들이 바싹 마르면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부딪쳐서 살그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까닭에 소리쟁이라고 부른다.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소리쟁이의 뿌리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양제근(羊蹄根)이라고 하는데 양혈지혈의 효능이 있어 지혈제로 쓰는 한약재다. 또한 살충살균의 효능도 있어 피부병 치료제로도 쓴다. 변비를 치료하는 대황의 대용약이기도 하다.

 

*옥순봉과 구담봉 삼거리

 

옛날 집터에서 묵정밭을 지나 완만한 능선길을 잠시 오르면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해발 367미터.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옥순봉, 오른쪽으로 가면 구담봉이다. 어느 봉우리를 먼저 볼까 잠깐 동안 망설이다가 옥순봉을 먼저 가기로 한다.

 

*전망터에서 바라본 둥지봉과 가은산, 금수산

 

삼거리에서 옥순봉 방향으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전망이 좋은 곳이 나타난다. 충주호 건너 둥지봉과 가은산, 그리고 금수산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바로 앞에 암릉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의 봉우리가 둥지봉(430m)이고 그 뒤로 제일 높은 봉우리가 가은산(562m)이다. 맨뒤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금수산(1015.8m)이다. 둥지봉과 가은산은 바위와 나무숲이 잘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산수화처럼 경치가 아름답다. 충주호에는 행락객을 실은 유람선이 한가로이 떠 가고.....  


*암릉지대

 

전망터를 지나면 경사가 비교적 급한 비탈길이 나타난다. 비털길이 끝나면서 옥순봉으로 가는 암릉길이 이어진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들을 볼 때마다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으로 치면 억세게 박복한 팔자라고나 할까. 토양도 물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바위틈에서 생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극한적인 역경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가는 소나무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옥순봉

 

잠시만에 옥순봉이 바로 앞에 보이는 암릉에 올라선다. 삼거리에서 옥순봉까지는 불과 900m 밖에 안 되는 거리다. 옥순봉은 수직암벽으로 되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절경이다.   

 

*옥순봉 정상에서

 

옥순봉(286m)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표지목이 외로이 서 있다. 옥순봉 정상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사진을 남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 부질없는 일인 것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름을 남겨서 또 무엇하리오?


*옥순봉에서 바라본 구담봉과 말목산, 그리고 제비봉

 

사방을 둘러보니 둥지봉과 가은산, 말목산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옥순봉에서도 구담봉을 바라보면 거북이가 물에서 나와 뭍으로 기어오르는 형상을 볼 수가 있다. 구담봉 왼쪽에 있는 산이 말목산이고, 구담봉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제비봉(721m)이다.  

 

*옥순봉에서 바라본 둥지봉과 가은산, 말목산

 

가은산과 둥지봉은 옥순봉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둥지봉이고 그 뒤에 있는 것이 가은산이다. 오른쪽 끝에 있는 제일 높은 봉우리가 말목산(720m)이다. 옥순봉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충주호 건너 맞은 편에 있는 새바위나 둥지봉이다. 유람선을 타고 옥순봉과 구담봉을 둘러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러면 이 봉우리를 왜 옥순봉(玉筍峰)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옥순봉은 옥빛 대나무순을 닮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저 건너편에서 옥순봉을 바라보면 수직 암벽들과 그 위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흡사 빽빽하게 모여 있는 죽순과도 비슷한 형상이다.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던 시절 옥순봉의 절경에 반해 청풍부사에게 이곳을 넘겨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청풍부사가 옥순봉을 들고 갈 수 있으면 가져 가라고 하자 이황은 옥순봉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단양의 경계로 삼았다고 한다. 지금은 충주댐으로 인해 수몰되어 사라지고 없다.


*옥순대교

 

충주호를 가로질러 놓여 있는 옥순대교가 장난감처럼 보인다. 옥순대교는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와 상천리를 연결하는 다리다. 저 다리 끝에서 가은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둥지봉과 가은산으로 해서 말목산을 오른 다음 능선을 타고 금수산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둥지봉과 가은산, 말목산, 금수산을 둘러보고 싶다. 

 

*구담봉으로 가는 암릉길

 

옥순봉을 떠나 구담봉으로 향한다. 구담봉으로 가려면 삼거리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만 한다. 옥순봉과는 달리 구담봉으로 가는 길은 가끔 경사가 가파른 암릉길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철봉으로 만든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백선꽃

 

구담봉으로 가는 길에서 가까운 산기슭에 백선꽃이 호젓하게 피어 있다.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면서 지고 있는 중이다. 운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백선은 유라시아가 원산지로 꽃이 아름다와 관상수로도 많이 심는다. 꽃과 잎에서 가연성의 강한 방향물질이 방출되므로 'gas plant' 또는 'burning bush'라는 영어 이름이 붙었다. 백선 뿌리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말린 것이 백선피(白鮮皮)라는 한약재다. 임상에서 피부소양증에 많이 사용한다.


*쥐똥나무꽃

 

쥐똥나무도 하얀 꽃이 피었다. 작은 꽃들이 모여 송이를 이루고 있다. 꽃은 통꽃으로 꽃부리가 네 갈래로 갈라져 있다. 물푸레나무과의 낙엽관목인 쥐똥나무는 10월 경 까만색의 열매가 달리는데 꼭 쥐똥처럼 생겼다. 그래서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해와 추위에 강해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는다. 또 목재가 치밀하고 단단해서 도장이나 지팡이를 만드는데 쓰기도 한다.


*꼬리진달래꽃

 

오랜만에 활짝 핀 꼬리진달래꽃을 만난다. 하얀색의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어 있는 모습이 언뜻 보면 조팝나무꽃 같기도 하다. 꼬리진달래는 진달래과의 상록관목으로 경북, 충청,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으며, 참꽃나무겨우살이라고도 부른다. 꼬리진달래의 잎과 꽃을 말린 것을 조산백(照山白)이라고 하는데, 민간에서 기관지염을 치료하는데 쓰기도 하고 지혈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돌양지꽃

 

철난간이 설치된 암릉길 바위틈에 노오란 돌양지꽃이 한 송이 피어 있다. 양지꽃과 같은 꽃으로 바위틈에서 자란다고 하여 바위양지꽃 또는 돌양지꽃이라고 한다. 꽃이 피는 시기는 양지꽃보다 좀 늦은 편이다.


*기린초꽃

 

노란꽃이 활짝 핀 기린초도 보인다. 산지의 메마른 땅이나 바위에서 잘 자라는 기린초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래서 꽃도 돌나물꽃과 비슷하다. 기린초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바위절벽의 틈바구니에 피어 있는 꽃들은 어딘가 모르게 고독해 보인다. 마치 속세를 등지고 살아가는 은자들처럼.....   

 

*구담봉

 

두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비로소 구담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구담봉은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구담봉 정상으로 오르는 암릉길


구담봉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릉길이다. 쇠줄을 매어 놓았지만 여성들이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힘든 길이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어야만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구담봉 코스를 일명 '사랑코스'라고도 한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것일까? 사랑하는 연인들은 구담봉 '사랑코스'를 가보기 바란다. '사랑코스'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보기를.....


*구담봉 정상 표지석

 

쇠줄을 매달아 놓은 암릉길을 다 올라가면 바로 정상이다. 널찍한 바위에 단양군에서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여기가 정상은 아니다. 정상은 여기서 2,30m 더 올라가야 한다. 구담봉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앞의 둥지봉과 가은산이다.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다. 구담봉은 기암절벽이 거북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구봉(龜峰)이며, 물 속의 바위에 거북무늬가 있다고 해서 구담(龜潭)이라고도 한다. 구봉과 구담을 합쳐서 구담봉이 된 것이다. 조선조 백의재상이라 일컬어지던 이지번이 지평 벼슬을 살다가 은퇴하여 머문 곳이 바로 여기다. 그는 늘 소를 타고 다닌 까닭에 사람들은 그를 신선으로 여겼다고 한다. 


*구담봉 정상

 

마침내 구담봉(330m)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그 옆에 정상 표지목이 하나 서 있다. 구담봉의 북쪽과 동쪽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이다. 정상의 바위봉우리에 올라서자 전망이 아주 좋다. 눈길이 닿는 곳까지 사방을 둘러보면서 자연이 연출하는 장엄한 경치를 감상한다. 장엄화려한 대자연 앞에 섰을 때의 그 느낌은 무어라고 형언할 수 없다. 그저 유구무언일 뿐..... 어느 순간 텅빈 허무가 찾아온다. 오만가지 잡념이 사라진..... 구담봉 정상에서 나는 대자연과 한몸이 되어 한없는 자유를 느낀다.   

*구담봉에서 바라본 옥순봉

 

서쪽으로 옥순봉을 바라본다. 해는 어느덧 서산에 기울고 있다. 쏟아지는 햇빛으로 인해 옥순봉이 부옇게 보인다. 이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석양이 지리라.

 

*구담봉에서 바라본 둥지봉과 가은산, 금수산

 

구담봉에서는 옥순봉보다 둥지봉과 가은산을 더 잘 볼 수 있다. 바로 앞 왼쪽 끝 봉우리가 둥지봉이다. 둥지봉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가은산 왼쪽으로 다다음 봉우리인 곰바위고, 곰바위 뒤로 보이는 산이 금수산이다. 가운데 능선 맨 오른쪽 봉우리가 가은산이다. 



*말목산과 충주호

 

구담봉 정상에서 말목산을 바라보니 산세가 꽤 급하고 험하다. 장회나루 건너 말목산 아래쪽 강변에는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왔다는 강선대가 있다. 물이 차면 수면 아래로 잠기고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평평한 바위다. 강선대 바로 위에 두향의 묘가 있다. 두향과 퇴계 이황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온다.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던 시절 두향은 관기였다. 단양팔경에 속하는 구담봉과 옥순봉 뱃놀이를 따라 나섰다가 이황을 사모하게 된 두향은 매화를 선물하여 그의 사랑을 얻었다. 그 때 이황의 나이는 48세, 두향은 18세였다. 3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은 사랑이었다. 이황이 풍기군수로 전근을 가자 두향은 강선대에 초막을 짓고 수절한 채 그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세월이 흘러 이황이 운명했다는 소식을 들은 두향은 강선대 아래로 몸을 날려 물에 빠져 죽었다. 이황은 죽을 때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는 유언을 남겼다. 매화는 아마도 두향을 일러 말한 것이리라. 두향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사람들은 그녀를 강선대에 묻어 주었다. 그 후 강선대를 찾는 기녀들은 반드시 두향묘에 술을 한 잔 따라서 올렸다. 사랑의 한이 서린 탓인지 두향묘에는 풀이 단 한 포기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충주댐이 생기면서 두향묘는 강선대 위로 이장을 했다. 지금도 두향묘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직 확인해 보지는 못 했다. 말목산에 오르게 되면 꼭 두향묘에 들러 보리라. 단양사람들은 해마다 두향의 넋을 기리는 두향제를 지낸다.   



*구담봉에서 바라본 장회나루와 제비봉

 

장회나루가 저만치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잔잔한 물결 위에 뜬 유람선이 한가로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이 빠진 곳에는 새로 올라온 풀들이 파릇파릇하다. 제비봉의 산기슭을 따라 충주와 단양을 잇는 국도가 지나간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제비봉(710m)의 산세가 힘차고 거세다. 바위능선들이 호수를 향해서 곤두박질치듯이 내리달린다. 왼쪽 제일 높은 봉우리가 제비봉이다. 제비봉 오른쪽으로 사봉(879m)도 보인다. 사봉은 제비봉에서 능선을 타고 가면 오를 수 있다.

 

어느덧 해는 서산에 기울고 있다. 서녘 하늘에는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다. 구담봉에서 신선이 되어 노닐고 싶지만 이제는 산을 내려가야만 할 때. 옥순봉과 구담봉을 가슴에 품은 채 산을 내려간다. 산을 다 내려가서는 가슴조차도 비우고 가리라.

 

2006년 6월 4일

'명산 순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봉산 포토기행 2  (0) 2006.06.27
100대 명산 천마산 포토기행  (0) 2006.06.22
천등산 포토기행  (0) 2006.05.04
금봉산 포토기행  (0) 2006.04.13
계명산 포토기행  (0) 200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