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옥폭포
탁사등봉(707m)과 662m봉 사이에 있는 작은 새재(小鳥嶺)를 넘으면 수옥정과 수옥폭포가 있다. 작은 새재는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와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를 연결하는 고개다. 원풍리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를 잇는 백두대간 새재(鳥嶺)보다 낮은 고개라고 해서 작은 새재라고 부른다. 지금은 3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고, 소조령터널이 뚫려서 작은 새재는 한적한 길이 되고 말았다.
수옥폭포는 백두대간 마역봉(마패봉, 927m)-새재-깃대봉(844m)에서 755m봉-654m봉-499m봉으로 뻗어내린 능선과 마역봉에서신선봉(할미봉, 967m)-662m봉-작은 새재-탁사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사이의 깊은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3단 폭포이고, 낙차는 약 20m이다. 상류의 두 곳에는 깊은 소가 있다.
폭포 바로 아래 언덕에는 수옥정이 있다. 수옥정은 1711년(숙종 37년)에 연풍 현감 조유수(趙裕壽)가 숙부인 동강(東岡) 조상우(趙相愚)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 조유수가 지은 정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폐허가 되었고, 지금의 팔각정은 1960년에 괴산군에서 새로 세운 것이다.
폭포 암벽에는 '崇禎後二辛卯東岡趙子直爲作亭子姪裕壽書(숭정후 2 신묘, 동강 조자직 위작정, 자질 유수 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상류의 2단에서 떨어지는 깊은 소는 조유수가 사람을 시켜서 판 것이라고 한다. 물을 소에 모아서 떨어뜨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수옥폭포 위에는 수옥정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상류에는 한국과 중국 합작으로 만든 내몽고민속촌(內蒙古民俗村)이 있다. 내몽고민속촌은 2004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세웠다고 하는데, 한번도 가본 적은 없다.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
수옥정에서 원풍천을 따라 조금 내려가가다가 국도변 산기슭의 암벽에 새겨진 고려시대의 마애이불병좌상(磨崖二佛幷坐像, 보물 제97호)을 찾았다. 12m 높이의 암벽에 세로 3.6m, 가로 3.6m의 방형 감실(龕室)을 파고, 그 안에 나란히 앉은 불상 2구와 화불(化佛)을 조각했다. 두 불상의 눈은 선정에 든 듯 반쯤 감고 있었다. 바라볼 때 오른쪽의 불상은 코와 왼쪽 뺨이 패어 있고, 왼쪽의 불상은 뭉툭한 코에 입을 꽉 다물고 있어 강한 인상을 주었다. 불의(佛衣)는 배 부근까지 깊게 파인 통견(通肩)으로 가슴에는 승각기(僧脚崎)가 표현되어 있었다. 옷주름은 굵은 선각으로 표현했다. 배 아래 부분은 마멸이 심하여 거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불상의 좌우 여백에는 보살상이 새겨져 있고, 광배(光背)에는 각각 5구의 화불이 새겨져 있었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채색의 흔적으로 볼 때 당시에 채색 불상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불병좌상은 법화경(法華經)의 다보여래(多寶如來)와 석가여래(釋迦如來)를 표현한 것으로 중국 북위시대에 유행했던 양식이다. 전대전사출토금동이불병좌상(傳大典寺出土金銅二佛幷坐像)과 통도사 영산전 벽화인 견보탑품변상(見寶塔品變相, 보물 제1711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불상 양식이다.
괴산 연풍에서
오랜만에 다시 찾은 조령산 수옥정
수옥폭포는 여전한데 세월만 흘렀네
원풍리 바위절벽 마애이불병좌상
부처님 두 분 다정히 선정에 드셨네
2015. 5. 5.
'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벌재를 넘어서 (0) | 2015.05.11 |
---|---|
백두대간 이화령을 넘어서 (0) | 2015.05.09 |
수안보면 중산지를 찾아서 (0) | 2015.05.07 |
서해안 최북단 섬 교동도 기행 (0) | 2015.04.25 |
충주호 둘레길을 가다 (0) | 2015.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