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금봉산 포토기행 2

林 山 2006. 6. 27. 18:48

먼 곳에 있는 산으로 산행을 떠나지 않는 날은 집에서 가까운 금봉산을 찾곤 한다. 금봉산은 산세도 험하지 않아서 산책삼아 오르기에 적당한 산이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다녀와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6월 중순이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흘러가고 바람은 잠잠하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 금봉산으로 가는 산책길에 오른다. 산책을 하는 동안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금봉산 주능선

 

오늘은 샘골로 해서 금봉산 정상에 올랐다가 깔딱고개로 내려가기로 마음먹는다. 능선의 왼쪽 끝으로 산성이 희미하게 보인다. 금봉산 허리를 휘감고 돌아가는 임도와 고압선 철탑이 금봉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망치고 있다. 고압선을 땅속으로 묻으면 안 되는 것일까?


*호두

 

안림 사거리를 지나 논둑길로 접어든다. 논에는 파릇파릇한 벼들이 햇볕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개울가 밭둑에 있는 커다란 호두나무에는 호두가 조발조발 열렸다. 호두는 청설모나 다람쥐가 아주 좋아하는 열매다. 청설모가 알면 이 나무의 호두가 남아나지 않을 텐데..... 호두의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낸 속살을 한방에서 호도육(胡桃肉)이라고 하는데 양기를 북돋아 주는 보양약(補陽藥)으로 분류된다. 신장의 정기를 보해 주고, 폐를 따뜻하게 해서 기침을 멈추게 하며, 위장을 윤택하게 해서 변을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신장이 허약해서 오는 허리통증인 신허요통(腎虛腰痛)이나 폐장과 신장이 허약해서 오는 천식인 폐신허천(肺腎虛喘)을 치료할 수 있다.


*양살구

 

과수원 울타리를 따라 심어져 있는 양살구나무에도 양살구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노란빛이 돌면서 막 익어가는 중이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신침이 고이는 것 같다. 요즘은 살구나무보다는 양살구나무가 더 자주 눈에 띈다. 양살구는 살구에 비해 열매가 더 크고 더 많이 달리는 잇점은 있지만 맛은 떨어진다. 살구씨의 견각을(堅殼)을 벗겨낸 씨앗을 한방에서 행인(杏仁)이라고 하는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멈추게 하는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이다. 임상에서 많이 쓰는 한약재로 가래가 끓는 기침증세를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하다. 또 위장을 윤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위장이 건조해서 오는 변비의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무우꽃

 

샘골 초입 길가에 있는 손바닥만한 밭뙈기엔 무꽃이 한창이다. 하얀색 바탕에 연보라색을 띠고 있는 꽃이 청초한 느낌을 준다. 무는 십자화과의 한해살이 혹은 두해살이 식물로 언제부터 한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지중해 지방에서 자라던 무가 기원전 400년 경 중국으로 전해져 재배되다가 거기서 다시 한국으로 전해졌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무씨를 한방에서 라복자(蘿卜子)라고 한다. 기를 잘 내려 주고 기침을 멈추게 하며, 소화를 잘 되게 하고 가래를 잘 삭혀 주는 효능이 있어 가래가 끓는 기침이나 소화불량, 식체, 변비 증상을 치료하는 데 많이 쓰는 한약재다. 요즘은 비만치료제에 라복자를 응용해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나는 비만환자들에게 비만치료제 처방을 할 때 라복자를 많이 쓰는 편이다.


*노루발풀꽃

 

샘터를 지나면서부터 경사가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고압송전탑이 있는 곳부터는 울창한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소나무숲이 좋아서 내가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숲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곳에 노루발풀꽃이 호젓하게 피어 있다. 길다란 하나의 꽃대에 일곱 송이의 작고 하얀 꽃이 피었다. 암술대가 밖으로 길게 나와 있는 모습이 꼭 꼬마우산처럼 생겼다. 노루발풀은 잎의 모양이 노루의 발자국과 닮았다고 해서 녹제초(鹿蹄草)라고도 하고, 겨울에 눈이 와도 죽지 않고 잎이 푸르다고 해서 동록(冬綠)이라고도 한다. 서양사람들도 노루발풀을 Winter Green이라고 부른다. 또 겨울에 사슴이 뜯어먹는 풀이라고 해서 노루발풀을 사슴풀이라고도 한다.


*개옻나무 열매

 

개옻나무는 이미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혀 있다. 나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옻나무와 개옻나무를 혼동하기 쉽다. 두 나무는 같은 옻나무과로 생긴 모양도 서로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옻나무는 20미터 정도까지 자라지만 개옻나무는 7미터 정도 밖에 자라지 못 한다. 더 쉽게 구별하려면 잎자루를 보면 된다. 개옻나무의 잎자루는 붉은색을 띤 갈색이다. 옻나무는 붉은색을 띠지 않는다. 개옻나무의 열매는 핵과로 납작하고 둥글며 10월 경 노란색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금봉산에서 바라본 대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샘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깔딱고개에서 이어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전망이 비교적 괜찮은 봉우리가 하나 나타난다. 그 봉우리에 있는 벤취에 앉아서 대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본다. 어디를 바라보나 푸르른 신록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내 마음도 푸르른 물이 드는 듯한 느낌이다. 

 

*숙은노루오줌

 

산성 조금 못 미친 곳에 낙엽송이 우거진 숲이 있다. 그 숲속으로 난 길가에 주인을 잃어버린 무덤이 하나 있다. 무덤가에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그 중에 연홍색을 띤 숙은노루오줌꽃도 보인다. 숙은노루오줌은 진퍼리노루오줌과 함께 노루오줌의 유사종 또는 근연종으로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노루오줌은 7~8월에 홍자색의 꽃이 핀다. 숙은노루오줌은 6~7월에 연홍색의 꽃이 피는데 노루오줌보다 화서가 쳐진다. 노루오줌의 전초를 소승마(小升麻), 근경을 적승마(赤升麻)라고 하여 약용한다. 소승마는 풍사를 제거하고 열을 내려주며 기침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적승마는 피를 잘 돌게 하여 어혈을 풀어주고, 열과 독을 내려주고 풀어주며, 경련과 통증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엉겅퀴

 

무덤의 뒤쪽 한쪽에는 적자색을 띤 엉겅퀴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엉겅퀴는 가시엉겅퀴, 가시나물, 항가새라고도 부른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엉겅퀴의 유사종으로는 큰엉겅퀴, 좁은잎엉겅퀴, 가시엉겅퀴, 흰가시엉겅퀴, 지느러미엉겅퀴, 바늘엉겅퀴, 고려엉겅퀴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대계라는 한약재로 쓰이는 것은 엉겅퀴와 지느러미엉겅퀴, 큰엉겅퀴다. 엉겅퀴는 결각진 잎의 톱니가 모두 가시로 되어 있어서 만지거나 건드리면 따끔거린다.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이기도 하다. 그 옛날 바이킹의 척후병이 스코틀랜드에 침입하였다. 병사들이 잠이 든 틈을 타서 성안으로 침투하려던 바이킹 척후병은 성 밑에 자라고 있던 엉겅퀴의 가시에 찔려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바람에 성안에 있던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잠에서 깨어나 바이킹족을 물리쳤다. 그 후 엉겅퀴는 나라를 구한 공로로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되었다고 한다.


*골무꽃

 

골무꽃은 어지서나 잘 자라는 풀인가 보다. 지난 주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에 올랐을 때도 골무꽃이 한창이었다. 골무꽃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5~6월에 자색의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두 줄로 촘촘히 피어난다. 긴 통상 순형의 꽃은 화관의 밑부분이 꼬부라져서 곧게 서는 특징이 있다. 꽃잎의 상순은 투구모양이고, 하순은 넓으며 앞으로 튀어 나오고 자주색 반점이 있다. 골무꽃에는 들깨잎골무꽃, 산골무꽃, 좀골무꽃, 떡잎골무꽃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韓信草(한신초)라는 한약재로 쓰는 것은 골무꽃과 들깨잎골무꽃, 산골무꽃이다. 거풍지통(祛風止痛)과 활혈해독(活血解毒)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이나 각종 출혈증, 급성인후질환, 치통 등에 응용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력초(大力草), 이공초(耳控草)는 한신초의 다른 이름이다.

 

 

*백선꽃

 

백선꽃은 한창 지는 중이다. 꽃이 진 데는 벌써 씨앗을 맺고 있다. 운향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식물로 관화식물이기도 한 백선은 자래초라고도 한다. 5~6월에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잎에는 홍자색의 줄이 있다. 꽃의 향기가 좋고 관상가치도 높아서 정원에 많이 심는다. 백선은 산호랑나비의 숙주식물로 알려져 있다. 털백선은 백선의 근연종이다. 백선의 뿌리껍질을 한방에서 백선피(白蘚皮)라 하는데 거풍조습(祛風燥濕)과 청열해독(淸熱解毒)의 효능이 있어 각종 피부병이나 류머티즘으로 인한 비통(痺痛), 관절염, 황달을 치료한다. 임상에서 많이 응용되는 한약재 중 한 가지다.


*꿀풀꽃

 

꿀풀도 어디서나 잘 자란다. 한국이 원산지인 꿀풀꽃의 모양은 양순형으로 5~7월에 적자색으로 피어난다. 꿀풀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꿀방망이, 가지골나무라고도 부른다.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또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으므로 여러 가지 색을 얻을 수 있어 염료식물로도 쓰이며, 깨꽃처럼 꿀이 많이 나와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꿀풀의 종류에는 꿀풀, 흰꿀풀, 붉은꿀풀, 두메꿀풀 등이 있다.

 

한방에서 꿀풀이나 흰꿀풀, 두메꿀풀의 과수(果穗)를 말린 것을 하고초(夏枯草)라고 하고, 전초를 증류해서 방향수(芳香水)로 만든 것을 하고초로(夏枯草露)라고 한다. 하고초는 청간산결(淸肝散結), 이뇨소종(利尿消腫)의 효능과 혈압을 내려주는 작용이 있어서 연주창이나 혹, 급성유선염, 유방암, 목주야통(目珠夜痛), 수명유루(羞明流淚), 현훈(眩暈), 구안와사, 근골동통, 폐결핵, 급성 황달형전염성 간염, 혈붕(血崩), 대하를 치료하고, 하고초로는 연주창, 서루목통(鼠瘻目痛), 수명(羞明) 등을 치료한다.

*둥굴레 열매

 

둥굴레는 잎 겨드랑이마다 작고 동글동글한 열매가 달려 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인 둥굴레는 한국이 원산지로 산둥굴레, 큰둥굴레, 맥도둥굴레, 왕둥굴레 등이 있다. 6~7월에 피는 꽃이 지면 둥근 장과가 열리는데 9~10월에 까만색으로 익는다. 뿌리는 대나무처럼 땅속을 옆으로 뻗어간다. 황백색의 굵은 육질의 뿌리는 단맛이 난다. 양식이 부족하던 보릿고개 시절 둥굴레는 배고픔을 해결해 주던 구황식물이기도 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또 관상가치가 높아 화훼용으로 재배되기도 한다.

 

둥굴레와 왕둥굴레의 뿌리줄기를 한방에서 옥죽(玉竹)이라고 하는데 보음약(補陰藥)으로 분류된다. 보음약이란 음액(陰液)을 자양해서 음허증(陰虛證)을 개선하는 약물을 말한다. 음허증은 폐음허증, 위음허증, 신음허증, 간음허증으로 세분할 수 있다. 폐음허증은 입이 마르고 목구멍이 깔깔하며, 마른 기침이 나면서 가래는 적고 간혹 각혈을 하기도 한다. 위음허증은 혀가 붉고 설태가 적으며, 입안이 마르면서 갈증이 난다. 신음허증은 허리와 무릎이 시리면서 약하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유정(遺精), 조열도한(潮熱盜汗)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음허증은 눈이 깔깔하고 시력이 떨어지며, 어지러움, 진전(震顫), 잠들기 어려우면서 꿈이 많아지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간음허증과 신음허증은 종종 겸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옥죽은 양음윤조(陽陰潤燥), 생진지갈(生津止渴), 제번(除煩)의 효능이 있어 열병음상(熱病陰傷), 해수번갈(咳嗽煩渴), 허로발열(虛勞發熱), 소곡선기(消穀善飢), 빈뇨(頻尿) 등 증을 치료한다. 옥죽을 장기간 복용하면 혈색을 좋게 한다. 옥죽을 생것으로 쓰면 청열양음(淸熱養陰) 작용이 비교적 좋고, 쪄서 쓰면 오로지 자보양음(滋補養陰)의 작용이 있다. 둥굴레로는 차를 만들어 복용해도 좋다. 둥굴레차는 숭늉처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금봉산 정상 표지석

 

들꽃들을 보면서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금봉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점판암으로 만든 자그마한 사각기둥에 '南山 636M'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름도 아름답고 어감도 좋은 금봉산(金鳳山)으로 어서 바꿔야 할 텐데.....


*초롱꽃

 

금봉산 정상을 조금 지나면 낙엽송이 우거진 작은 숲이 나타난다. 숲 가운데 웅덩이처럼 움푹 파인 곳에는 초롱꽃이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한 모습으로 피어 있다. 한국이 원산지인 초롱꽃은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6~8월에 흰색 또는 홍자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는 꽃이 핀다. 종처럼 생긴 꽃은 아래로 쳐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초롱꽃을 들여다 보려면 머리를 낮추어야 한다. 초롱꽃의 유사종으로는 평북에서 자라며 짙은 자주색 꽃이 피는 자주초롱꽃, 울릉도에서 자생하며 자주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는 섬초롱꽃, 역시 울릉도에서 자라는 자주섬초롱꽃, 그리고 흰섬초롱꽃 등이 있다. 꽃이 아름다와 정원이나 화분에 심어서 키우기도 한다. 


*금봉산에서 바라본 충주호

 

헬기장을 지나 금봉산 산성 끝자락에 선다.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충주호에는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충주호 왼쪽에 있는 아담한 봉우리가 일향산이다. 일향산은 충주호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다. 충주호 뒤쪽으로 가로질러 가는 산맥은 지등산이다. 하늘이 부옇게 흐려서 시야가 그리 썩 좋지는 않다. 월악산은 윤곽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기린초꽃

 

허물어진 성곽의 돌틈바구니에는 기린초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기린초도 어디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다.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기린초는 6~7월에 원줄기 끝에서 산방상 취산화서로 노란색 꽃이 핀다. 근연종으로 섬기린초와 가는기린초, 속리기린초가 있다. 관상가치가 높아 바위틈이나 화단에 많이 심는다. 기린초의 어린 순을 살짝 데치면 담백한 나물이 된다. 기린초와 속리기린초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백삼칠(白三七) 또는 비채(費菜)라고 하는데 활혈해독(活血解毒), 이습소종(利濕消腫), 지혈(止血), 영심(寧心)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이나 각종 출혈증, 심계(心悸), 옹종(癰腫) 등을 치료한다.

 

*흰범꼬리꽃

 

산성의 끝자락에서 남쪽 성곽을 따라서 돌아오는 길에 오른다. 정상부 바로 아래 흰범꼬리 군락지가 보인다. 작고 하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이삭처럼 생긴 꽃이 지금 한창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인 흰범꼬리는 흰범의꼬리, 흰범꼬리풀이라고도 부른다. 유사종으로 가는범꼬리, 이른범꼬리, 씨범꼬리가 있다. 한국이 원산지로 6~8월에 피는 꽃은 이삭화서로 달리며 연한 붉은색을 띤다.


*계명산

 

산성을 떠나기 전 마즈막재 건너편에 우뚝 솟아 있는 계명산을 바라본다. 계명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태양에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시간이 늦지 않았다면 마즈막재로 내려가 계명산을 넘으면 좋을 텐데.....


*나리 꽃봉오리

 

샘골과 깔딱고개 삼거리를 지나 전망대 근처에서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나리꽃을 보았다. 아직 꽃이 다 피지 않아서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 중에서 어디에 속하는 녀석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중나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리는 백합과의 나리속 식물로 한국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종류들을 말한다. 백합도 나리속이지만 나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나리속은 크게 두 무리로 구별된다. 한 가지는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말나리, 산과 들에서 흔하게 자라는 하늘말나리처럼 줄기에 6~10장의 잎들이 줄기를 감싸고 있는 종류들이다. 다른 한 가지는 참나리나 땅나리처럼 그런 잎을 가지지 않은 종류들이다. 나리속은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관상화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나리속 중에서도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참나리다. 참나리는 7~8월에 가지끝과 원줄기끝에 4~20개의 꽃이 아래를 향해서 핀다. 꽃은 짙은 황적색 바탕에 흑자색 반점이 산포하고 뒤쪽으로 말린다. 잎은 줄기에 다닥다닥 달리고 호생하며 엽액에 흑갈색의 완두콩만한 주아(珠芽)가 달린다. 참나리는 꽃색이 붉고 뒤로 말렸다고 하여 권단이라고도 한다. 참나리의 유사종으로는 하늘말나리, 지리산하늘말나리, 누른하늘말나리, 섬말나리, 말나리, 날개하늘나리, 하늘나리, 솔나리, 검은솔나리, 흰솔나리, 큰솔나리, 땅나리, 털중나리, 중나리 등이 있다. 나리속은 하도 종류가 많아서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혼동하기 쉽다.

 

하늘나리는 6~7월에 원줄기끝과 가지끝에 곧추 위를 향해 1-5개의 안쪽에 자주색 반점이 산포하는 황적색의 꽃이 핀다. 잎은 호생하고 다닥다닥 달리며 선형인데, 엽병과 털이 없고 가장자리에 잔돌기가 있다. 하늘나리는 고산성식물로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작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날개하늘나리는 고산성 나리이며 한국에 자생하는 나리류 가운데 관상가치가 가장 높은 종이다. 특히 신종의 육종을 위한 유전자원으로 가치가 대단히 높다.  

 

중나리는 단나리라고도 하는데, 7~8월 원줄기끝과 가지끝에 약간 밑을 향해 2-10개의 꽃이 핀다. 피침형의 꽃잎은 황적색이고 안쪽에 자주색 잔점이 많이 있으며 뒤로 말리는 특징이 있다. 잎은 다닥다닥 호생하고 선형이다.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지만 원줄기와 더불어 잔돌기가 있다. 참나리 다음으로 키가 큰 대형 자생나리이다. 털중나리는 잎에 털이 많고 꽃이 화려하다. 자생 나리류들 가운데 재배가 가장 쉬운 종이다.

 

땅나리는 작은중나리 또는 애기중나리라고도 한다. 7월에 피는 꽃은 윗부분의 가지끝과 원줄기끝에 1-8개의 꽃이 땅을 향해 달린다. 황적색의 화피열편(花被裂片)은 6개로 안쪽에 뚜렷하지 않은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도피침형으로 뒤로 거의 완전히 말린다. 잎은 호생하고 다닥다닥 달리며 선형이다. 그리고 잎에 털이 없으며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반원형의 돌기가 있는 것도 있다. 꽃이 아래를 향해서 피기에 땅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땅나리의 종명인 callosum은 '자색 반점이 있다(callosus)'는 뜻이다. 

 

말나리는 7월에 줄기끝에 1-10개의 꽃이 옆을 향해 핀다. 화피열편은 피침형으로 황적색이며 안쪽에 짙은 자갈색 반점이 있다. 잎은 윤생엽과 경생엽이 있으며 4-9개의 윤생엽은 긴 타원형 또는 도란상 타원형이다. 그리고 털이 없고 양끝이 좁으며 밑부분이 점차 좁아져서 원줄기에 붙는다. 호생엽은 작지만 때로 도피침형인 것도 있다. 하늘나리는 말나리의 유사종이다. 말나리는 하늘나리와 비슷하지만 꽃이 옆을 향해 피며 인경(鱗莖)의 인편(鱗片)에 환절이 있는 것이 다르다. 섬말나리는 울릉도 특산식물이며 보통의 말나리에 비해 꽃에 황색빛이 더 많이 돌고 구가 조금 더 크다.

 

하늘말나리는 7-8월에 원줄기끝과 바로 그 측지끝에 1-3개의 꽃이 위를 향해 곧추 달린다. 화피열편은 피침형이고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빽빽하게 찍혀 있으며 갈고리모양으로 약간 뒤로 젖혀진다. 잎은 큰 윤생엽과 작은 호생엽이 있다. 윤생엽은 줄기 중앙에 6~12개씩 달리고 피침형 또는 도란상 타원형으로서 급하게 뾰족해진 끝과 점차적으로 좁아진 밑부분이 직접 원줄기에 달려 있다. 호생엽은 윗부분에 달리고 피침형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유사종으로 짙은 황색꽃이 피는 누른하늘말나리, 화피에 자주색 반점이 없는 지리산하늘말나리가 있다. 하늘말나리는 말나리와 비슷하지만 꽃이 하늘을 향해 피는 것이 다르다. 자생지에 따라 초장이 짧고 전체적으로 왜소한 왜성종도 나타난다.

 

솔나리는 7~8월에 1-4개의 꽃이 원줄기끝과 가지끝에 약간 아래를 향해 달린다. 화피열편은 짙은 연분홍색으로 안쪽에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뒤로 말린다. 잎은 호생하며 다닥다닥 달리고 가는 선형인데 위로 올라갈수록 짧아지고 좁아지며 털이 없다. 유사종으로 흰색꽃이 피는 흰솔나리, 검은 빛이 도는 홍자색 꽃이 피는 검은솔나리가 있다. 큰솔나리는 화피열편이 6개로서 피침형이며 짙은 홍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고 뒤로 강하게 젖혀져 있다. 솔나리는 꽃이 옆을 향해 피는데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식물이다.

 

참나리와 하늘말나리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비늘줄기는 굽거나 쪄서 먹을 수 있다. 나리속 식물들 중에서 참나리, 백합, 세엽백합의 비늘줄기를 한방에서 백합(百合)이라고 하는데, 둥굴레와 같이 보음약으로 분류된다. 백합은 윤폐지해(潤肺止咳), 청심안신(淸心安神)의 효능이 있어 폐결핵으로 인한 기침, 피가래, 허번경계(虛煩驚悸), 정신황홀(精神恍惚), 각기부종(脚氣浮腫), 불면증과 꿈을 많이 꾸는 증상을 치료한다. 백합을 생용하면 청심안신의 효능이 있으며, 꿀을 발라서 볶으면 윤폐지해의 효능이 증가된다.

 

*까치수염

 

까치수염은 아직 꽃봉오리만 맺혀 있다. 까치수영, 꽃꼬리풀이라고도 하는 까치수염은 앵초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으로 한국이 원산지다. 6~8월에 지름 7~12mm의 흰꽃이 줄기 꼭대기에서 꼬리처럼 옆으로 굽은 총상화서에 촘촘히 모여서 핀다. 꽃잎은 좁고 긴 타원형이다. 어린 순을 생으로 먹거나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까치수영과 큰까치수영의 전초를 한방에서 낭미파화(狼尾巴花)라고 하는데, 산어조경(散瘀調經), 청열소종(淸熱消腫)의 효능이 있어 월경불순, 월경통, 열감기, 인후종통, 화농성 유선염, 타박상, 염좌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 약재다.

 

*산수국

 

깔딱고개를 내려와 범바위약수터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 근처에는 산수국이 활짝 피어 있다. 백자색으로 피어난 산수국의 꽃이 청초한 느낌을 준다. 범의귀과의 산수국은 7~8월에 그 해에 자란 가지끝에 큰 산방화서가 달리며 털이 있다. 그 둘레에 있는 무성화는 꽃받침잎이 꽃잎같고 백홍벽색 또는 벽색이다. 양성의 꽃은 꽃받침잎이 작고 꽃잎과 함께 각각 5개이다. 산수국의 뿌리와 잎, 꽃은 팔선화라고 하여 생약재로 쓴다. 잘 안 쓰는 약재다. 유사종으로 둘레에 있는 꽃이 중성화가 아닌 양성화를 갖는 탐라산수국, 무성화의 꽃받침에 거치가 있는 꽃산수국, 제주도에서 자생하며 잎이 특히 두꺼운 떡잎산수국이 있다.


*산사열매

 

산사나무에는 열매가 많이도 열렸다. 아가위나무 또는 아그배나무라고도 하는 산사나무는 장미과의 낙엽활엽소교목이다. 한국이 원산지로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정원수나 공원수로 적합하다. 신맛이 나는 열매를 이용하여 떡이나 술, 정과 등 별미의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산사의 꽃은 잎이 나고 나서 4~5월에 백색 또는 담홍색으로 핀다. 꽃은 산방화서로 털이 있고 꽃잎은 둥글며 꽃밥은 홍색이다. 배꽃같은 작은 꽃이 몇 송이씩 뭉쳐서 핀다. 열매는 이과(梨果)로 둥글고 백색 반점이 있는데, 9~10월에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익는다. 조발조발 달린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꽃 못지 않게 아름답다. 근연종으로 잎이 크고 얕게 갈라지는 넓은잎산사, 잎과 화경 및 화서에 털이 있고 잎의 열편이 좁은 좁은잎산사, 잎이 깊게 갈라져 거의 완전한 우상복엽인 가새잎산사, 잎 뒷면과 소화경에 밀모가 있는 털산사, 잎이 갈라지지 않는 자작잎산사, 그리고 이노리나무가 있다. 

 

산사나무나 산리홍(山里紅), 야산사의 과실을 한방에서 산사라고 하는데 소화를 도와주고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고기먹고 체한 증, 징가, 담음(痰飮), 신물이 넘어오는 증, 장풍하리(腸風下痢), 요통, 산기(疝氣), 산후어혈, 오로(惡露), 어린아이가 젖이나 음식을 먹고 체한 증 등을 치료한다. 피를 잘 돌게 하고 음식을 잘 내려가게 해 주는 장기가 있어 임상에서 매우 많이 활용되는 한약재다. 나도 산사를 많이 쓰고 있다.


*박꽃

 

가음농원 맞은편 언덕에는 예전에 오두막집이 한 채 있었다. 떠꺼머리 총각이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세월이 흘러 두 모자는 어디론가 떠나고, 그 후 오두막집은 헐렸다. 오두막이 있던 자리에는 손바닥만한 밭뙈기가 일구어져 있다. 밭뙈기 한쪽 가에는 저절로 난 것으로 보이는 박덩굴에 하얀 박꽃이 환하게 피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초가지붕 위에 박덩굴을 올렸는데..... 내 어린 시절에 박은 바가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였다. 박덩굴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플라스틱 제품들이 나오면서부터다. 지금은 박덩굴을 구경하는 것조차 어렵게 되었다. 박꽃을 바라보니 그 옛날 마당가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멍석 위에 누워 옥수수를 먹으면서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던 추억이 떠오른다.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 반짝이고 초가지붕에는 하얀 박꽃이 별빛을 받아 교교하게 피어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내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다.

 

박은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성 식물로 덩굴손으로 다른 물건을 감으면서 자란다. 6~9월에 하얀색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핀다. 한 개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핀다. 꽃은 통꽃으로 꽃부리가 다섯 갈래로 갈라졌으며,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진다. 열매는 크고 둥근 장과로 지름이 30cm가 넘기도 한다. 박은 원래 아프리카에서 인도에 이르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던 식물로 한국에는 약 2천 년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의 신라편에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가 박처럼 생긴 알에서 나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박이 널리 재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박은 그 쓰임새가 아주 많다. 덜 익은 박은 속을 빼고 잘게 잘라서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잘게 자른 것을 말린 박고지는 반찬으로 쓰며, 박속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박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식물성 칼슘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발육이 부진한 어린이나 아이를 낳은 부인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그래서 요즘은 박이 웰빙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잘 익은 박은 반으로 잘라 속을 타고 삶아서 말린 뒤에 바가지를 만들어 쓴다. 요즘은 박 껍질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는 등 박 공예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감자꽃

 

밭뙈기에는 감자를 심어 놓았다. 흰색 바탕에 연한 보라색이 감도는 감자꽃이 피어나고 있다. 꽃모양을 보면 가지꽃과 매우 비슷하다. 감자는 가지과 가지속의 식물이기에 그렇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어릴 때부터 많이 불렀던 '감자꽃'이란 동요다. 충주출신의 권태응 시인이 쓴 유명한 동시다. 그래서 권태응을 감자꽃 시인이라고도 한다. 이 시는 간결한 언어를 통해서 자연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자주 감자'는 일본을,  '하얀 감자'는 조선을 상징한 것이라고 한다. 권태응 시인은 1918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 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을 다녔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이른바 '독서회 사건'에 연루되어 일본 치안유지법 위반혐의로 일 년동안 감옥살이를 하였다. 그 때 얻은 폐결핵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고 귀국해야만 했다. 귀국한 뒤 그는 한국의 자연과 아이들을 노래한 동요와 동시를 썼다. 그리고 1948년에 동요집 '감자꽃'을 냈다. 권태응 시인은 안타깝게도 1951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식용작물인 감자의 종류는 약 150가지나 된다. 모양과 크기도 다양해서 덩이줄기의 무게가 작은 것은 100그램에서 큰 것은 1.5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것도 있다. 원산지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안데스산맥이다. 감자는 16세기 후반 남미를 약탈하기 위해 들어온 스페인 정복자들이 유럽으로 전파하였다. 그 후 17세기에는 아일랜드에서, 18세기에는 독일과 영국에서 중요한 작물이 되었고, 19세기 초에는 전세계로 전해져 재배되었다. 감자는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통째로 굽거나 쪄서 먹기도 하고 푸딩을 만들기도 하며, 과자의 원료로도 쓰인다. 또 감자로 주정이나 빵을 만들기도 한다.  


*사과

 

등산로 입구에서 가음농원에 이르는 길은 과수원길이다.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들이 꼭 아기 주먹만하다. 사과는 장미과에 속하며 25종으로 이루어진 사과나무속 식물의 열매이다. 사과는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일 것이다. 사과나무속 식물은 남반구와 북반구의 온대지방이 원산지다.  사과는 유럽인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먹기 시작해 계속해서 품종개량을 해왔는데, 2천년 전에 이미 여러 품종들이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재래종인 능금을 재배했지만 최근에는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충주는 예로부터 사과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메밀꽃

 

사과나무 아래에는 메밀꽃도 피었다. 한 그루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재배하기 위해서 씨를 뿌린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난 것 같다. 메밀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모밀이라고도 한다. 강원도 평창은 메밀을 많이 재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메밀꽃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요한 공간적 배경도 강원도 평창이다. 그 소설에 나오는 메밀꽃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문학의 힘은 이토록 크다.

 

메밀은 영양분도 많고 맛도 좋아서 각종 음식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메밀쌀로는 밥을 짓기도 하고, 메밀가루로는 냉면이나 국수, 묵, 과자 등을 만든다. 메밀묵은 겨울철에 내가 특히 즐겨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메밀의 씨앗을 한방에서 교맥(蕎麥)이라고 하는데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혈압강하제 루틴(rutin)은 바로 이 메밀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밀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현기증이 나거나 마비증세가 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요즘 메밀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있다.

 

오늘도 금봉산을 오르면서 많은 풀꽃들을 만났다. 풀꽃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하게 된다. 그것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요 기쁨이다. 내가 애정과 관심을 기울인 풀꽃들은 내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그 풀꽃들은 언제나 나에게 향긋한 향기를 끊임없이 보내 온다. 연인을 향한 사랑처럼.....

 

2006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