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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국회비준에 대한 '한의생협'의 입장

林 山 2011. 11. 10. 09:37

한의사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준비위원회(이하 한의생협 준비위)에서는 최근 정부 여당의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 방침을 우려하며, 이에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 번째로 한의생협 준비위는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한미 FTA의 위험성에 주목한다. 

헌법 제34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동 제2항에는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여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증진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 FTA의 ‘허가-특허 연계’ 조항, 의약품 가격결정과 관련된 ‘독립적 민간검토기구’ 설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영리병원’에 대한 한국정부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협정부속서 등으로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이 뒤흔들릴 수 있다.

‘허가-특허 연계’ 조항이 적용되면 특허권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복제 약을 제조할 수 있다. 즉, 한국정부의 시판허가를 받기 전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통제를 받는다. 또한 의약품가격결정과 관련된 ‘독립적 민간검토기구’가 설치되면, 정부의 약값결정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그 결과 약값이 올라가면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될 것이다.

한미 FTA에서 가장 논란을 빚는 ISD조항은 외국 투자 기업이 해당국에서 부당하게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판단될 때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ISD로 인해 한국 정부는 미국 제약사와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갖가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협정 부속서 안에는 ‘영리병원’에 대한 한국정부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국에 산재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의 영리병원이 고착화되어 한국 의료정책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영리법인 병원의 규제가 느슨해지면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은 자명하다.

이처럼 한미 FTA는 의약분야에서 다국적 기업,대자본이 한국 정부의 결정 권한을 능가할 수 있는 여러 조항을 포함하고 있기에 우리는 한미 FTA를 크게 우려한다. 

두 번째로 한의생협 준비위는 한미 FTA가 농업분야에 미치는 악영향에 주목한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한미 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산업분야가 농축산업이라고 예측한다.
 
한미 FTA가 체결되기 전인 현재도 몇몇 다국적 종자대기업이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많은 종묘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 다국적 대기업들의 종자는 그 기업과 연계가 있는 특정회사 제품의 농약에만 반응하거나 한해만 경작이 가능한 등의 유전자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자칫 종자와 식량의 무기화까지 가능한 상황이다.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이들 다국적 종자기업의 한국농업시장 지배력은 더욱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이 이들 다국적 종자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결과마저 초래될 수 있다.

농업시장을 장악한 다국적 대기업들에 의해 종자나 비료, 농약의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국내농업분야는 큰 타격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농업인구는 감소하고 농지면적은 줄면서 농촌지역공동체는 황폐화되고 식량자급률은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한의생협 준비위는 한미 FTA가 국산한약재재배에 피해를 줄 가능성에 주목한다.

화학적으로 합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농산물로 생산되는 한약재도 농업분야피해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한미 FTA의 결과 한약재의 가격이 급등하여 한약재의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재배환경이 악화되어 수입산 한약재와의 가격차이가 벌어지면, 농민이 국산한약재 재배를 포기하게 된다.

국산 한약재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면 수입산 한약재의 가격 폭등을 유발하고 한약재의 수급 불리로 인해 한의계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보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는 누구의, 어떤 이익을 위한 협상인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자동차, 반도체 등 특정제조업분야의 관세철폐를 통해 수출증대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위하여 국민의 먹을거리와 건강하게 살 권리를 저당 잡힌다면, 이것은 누구를 위한 협상인가? 한미 FTA가 초래할 수 있는 의료민영화와 국내농업붕괴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마저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한의사들 스스로 한의계의 여러 당면 문제를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협동공동체로 출범한 한의생협 준비위 구성원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해 우려와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 

2011년 11월 8일 

한의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준비위원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