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도(La Danse macabre Op.40)>는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가 1874년에 만들어 Madame C. Montigny Remaury(1843~1913)에게 헌정한 1악장의 교향시다. 초연은 1875년 파리에서 이루어졌다. <죽음의 무도>는 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곡된 교향시로 다양한 악기편성의 편곡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편성은 피콜로,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실로폰, 베이스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 하프, 현악기로 되어 있다.
생상스(Saint Sans) - Symphonic Poem, Dance Macabre, Op.40(교향시 '죽음의 무도')
Symphony Orchestra of The Marcin Józef Żebrowski Music School in Częstochowa, Poland
Zygmunt Nitkiewicz - conductor
프랑스의 작곡가 생상스가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우던 1870년대에 상징주의 시인 앙리 카잘리스(Henri Cazalis, 1840~1909)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교향시이다. 1875년의 초연 당시에는 혁신적인 음향과 묘사로 호평을 받지 못했으나, 이후 생상스가 쓴 4개의 교향시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되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 많은 매체에 의해 빈번하게 소개되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19세기 교향시의 대표작이다.
지그, 지그, 지그, 박자에 맞춰
죽음은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와 춤을 춘다.
한밤중에 울리는 죽음의 춤의 노래
지그, 지그, 지그,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겨울바람 휘몰아치는 어두운 밤
보리수나무로부터 들려오는 신음소리.
허연 해골이 어둠속에 나타나
수의를 펄럭이며 뛰어 오른다.
지그, 지그, 지그, 해골들이 뛰어 놀며
춤추는 뼈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탐욕스러운 연인은 이끼 위에 앉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희열을 맛본다.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은 계속해서
악기를 할퀴며 연주한다.
수의가 떨어졌다! 벌거벗은 무희를
파트너가 사랑스럽게 안아준다.
그 여인은 후작부인이나 남작부인이라 했던가.
그리고 그녀의 용맹하고 가난한 목수.
경악스럽도다! 그녀는 마치
그 시골뜨기가 남작인 것처럼 구는구나.
지그, 지그, 지그, 사라방드를 추며
모두가 손을 잡고 빙빙 돈다.
지그, 지그, 지그, 군중 속에서
왕이 농부와 춤을 춘다.
쉿! 갑자기 춤이 그치고,
서로 밀며 도망간다. 새벽닭이 운 것이다.
오 불행한 세계의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과 평등은 영원하리!
생상스(Saint Sans) - Symphonic Poem, Dance Macabre, Op.40(교향시 '죽음의 무도')
Les Clefs de l'orchestre de Jean-François Zygel
avec l'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죽은 자들이 돌아와 한밤중에 무도회를 연다는 괴기스러운 이야기는 서구 유럽의 오래된 전설로, 19세기의 많은 예술가들을 매혹시켰던 소재였다. 한밤중에 종이 울리면 죽음의 신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하고 무덤에서 일어난 해골들이 춤을 춘다는 카잘리스의 시를 토대로 생상스는 1872년 피아노 반주에 의한 가곡을 작곡하였는데, 2년 후에는 특유의 천재적인 관현악법을 발휘해 이를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로 재탄생시켰다. 성악 성부 대신 독주 바이올린 성부를 포함시키고 다양한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음색을 이용함으로써 더욱 환상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하였는데, 특히 죽음에 의해 연주되는 바이올린의 음산한 불협화음과 해골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형상화한 실로폰 음은 생상스 특유의 표현력을 잘 보여준다. 또한 〈죽음의 무도〉에서는 원작시의 묘사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생상스 자신의 해학적인 해석도 엿볼 수 있다. 유머러스한 해골들의 춤 선율을 통해 죽음은 위트 있고 따스한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이다.
생상스(Saint Sans) - Symphonic Poem, Dance Macabre, Op.40(교향시 '죽음의 무도')
교향시 〈죽음의 무도〉는 생생한 묘사와 풍부한 관현악법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생상스 최고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동시대 및 후대 작곡가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 리스트(Franz Liszt)는 이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였으며, 이후 호로비츠(Horowitz) 또한 이 작품을 비르투오소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연주하였다. 현재 교향시뿐만 아니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버전, 오르간을 위한 버전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연주되고 있다. 1980년 미국의 PBS 방송에서 만든 할로윈 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피겨 스케이트 선수 김연아가 2008~2009 시즌에서 쇼트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배경음악으로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피겨 스케이팅을 펼친 끝에 우승한 바 있다.
생상스(Saint Sans) - Symphonic Poem, Dance Macabre, Op.40(교향시 '죽음의 무도')
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or:Leopold Stokowski.
자정을 알리는 12번의 종소리가 하프에 의해 울린 후, 죽음의 신이 연주하는 독주 바이올린의 기괴한 화음이 스코르다투라(Scordatura) 주법으로 울려 퍼진다. 스코르다투라는 ‘잘못된 튜닝’이라는 뜻으로, 음정을 원래와 다르게 튜닝하여 연주하는 기법이다. 여기서는 원래 A와 E로 튜닝해서 연주하는 바이올린 현들을 A와 E♭으로 튜닝하고, 두 현을 함께 울려서 ‘악마의 음정’이라고 불리는 증4도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음산하고 강렬한 바이올린 화음에 이어 플루트 소리와 함께 무덤에서 해골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정열적인 바이올린 선율로 죽음의 무도는 시작되고, 해골들이 뼈를 부딪치며 춤을 추는 소리가 실로폰으로 묘사된다. 이 실로폰 선율은 생상스가 몇 년 뒤 작곡한 〈동물의 사육제〉의 제12곡인 ‘화석’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무도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중세부터 내려오는 성가인 ‘진노의 날’(Dies irae)에서 따온 주제를 따라 흥겨운 왈츠를 춘다. 하지만 갑자기 여명이 밝아오며 새벽닭의 울림소리를 오보에가 알리자, 해골들은 재빨리 무덤으로 돌아가고 바이올린의 아쉬운 여운과 함께 끝을 맺는다.(클래식 백과)
2017.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