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사육제(Le Carnaval des animaux: Grande Fantasie zoölogique)>는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가 1886년 2월 완성한 14악장의 관현악 소품이다. 초연은 1922년 2월 26일에 있었다. 편성은 바이올린 2,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첼레스타, 실로폰, 피아노 2로 되어 있다. 〈동물의 사육제〉는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생상스의 작품이다. 작은 실내 오케스트라 편성에 피아노 2대가 추가된다. 동물을 주제로 총 14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개별 악장에 따라 악기 편성의 차이를 보인다.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ns) - Carnival of the Animals(동물의 사육제)
Symphony Orchestra of The Stanisław Moniuszko Music School in Wałbrzych, Poland
Małgorzata Sapiecha - conductor
1886년 2월 오스트리아의 짧은 공휴일, 생상스는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하였다. 이 작품은 25년 전 그의 학생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같은 해, 흔히 ‘팬케이크 데이’라고 불리는 참회 화요일 저녁에 초연되었다. 총 14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작곡가의 재치와 유머가 과감히 발휘된 작품이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장 필립 라모(Jean Philippe Rameau, 1683~1764)의 것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라모는 이미 1724년 〈클라브생 모음집〉(Pièces de clavecin, 1706~1747)에서 악기의 음색과 연주기법으로 동물의 소리를 재현한 바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사육제〉에서 생상스는 사자, 캥거루, 닭, 물고기와 같이 뚜렷한 특징을 가진 동물들에 대한 윤곽을 이미 정하였다. 또한 작품에서 닭 우는 소리와 같은 의성어뿐만 아니라 선율적으로도 베를리오즈나 오펜바흐의 선율을 차용하여 재밌게 동물의 소리를 표현했다.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ns) - Carnival of the Animals(동물의 사육제)
DANIJEL GAŠPAROVIĆ i NIKOLA KOS, klaviri
KOMORNI ANSAMBL MUZIČKE AKADEMIJE U ZAGREBU
〈동물의 사육제〉의 성공은 두말할 것 없이 대단하였다. 하지만 생상스는 이 작품이 미래에 연주되는 것에는 일말의 두려움을 가진 듯해 보인다. 그 스스로가 13번째 곡 ‘백조’를 제외하고 작품이 출판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추측하고 있는데, 아마도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가 생상스 스스로 〈동물의 사육제〉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작곡가는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작품인 〈동물의 사육제〉보다는 진중한 음악에 더 가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곡은 결국 생상스의 죽음 이후, 그의 출판업자가 출판하였고,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의 사육제〉는 아주 짧은 시간에 인기를 모은 (프랑스 작곡가에 의한 작품 중)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들의 대표가 되었다.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ns) - Carnival of the Animals(동물의 사육제)
Elio e i Cameristi al Teatro alla Scala. Direttore: Alessandro Ferrari.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ns) - Carnival of the Animals(동물의 사육제)
Pianists: Vivian Troon, Roderick Elms. Conductor: Andrea Licata.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동물의 사육제〉는 ‘동물학적 환상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부제가 말하듯이 동물들을 음악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가 선택한 동물에는 사자, 캥거루, 닭, 코끼리 등이 있으나 ‘피아니스트’(11곡)와 ‘화석’(12곡)과 같이 동물원을 떠올릴 때 의아할 수 있는 대상을 묘사한 악장도 있다. 아마도 이는 생상스의 익살스러움과 재치가 표현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1곡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Introduction and Royal March of the Lion)
O'Doan Duo, Seattle Youth Orchestra
1곡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Introduction and Royal March of the Lion). 느린 서주가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서주 이후 피아노의 행진곡풍에 맞춰 등장한 낮은 현의 소리가 사자의 등장을 알린다. 위험하지만 위엄 있는 사자가 반음계의 움직임으로 표현되었다.
2곡 암탉과 수탉(Poules et coqs, Hens and Roosters)
2곡 암탉과 수탉(Poules et coqs, Hens and Roosters)
2곡 암탉과 수탉(Poules et coqs, Hens and Roosters). 아주 짧은 곡이지만 총 4개의 악기, 피아노 2,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가 참지 못하고 우는 닭의 소리를 재현하고 있다. 이미 곡은 라모의 〈암탉〉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라모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한다.
3곡 야생 당나귀(Wild Asses) - Slovak Radio Symphony Orchestra, ondrej Lenard
3곡 야생 당나귀(Wild Asses). 짧은 음가의 음들이 끊임없이 연주되어 길들여지지 않은 당나귀를 묘사한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에 의해 연주된다. 선율은 오르락내리락하며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선보일만한 화려한 곡이다.
4곡 거북이(Tortoises)
4곡 거북이(Tortoises). 한 대의 피아노와 현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 역시도 상당히 짧다. 피아노가 느린 거북이의 걸음을 묘사하는 가운데 현이 거북이의 느리고 굼뜬 움직임을 묘사한다. 흥미롭게도 여기에 사용한 선율은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오〉의 유명한 캉캉 선율에서 가져왔다. 원곡은 상당히 빠른 템포의 곡인데 생상스는 이 선율을 느린 거북이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여기서 생상스의 또 다른 재치를 엿볼 수 있다.
5곡 코끼리(L'éléphant, The Elephant)
5곡 코끼리(L'éléphant, The Elephant). 거대한 코끼리가 조심성 없이 뛰어노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생상스는 더블 베이스로 이 모습을 그렸는데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천벌〉의 ‘바람 요정의 춤’ 선율을 인용한 것이다. 가벼운 바람 요정을 묘사한 선율을 무거운 코끼리에게 붙였다는 것에서 생상스의 풍자적인 면이 엿보이기도 한다.
6곡 캥거루(Kangaroos)
6곡 캥거루(Kangaroos).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하게 뛰어다니는 캥거루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7곡 수족관(Aquarium)
7곡 수족관(Aquarium). 첼레스타, 플루트, 두 대의 피아노와 실로폰, 그리고 현악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다른 동물들에 대한 작품과 비교할 때 꽤 많은 악기 편성을 가지고 있다.
8곡 귀가 긴 사람들(Characters with Long Ears)
8곡 귀가 긴 사람들(Characters with Long Ears). 두 대의 바이올린은 각각 고음역대와 저음역대로 나누어 연주된다. 사람들이라고 묘사되어 있지만 귀가 길다는 수식어에서 귀가 긴 동물을 묘사한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
9곡 숲 속의 뻐꾸기(The Cuckoo in the Depths of the Woods)
9곡 숲 속의 뻐꾸기(The Cuckoo in the Depths of the Woods). 피아노와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 이 곡은 단순한 화음의 피아노가 숲을, 클라리넷이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묘사한다.
10곡 새장(Aviary)
10곡 새장(Aviary). 플루트와 피아노, 현으로 연주되는 이 곡은 제목은 새장이지만 새를 묘사한 작품이다. 트레몰로가 빠르게 날갯짓을 하는 새의 움직임을 묘사한다. 특히 플루트 주자에게 있어 뛰어난 기량을 요구하는 곡이다.
11곡 피아니스트(Pianists)
11곡 피아니스트(Pianists). 〈동물의 사육제〉에 인간이, 그것도 피아노 연주자의 등장은 다소 우스운 점이 있다. 제목에서 기대되는 것과 달리 마치 체르니 연습곡을 연상시키는 쉬운 음계로 되어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곡에 대해 작곡가가 특별한 설명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초보자가 치는 것과 같이 연주해야 한다고 지시를 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 아니던가!
12곡 화석(Fossils) - Slovak Radio Symphony Orchestra, ondrej Lenard
12곡 화석(Fossils). 클라리넷과 실로폰, 현과 피아노 편성의 이 곡은 생상스의 풍자적인 작품이다. 그의 〈죽음의 무도〉를 시작으로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를 포함하여 프랑스의 오래된 노래 3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의 아리아 선율 등을 인용하였다.
13곡 백조(Le Cygne, The Swan) -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13곡 백조(Le Cygne, The Swan) - Balazs Szokolay, Szokolay, Balazs
13곡 백조(Le Cygne, The Swan). 첼로와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이 곡은 재치와 유머 풍자의 해학이 담긴 이전 곡들과 달리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곡이다. 〈동물의 사육제〉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다. 특히 안나 파블로바에 의해 발레리나들의 꿈이 된 ‘빈사의 백조’에 사용된 음악이 바로 이 생상스의 ‘백조’이다.
14곡 피날레(Finale)
14곡 피날레(Finale) - Seattle Youth Symphony Orchestra
14곡 피날레(Finale). 모든 악기가 전부 사용된 이 곡은 악기만큼 이전에 나온 동물들 역시도 모두 등장한다.(클래식 백과)
2017.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