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큰뱀무 '만족한 사랑'

林 山 2020. 12. 15. 17:52

이름만 들어도 섬뜩해지는 식물이 있다. 큰뱀무나 뱀무, 뱀딸기, 뱀고사리, 배암차즈기(뱀배추), 뱀밥(쇠뜨기) 등 '뱀'자가 들어가는 식물들이다. 그건 아마도 생김새가 징그럽다거나 물리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등 뱀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뱀'자가 들어가는 식물은 뱀과 연관이 있는 경우도 있고, '개'자가 들어가는 식물들처럼 기본종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거나 더 작은 것을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큰뱀무(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큰뱀무는 장미목 장미과 뱀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 밑에 달리는 잎의 생김새가 무 잎처럼 생겨 뱀무라고 한다. 학명은 제움 알레피쿰 자퀸(Geum aleppicum Jacq.)이다. 속명 '제움(Geum)'은 고대 로마 제국의 해외 영토 총독이자 백과사전 '박물지(博物誌, Naturalis historia, Natural History)'를 저술한 박물학자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 일명 대 플리니우스, Pliny the Elder, 23~79)가 묘사한 라틴어 '제움(gaeum)'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알레피쿰(aleppicum)'은 중동아시아 시리아(Syria) 북부 알레포(Aleppo)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퀸(Jacq.)'은 의학, 화학 및 식물학을 연구한 과학자 니콜라우스 조셉 폰 자퀸(Nikolaus Joseph von Jacquin, 1727~1817)이다. 

 

큰뱀무의 영어명은 알레포 애빈즈(Aleppo avens) 또는 옐로우 애빈즈(Yellow avens), 커먼 애빈즈(Common avens)이다. 일본명은 오오다이콘소(オオダイコンソウ, 大大根草)이다. 중국명은 루볜칭(路边青)이고, 이명에는 수이양메이(水杨梅, 本草纲目), 란뿌정(兰布政, 云南) 등이 있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큰뱀무를 큰배암무라고도 하며, 또 꽃이 사람 귀에 들어가면 들리지 않게 된다고 해서 귀머거리풀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만족한 사랑'이다.

 

큰뱀무(성남 남한산, 2006. 6. 25)

 

큰뱀무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몽골, 터키, 러시아, 서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 산과 들의 습초지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와 혼슈(本州) 중부 이북 지방에 자란다. 중국에서는 샨동(山东), 지린(吉林), 꾸이저우(贵州), 헤이롱쟝(黑龙江), 윈난(云南), 랴오닝(辽宁), 샨시(山西), 쓰촨(四川), 후베이(湖北), 깐쑤(甘肃), 신쟝(新疆), 네이멍구(内蒙古), 허난(河南), 샨시(陕西), 시쨩(西藏) 등지에 분포한다.

 

큰뱀무(양평 용문산, 2006. 7. 2)

큰뱀무의 근경은 굵고 짧으며, 수염뿌리가 뭉쳐난다. 키는 높이 30~100cm까지 자라고, 줄기는 곧게 서며, 전체에 옆으로 벌어진 털이 있다. 잎 중 근생엽은 모여나기하며, 긴 엽병이 있는 홀수깃모양겹잎이다. 소엽은 3~5쌍으로 점차 작아지고, 타원모양 또는 피침형이며, 끝은 뾰족하고 고르지 못한 톱니와 결각이 있다. 소엽 사이에는 작은 부속 소엽이 있다. 정소엽은 사각상 달걀모양 또는 원형이며, 예두 또는 원두이고, 예저 또는 약간 심장저이며,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줄기잎은 짧은 엽병과 3~5개의 소엽이 있으며, 탁엽은 거꿀달걀모양이고 결각이 있다.

 

꽃은 6~10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1~2cm이다. 노란색 꽃이 줄기나 가지끝에서 취산꽃차례로 핀다. 꽃받침조각, 부악편 및 꽃잎은 각각 5개이며, 과탁에는 털이 있다. 수술과 암술은 여럿이다. 열매는 수과다. 수과는 타원형으로 황갈색털이 밀생하고, 꼭대기에 갈고리모양의 암술대가 달린다. 7~10월에 익는다.

 

큰뱀무(태백 함백산, 2020. 9. 6)

큰뱀무의 유사종에는 뱀무(학명 Geum japonicum Thunb.)가 있다. 큰뱀무는 뱀무보다 키나 잎이 다소 크다. 또 큰뱀무는 산골짜기의 냇가 근처에 자라며 꽃자루에 털이 퍼져 있다는 점에서 뱀무와 차이가 있다. 과탁(果托)의 털이 짧은 것도 뱀무와 다르다.

 

큰뱀무의 뿌리잎과 어린순은 쓴맛이 없어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데쳐서 우려낸 뒤 나물로 무치거나 데친 잎을 쌈으로 먹는다. 무친 나물을 비빔밥에 넣거나 된장국을 끓이기도 한다. 뿌리는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로 먹기도 한다. 충주 지방에서는 큰뱀무를 나물로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큰뱀무(지리산 노고단, 2020. 10. 18)

큰뱀무의 뿌리를 포함한 전초(全草)를 본초명 오기조양초(五氣朝陽草)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재로 쓴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하여 그늘에서 건조하거나 신선한 것을 쓴다. 오기조양초는 거풍제습(祛風除濕), 활혈소종(活血消腫)의 효능이 있어 요퇴비통(腰腿痺痛), 이질, 붕루(崩漏), 백대(白帶), 타박상, 옹종창양(癰腫瘡瘍), 인통(咽痛), 나력(瘰癧), 소아경풍(小兒驚風), 급성유선염(急性乳腺炎)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혹은 짓찧어 생즙을 내어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환부에 붙인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중문위키백과(中文維基百科)에는 루볜칭(路边青)에 대해 '성미(性味)는 쓰고 매우며, 약간 차다. 창옹종통(瘡癰腫痛), 구강염(口腔炎), 인후통(咽喉痛), 타박상(打撲傷), 풍습(風濕)으로 인한 신경통(神經痛), 설사와 복통,  생리불순, 자궁출혈, 대하, 각기부종(脚氣浮腫), 소아경풍(小兒驚風, 경기) 등을 치료한다.(性味苦, 辛, 微寒. 疮痈肿痛, 口疮咽痛, 跌打伤痛, 风湿痹痛, 泻痢腹痛, 月经不调, 崩漏带下, 脚气水肿, 小儿惊风.)'고 나와 있다. 

 

2020. 12. 15. 林 山. 2022.12.13.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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