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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리지널 '맘마미아'를 보고

林 山 2013. 12. 10. 15:11

뮤지컬 '맘마미아'가 끝나고 배우들의 무대 인사


2013년 12월 7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는 뮤지컬 오리지널(Musical original) '맘마미아(Mamma Mia)'를 보기 위해 4시 진료를 마치자마자 서울을 향해 차를 몰았다. 홀 이름이 삼성전자홀인 것을 보니 여기도 삼성공화국인가 보다. 7시 경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공연을 보러 온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블루스퀘어 앞은 바야흐로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20여 분을 기다려도 도무지 차들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무슨 공연을 하겠다는 것인지! 블루스퀘어에서 하는 공연은 다시는 보러 오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을 했다. 공연시간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헐레벌떡 삼성전자홀 로비로 올라가니 안내원들이 공연장의 문을 막 닫으려 하고 있었다.  


1층 무대 바로 앞 VIP석에 자리를 잡고 나자 곧 막이 올랐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막이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도무지 극중의 스토리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인은 배우들의 립 싱크(lip sync)에 있었다. 배우들이 오케스트라나 밴드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기를 틀어놓고 입만 뻥끗뻥끗하니 도대체 감정 전달도 잘 안되고, 몰입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립 싱크 뮤지컬을 보려고 거금 15만원이란 관람료를 지불한 것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몬테카지노(Montecasino) '더 떼아트로(The Teatro)'에서 보았던 오리지널 뮤지컬 '라이온 킹(The Lion King)'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렸던 오리지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보았을 때의 그런 감동을 기대했건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공연장도 서울 예술의전당에 비해서 매우 빈약했다.  


뉴욕의 '윈터 가든 씨어터(Winter Garden Theatre)'에서 공연하는 브로드웨이(Broadway) 뮤지컬 '맘마미아'의 입장료는 오케스트라석이 120달러다. 요즘 환율이 1,052원 정도 되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2만6천원 정도 될 거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맘마미아'는 물론 당연히 라이브 공연이고, 입장료만 내면 공연 프로그램 책자(플레이빌)도 무료로 준다. 블루스퀘어에서는 플레이빌(playbill)도 만원이나 주고 사야 했다. 공연을 보고 난 뒤에는 플레이빌을 괜히 샀다는 후회가 들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줄거리는 이렇다.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도나 쉐리단(Sara Poyzer 분)과 아버지 없이 키운 사랑하는 딸 소피 쉐리단(Victoria Serra 분), 그리고 세 명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도나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채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온 매우 강하고 독립적인 중년 여성이다. 


같은 마을 청년 스카이(Bart Edwards 분)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 소피가 자신의 아버지가 될 사람을 초대하는 청첩장을 우체통에 넣으면서 뮤지컬은 시작된다. 소피는 아버지를 모른다는 것이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엄마가 처녀 시절에 쓴 일기장을 훔쳐보고 세 명의 남자를 자신의 아버지 후보로 지목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소피는 아무도 모르게 도나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청첩장을 보낸다. .

 

도나는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20년만에 중년의 남자가 되어 돌아온 세 명의 옛 남자 친구 샘 카마이클(Richard Standing 분)과 해리 브라이트(Keiron Crook 분), 빌 오스틴(Michel Beckley 분)을 보자 깜짝 놀란다. 소피는 한때 엄마의 연인이었던 세 남자들에게서 아버지를 찾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세 남자는 모두 자신이 소피의 아버지라고 착각을 하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도나는 가장 깊은 사이였던 샘이 갑자기 다시 나타나 자신의 인생에 개입하려 하자 단호하게 거절한다. 젊은 시절 도나와 함께 밴드를 했던 오랜 친구 로지(Sue Devaney 분)와 타냐(Geraldine Fitzgerald 분)는 도나를 다독이면서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돕는다. 


ABBA : Dancing Queen (Live Australia '77)


한편 스카이는 소피의 계획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자신과 결혼하려는 이유를 오해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도나와 소피의 갈등도 심해진다. 그러나 해리와 한때 사랑을 나눴던 과거를 추억하면서 마음이 누그러진 도나는 소피의 웨딩드레스를 입혀주면서 모녀간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소피의 부탁으로 도나는 아버지 대신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기로 한다. 도나와 샘은 오랫동안의 오해를 풀고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회복한다. 


평범한 결혼을 통해서 이뤄진 가족이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소피는 스카이와 결혼식을 올리는 대신 둘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소피는 마침내 누가 진짜 생물학적 아버지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결혼식의 주인공은 딸 대신 도나와 샘으로 바뀐다. 로지는 빌, 타냐는 해리와 약혼을 한다. 소피는 더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을 부르면서 스카이와 함께 먼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맘마미아'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2008년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영국의 필리다 로이드(Phyllida Lloyd)가 감독한 영화 '맘마미아'는 도나 역에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소피 역에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샘 역에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 등 화려한 배역으로 화제가 됐었다. 개봉 당시 13개국에서 박스오피스(box office) 1위를 기록하면서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작품', '전 세계 400개 이상 주요 도시에서 오픈', '전 세계적으로 5천4백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 '지금도 평균 1만7천명 이상의 관객이 매일 밤 관람 중', '<캣츠>, <미스사이공>, <오페라의 유령>등 고전 대작들을 제치고 뮤지컬 역사상 전 세계에 가장 빠르게 퍼진 뮤지컬', '세계 뮤지컬 영화 흥행 1위, 총 영화 흥행수입 6억120만불'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뮤지컬 '맘마미아'에 대한 이런 수식어들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또 '맘마미아'가 오리지널 뮤지컬이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SBS와 인터파크씨어터, 신시컴퍼니가 공동으로 주최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뮤지컬 '맘마미아'는 립 싱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립 싱크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영화 '맘마미아'를 보고 말지 뮤지컬을 보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댄싱 퀸(Dancing Queen)'이 나올 때 극중에 몰입된 관객들이 일어나서 함께 흥겹게 춤도 추고 해야 하는데, 그런 관객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관객들도 극중 몰입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뮤지컬이 끝난 뒤 배우들의 춤과 노래, 멘트를 곁들인 무대 인사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ABBA : I Have A Dream


2013.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