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를 세상에 알린 의사 리원량 사망

중국 후베이 성 우한(武漢, Wu-han)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가 공안(경찰) 끌려가 처벌을 받았던 우한 중앙병원 의사 리원량(李文亮, 34)이 우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계속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세상에 처음 알린 우한 중앙병원 의사 리원량

우한 중앙병원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리원량이 이날 오전 2시58분께(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한 중앙병원은 "리원량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싸우다 불행히도 감염됐다"면서 "우리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애도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트위터를 통해 "리원량의 죽음이 매우 슬프다"며 "그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한 일을 기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원량은 환자를 돌보다가 지난달 10일께부터 기침과 발열 등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최근 폐렴으로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 이 사실을 은폐, 축소하려던 중국 당국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작년 12월 30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얻게 됐다.

리원량은 그날 의대 동기 의사 7명이 같이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스 확진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렸고, 이후 이 사실은 인터넷에 급속히 전파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중국 공안은 리원량과 다른 의사 친구들을 데리고 가 이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질서를 해쳤다면서 '훈계서'를 받았다. 훈계서는 조사자가 위법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다. 2003년 사스 위기를 겪은 공안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공안은 신종 코로나 발생을 ‘유언비어’로 몰아붙였지만, 우한 시 보건당국은 지난해 12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사실을 의료기관에 알리고 다음날인 31일에는 긴급대책회의까지 한 상태였다.

우한 시 공안 당국은 지난달 1일 폐렴과 비슷한 질병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가짜 정보를 퍼뜨린 8명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처음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틀어막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정부의 부실했던 초기 대응에 관한 비판이 커진 가운데 중국에서는 새로운 질병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리원량의 재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중국 인민들은 그를 의로운 '내부 고발자'로 높이 평가했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 마스크 등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됐다. 이날 그가 위중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우한 중앙병원 소셜미디어계정에는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댓글이 50만 건 가까이 쇄도했다.

리원량의 웨이보 계정에는 그의 용기를 칭찬하고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당신은 양심이 있는 의사”라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한 시가 진작에 그의 경고에 관심을 가졌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우한 시 당국의 무능을 비판했다.

리원량은 CNN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나는 단지 대학 동기들에게 조심하라고 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리원량이 겪은 일은 체제 안정을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중국 관료주의 문화의 폐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병 당시의 리원량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63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7일 CCTV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 성은 지난 6일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2447명, 사망자가 69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새로 늘어난 확진자와 사망자는 우한에서만 각각 1501명과 64명이다. 지난 6일까지 후베이 성 전체의 누적 확진자는 2만2112명, 사망자는 618명이다. 3161명은 중태고 841명은 위중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서 발표하는 중국 전체 집계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630명을 넘고 확진자는 3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건위는 전날 0시 현재 전국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만8018명, 사망자는 563명이라고 집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 중국 정부가 이를 은폐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