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저우싱츠(周星馳) 주연의 홍콩 무협 코미디 영화 '루딩지(鹿鼎记)'

林 山 2019. 10. 6. 15:35

남들을 웃기려면? 나는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한다. 진정한 광대(개그맨, 코미디언)라면 말이다. 홍콩 특유의 코미디 영화의 간판 저우싱츠(周星馳, Stephen Chow)도 그럴까? 저우싱츠의 연기는 아주 심각한 일도 웃음 한방으로 날려버리지만, 그 웃음 뒤에는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기 짝이 없는 허무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영화 '루딩지' 포스터


케이블 TV Asia M 채널에서 왕징(王晶) 감독, 저우싱츠, 린칭샤(林青霞,  Brigittle Lin) 주연의 '루딩지(鹿鼎記, Royal Tramp, 1992)'가 재방영되었다. 주성치 영화 코드를 매우 좋아하기에 그가 출연한 영화라면 무조건 보는 편이다. 우멍따(吴孟达)가 빠지면 주성치 영화가 아니다. 홍콩 코미디물 영화의 단골 배우 첸보샹(陳伯祥)도 나온다. 


셴롱쟈오주(神龙敎主)로 분한 린칭샤


'루딩지'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1992년 홍콩에서는 '루딩지'와 '루딩지 II - 셴롱쟈오(神龙敎)'라는 제목으로 각각 개봉되었다. 국내에는 저우싱츠, 린칭샤 주연의 '루딩지 II - 셴롱쟈오'가 '녹정기 2' 라는 제목으로 먼저 소개되었고, 앞부분에 '루딩지'의 축약본이 함께 편집되어 있다. 이후 '녹정기'는 '주성치의 신룡교'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루딩지'에는 린칭샤뿐만 아니라 첸더룽(陈德容), 짱민(張敏), 리자신(李嘉欣), 츄수젠(邱淑贞) 등 미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여 남성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중화민궈(中華民國, 臺灣) 출신의 린칭샤는 묘한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홍콩 미녀 배우다. 첸더룽도 미녀 배우지만, 언니 첸파룽(陳法蓉)도 1989년 미스 홍콩 출신 미녀 배우다. 짱민은 1988년 미스 홍콩 출신의 미녀 배우다. 리자신은 중국 연예계 10대 미녀 중 2위로 선정된 미녀 배우다. 일명 '동방의 진주'라 불린다. 츄수젠은 홍콩 원조 미녀 배우다.


웨이샤오바오로 분한 저우싱츠


'루딩지'는 2018년 10월 30일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홍콩의 무협소설 대가 진용(金庸)이 쓴 동명의 장편 무협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루딩지'는 홍콩 밍바오(明報)에서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연재되었다. '루딩지'는 진용이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다.


진용은 '루딩지' 외에도 '싀댜오잉쇼촨(射雕英雄传)', '신댜오샤뤼(新雕侠侣)', '이티엔투롱지(倚天屠龍記)' 3부작으로 이루어진 '잉슝먼(英雄門)'과 '샤오아오쟝후(笑傲江湖)' 등 유명 장편 대하 무협소설를 쓴 작가이다. 중국에서는 대문호 바진(巴金) 루쉰(魯迅), 충야오(瓊瑤)를 제치고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진용은 1955년부터 1972년까지 17년 동안 '수지엔은처우루(書劍恩仇錄, 1955)', '삐쉬에지엔(碧血劍, 1956)', '싀댜오잉쇼촨(잉슝먼 1부, 1957)', '신댜오샤뤼(잉슝먼 2부, 1959)', '쉬에산페이후(雪山飞狐, 1959)', '페이후와이촨(飞狐外传, 1960)', '이티엔투롱지(잉슝먼 3부, 1961)', '위안양따오(鴛鴦刀, 1961)', '빠이마샤오시펑(白馬嘯西風, 1961)', '리엔청쥐에(連城訣, 1963)', '티엔룽빠부(天龙八部, 1963)', '샤커싱(俠客行, 1965)', '샤오아오쟝후(1967)', '위에뉘지엔(越女劍, 1970)', '루딩지(1972)' 등 총 15종의 무협소설을 썼다. 진용은 '위에뉘지엔'을 제외한 14작품의 첫 글자를 따서 대련을 지었다.


飛雪連天射白鹿 사람들은 온 천지 휘몰아치는 눈발 속에 흰사슴을 쫓는데

笑書神俠倚碧鴛 글을 조롱하는 신비한 협객은 푸른 원앙새와 인연을 맺네


저우싱츠와 컴비로 출연한 우멍따


'판칭푸밍(反淸復明)'의 기치를 내걸고 결성된 티엔띠후이(天地会)와 셴롱쟈오는 칭(淸)나라의 용맥(龍脈)과 보물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을 훔치고 캉시띠(康熙帝)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 티엔띠후이의 일원인 웨이샤오바오(韋小寶)는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황궁에 들어갔다가 캉시띠의 인품에 반해 황제를 도와 셴롱쟈오와 다른 사악한 무리들의 음모를 물리치고 그 공으로 루딩꿍(鹿鼎公)과 티엔띠후이의 당주가 된다. 


'루딩지'에서 웨이샤오바오는 기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타고난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 반해 젊은 황제 캉시띠는 웨이샤오바오와 우정을 쌓아나간다. 캉시띠는 순지띠(順治帝)의 셋째 아들로 7세 때 황위에 올랐으나 실권을 장악한 것은 15세부터였다. 웨이샤오바오는 사악한 무리들을 평정한 공으로 높은 벼슬도 얻고, 엄청난 부자가 되며, 일곱 명이나 되는 절세 미녀들을 아내로 맞이한다. 허당 웨이샤오바오의 초절정 해피 엔딩이다. 


저우싱츠와 컴비로 출연한 첸보샹


'루딩지 II'에서는 웨이샤오바오의 활약으로 황궁에서 도망쳐 나온 가짜 태후는 셴롱쟈오주 자리를 물려받아 핑시왕(平西王) 우싼구이(吳三桂)와 더불어 반란을 도모한다. 하지만, 사십이장경에 숨겨져 있는 보물과 용맥에 눈이 어두워진 우싼구이와 그의 부하들은 셴롱쟈오주를 배반하고 독약을 먹여 암살하려고 한다. 웨이샤오바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셴롱쟈오주는 자신의 무공을 전수하고 그의 여자가 된다. 웨이샤오바오는 셴롱쟈오주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우싼구이의 반역 음모를 분쇄하고 칭나라를 구한다.


홍콩 TVB는 1984년 류더화(刘德华), 량차오웨이(梁朝伟) 주연의 드라마 '루딩지'를 방영한 적이 있다. 주제가 '싀종후이싱윈(始終會行運) - 언제나 행운이'은 장궈룽(张国荣)이 불렀다. TVB는 또 1998년에도 첸샤오춘(陈晓春), 마쥔웨이(馬浚偉) 주연 드라마 '루딩지'를 방영했다. TVB는 2008년에 황샤오밍(黃曉明), 중한량(鍾漢良) 주연의 '신루딩지(新鹿鼎记)를 방영했다. 중국 안후이(安徽) TV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50부작 '루딩지'를 방영한 적이 있다. '루딩지'가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증거다.


2019.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