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부소나무
5월 5일 어린이날 하늘은 한없이 맑았다.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점심 때가 다 되어 수안보면 중산리 상촌마을에 들렀다. 초마면(炒碼麵, ちゃんぽん)으로 유명하다는 상촌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상촌마을 들판 한가운데에는 ㄱ자로 굽은 소나무와 바로 그 뒤에 또 한 그루의 소나무가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었다. 노인부부소나무 일명 내외소나무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 전 한 노인이 슬하에 딸 하나만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자 이곳에 묻혔고, 무덤 주변에 심었던 소나무가 자라 지금의 내외소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ㄱ자로 굽은 소나무는 할머니 소나무, 그 뒤 구부정한 소나무는 할아버지 소나무라고 했다. 시집간 딸자식이 걱정되었던 것일까? 할머니 소나무는 허리가 90도로 꺾여 있었다. 할아버지 소나무는 안쓰러운 듯 할머니 소나무의 등을 토닥여 주는 듯 했다.
상촌식당 마당에는 먼저 온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할 수 없이 좀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초마면 주문을 하니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초마면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시간이나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중산지
법수동 수몰지
중산리 법수동 망향의 비
중산지에서
하늘도 푸르고 산도 푸르다
물빛도 푸르고 나도 푸르다
중산리 법수동 수몰지에는
망향비만 쓸쓸하게 서 있다
적보산(積寶山, 일명 첩푸산)과 석문봉, 망대봉, 대미산으로 둘러싸인 중산리 골짜기에는 1982년에 준공된 중산저수지(中山貯水池)가 있었다. 저수지 둑에는 조사 두어 명이 잔잔한 수면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었다.
중산저수지의 완공으로 수몰된 법수골 주민들은 타지로 이주하였다. 수몰지 언덕에는 망향비가 세워져 있었다. 비석에는 망향가가 새겨져 있었다.
향우여 우리에겐 법수동이 있다
님들이 편히 쉴 곳 오직 여기뿐
그리운 고향 산천 물에 잠기어
옛모습 흐려지고 추억만 있네
세월이 흘러가고 강산 변해도
법수동 정취만은 영원하리라
(2001년 5월 1일 법우회)
중산저수지 상류 골짜기는 고운리였다. 고운리에서 온천리 수안보면 주민자치센터 소재지로 넘어가는 길은 없었다. 산골짜기 막다른 마을 고운리는 유유자적하면서 숨어 살기 딱 좋은 그런 마을이었다.
201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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