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의 일이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五臺山, 1,565.4m)에 올랐을 때 남녀 등산객들이 정상부 능선에 모여앉아 산에서 뜯은 산나물 쌈밥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산나물 쌈밥을 맛보라고 권했다. 염치불고(廉恥不顧)하고 달려들어 이름 모를 산나물에다 밥과 된장을 얹어 쌈을 싸서 먹으니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산나물의 향도 좋았다. 산나물의 이름을 묻자 곤드레나물이라고 했다. 생소한 이름이었다. 충주 지방에서는 곤드레나물이라는 이름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곤드레나물이 바로 고려엉겅퀴(곤드레, Gondre)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고려엉겅퀴(곤드레, Gondre)는 초롱꽃목 국화과 엉겅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고려, 즉 한강토(조선반도)에서만 자라나는 엉겅퀴라고 하여 고려엉겅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곤드레는 새순이 올라와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술에 취한 사람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고려엉겅퀴의 꽃말은 '건드리지 마세요'다. 곤드레가 바람을 향해서 하는 말처럼 들린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곤드래, 구멍이, 긴잎고려엉겅퀴, 도깨비엉겅퀴, 독깨비엉겅퀴, 흰고려엉겅퀴, 흰잎고려엉겅퀴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곤드래가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생정에는 곤드레나물이 이명으로 실려 있다. 다음백과는 곤드레,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은 곤드레나물로 표기하고 있다. 어학사전에는 곤드래가 고려엉겅퀴의 방언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네이버 국어사전에 곤드레는 나오지만 곤드래는 나오지 않는다. 여러 문헌을 종합하면 곤드래보다는 곤드레가 맞는 표기로 보인다. 고려엉겅퀴의 본고장 강원도민들도 곤드레로 부르고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고려엉겅퀴의 학명은 키르시움 세티덴스 (던) 나카이[Cirsium setidens (Dunn) Nakai]이다. 속명 '키르시움(Cirsium)'은 '엉겅퀴의 종류, 엉겅퀴류(kind of thistle)'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키르시온(kírsion)'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다. 종소명 '세티덴스(setidens)'는 '가시털(刺毛) 같은 톱니의'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네이버 영어사전에는 '고려엉겅퀴 종(種)'이라고 나와 있다.
'던(Dunn)'은 중국의 식물 분류학에 크게 기여한 UK 식물학자 스티븐 트로이트 던(Stephen Troyte Dunn, 1868~1938)이다. 그가 최초로 기술한 식물 중에는 현재 홍콩의 국화인 양즈징(洋紫荊, Bauhinia blakeana) 일명 홍콩란(香港蘭)이 있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조선반도)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고려엉겅퀴의 영어명은 곤드레(Gondre) 또는 코리언 시슬(Korean thistle, 고려엉겅퀴)이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일본명은 죠센야나기아자미(チョウセンヤナギアザミ, 朝鮮柳薊)이다.
고려엉겅퀴는 한강토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산지의 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자란다.
고려엉겅퀴의 뿌리는 곧다. 키는 약 1m에 이른다. 줄기는 곧게 서고, 상부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근생엽(根生葉)과 밑부분의 잎은 꽃이 필 때 말라죽는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며, 중앙부의 잎은 엽병(葉柄)이 있고, 달걀 모양 또는 타원상 피침형(楕圓狀披針形)이다. 끝은 대개 뾰족하고 밑부분이 절저(截底) 또는 넓은 예저(銳底)이다. 표면은 녹색이고 털이 약간 있으며, 뒷면은 흰빛이 돌고 털이 없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가시같은 톱니가 있다. 윗부분의 잎은 작고 긴 타원상 피침형, 피침형 또는 선상 피침형(線狀披針形)이다. 끝은 대개 뾰족하고, 엽병이 짧으며, 가장자리에 바늘같은 톱니가 있다. 정영엉겅퀴에 비해 잎이 덜 갈라진다.
꽃은 7~10월에 피는데, 자주색 머리 모양 꽃차례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위를 향해 1개씩 달린다. 총포(總苞)는 구상 종형(球狀鐘形)이고, 거미줄 같은 털이 밀생(密生)한다. 포편(苞片)은 7줄로 배열되고, 끝이 뾰족하며, 뒷면에 점질(粘質)이 있다. 꽃부리는 자주색이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긴 타원형이고, 갓털(관모)은 갈색이다. 민들레처럼 갓털을 이용해 씨를 멀리까지 날려 보내기도 하는데, 3㎞까지도 날아간다.
고려엉겅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제철인 5~6월이 되면 잎과 줄기가 더욱 연해지고 향이 진해진다. 구수한 맛과 고소한 듯한 향이 특징이다. 데쳐서 무치거나 된장국을 끓인다. 볶거나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밥을 지을 때 곤드레나물을 함께 넣어 만들어 먹는 곤드레밥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곡식이 나지 않을 때 곤드레나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곤드레나물은 독이 없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이뇨(利尿), 해독(解毒), 소염(消炎), 지혈(止血) 작용이 있어 건강 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안태(安胎)의 효능이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요즘은 곤드레나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국표 등재 고려엉겅퀴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엉겅퀴[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var. maackii (Maxim.) Matsum.], 가시엉겅퀴(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var. spinossimum Kitam.), 개엉겅퀴(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도깨비엉겅퀴(Cirsium schantarense Trautv. & C.A.Mey.), 동래엉겅퀴(Cirsium toraiense Nakai ex Kitam.), 물엉겅퀴[Cirsium nipponicum (Maxim.) Makino], 바늘엉겅퀴[Cirsium rhinoceros (H.Lév. & Vaniot) Nakai], 버들잎엉겅퀴[Cirsium lineare (Thunb.) Sch.Bip.], 점봉산엉겅퀴(Cirsium zenii Nakai), 정영엉겅퀴[Cirsium chanroenicum (Nakai) Nakai], 좁은잎엉겅퀴[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f. nakaianum (H.Lév. & Vaniot) W.T.Lee], 큰엉겅퀴(Cirsium pendulum Fisch. ex DC.), 흰잎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 (Dunn) Nakai var. niveo-araneum Kitam.], 흰잎엉겅퀴(Cirsium vlassovianum Fisch. ex DC.) 등 14종이 있다.
엉겅퀴(Ussuri thistle, カラノアザミ, 唐野薊, 野薊)는 한강토, 중국 동북,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전국에 자란다. 줄기 전체에 백색 털과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근생엽은 양면에 털이 있고, 결각진 잎의 톱니가 모두 가시로 되어 있다. 줄기잎은 피침상 타원형이며 원줄기를 감싸고 우상으로 갈라진 가장자리가 다시 갈라진다. 가시엉겅퀴(Spined Japanese thistle, トゲアザミ. 刺薊)은 줄기 전체에 백색 털과 더불어 거미줄 같은 털이 있으며 가지가 갈라진다. 잎이 다닥다닥 달리고 보다 가시가 많다. 주로 남부 지방에서 자란다. 개엉겅퀴(East Asian thistle, Japanese thistle, ノアザミ, 野薊)는 국표에 정명, 이명, 국명, 영문명, 북한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에는 국명, 학명, 과명만 실려 있다. 개엉겅퀴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 베트남 등지에 분포한다. 뿌리는 방추형 괴근이 있다. 잎자루에 날개가 있고, 날개에 가시가 있거나 가시가 있는 치아를 가진다(FOM). 도깨비엉겅퀴(Woodland thistle, チョウセンキセルアザミ, オクエゾアザミ, 奥蝦夷薊, 林蓟)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다. 한강토에서는 깊은 산에서 자란다. 원줄기에 홈이 파진 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줄기 윗부분에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활짝 핀 꽃은 아래로 숙인다.
동래엉겅퀴(Dongrae thistle, トウライアザミ, アキノアザミ)의 원산지는 한강토다. 전라남도 장흥군, 광주시 북구, 경상남도 거창군, 합천군, 부산시 진구 등 남부 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35cm 정도이다. 줄기에는 골이 진 줄이 있으며 털이 약간 있다. 밑부분의 잎은 긴 타원형이고 양끝이 좁으며 가시가 있고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 잎에는 털이 없고 가장자리가 우상으로 갈라진다. 열편은 3~4쌍으로서 서로 떨어져 있고 가시같은 톱니가 있다. 물엉겅퀴(Island thistle, キタカミアザミ, 北上薊)는 울릉도 성인봉 중턱에 분포한다. 키는 1~2m이다. 줄기에는 골이 파진 능선이 있으며 자줏빛이 돈다. 중앙부의 잎은 피침상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엽병으로 흘러서 날개로 되지만 원줄기를 감싸거나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 남부엉겅퀴(ナンブアザミ, 南部薊)의 학명은 오랫동안 Cirsium nipponicum으로 여겨져 왔으나, 기준 표본인 Cirsium nipponicum은 두화가 직립하는 것임을 알게 되어 기타가미아자미(キタカミアザミ, 北上薊)로 개명되었다. 이에 따라 남부엉겅퀴는 Cirsium makinoi를 채용하게 됐다(FOM). 바늘엉겅퀴(Korean prickly thistle, ハリアザミ, 針薊)의 원산지는 한강토다. 제주도 한라산 중턱, 보길도에서 자라는 한강토 특산식물이다. 키는 50cm 내외이다. 키가 작고 잎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잎 가장자리에 바늘 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버들잎엉겅퀴(Linear-leaf thistle, ヤナギアザミ, 柳薊, 线叶蓟)의 원산지는 일본, 중국, 타이완, 태국, 베트남이다. 한강토에는 서울시 중랑구, 경상북도 상주시, 경상남도 거창군, 합천군 들지에 분포한다. 잎이 버드나무 잎을 닮았다. 잎 표면에 털이 없으며 뒷면에 거미줄같은 털이 있고 가장자리가 거의 밋밋하며 길이 1~2mm의 가시가 있다. 점봉산엉겅퀴(Jeombongsan thistle)는 국표에 정명, 국명, 영문명만 나와 있다. 국생정에는 국명, 학명, 과명, 영문명, 분포지(강원도 점봉산)만 실려 있다. 정영엉겅퀴(Jeongyeong thistle, チョウレイアザミ)는 지리산 정령치에서 발견되었다. 가야산, 조령 및 구례 등지에도 분포한다. 한강토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백황색 꽃이 핀다. 좁은잎엉겅퀴(Narrow-leaf Korean thistle, Narrow-leaf Japanese thistle)는 엉겅퀴에 비해 잎이 좁고 가시가 다소 많다. 큰엉겅퀴(Pendulous thistle, タカアザミ, 高薊, 烟管蓟)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이다. 한강토에는 중부 이북의 주로 낮은 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1~3(4)m이다. 덩치가 크다. 흰잎고려엉겅퀴(White-leaf Korean thistle)는 한강토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잎 뒷면이 모시풀 같이 백색이다. 흰잎엉겅퀴(Vlassoviana thistle, ウラジロヤナギアザミ, 裏白柳薊, 绒背蓟)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다. 중부 이북에서 자란다. 잎 뒷면이 백색이다. 원줄기 밑에 회백색의 통통한 육질의 덩이뿌리가 있다.
국표 등재 고려엉겅퀴의 유사종 외래식물에는 서양가시엉겅퀴[Cirsium vulgare (Savi) Ten.], 카나다엉겅퀴[Cirsium arvense (L.) Scop.] 등 2종이 있다.
서양가시엉겅퀴(Scotch thistle, Bull thistle, Yellow spine thistle, plumed thistle, spear thistle, アメリカオニアザミ, 亜米利加鬼薊, 翼蓟)의 원산지는 중국,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 남서부 지방이다. 일본에 귀화되었다. 한강토에서는 인천의 북항에서 채집되었다. 지느러미엉겅퀴에 비하여 관모가 우상으로 분지되어 차이가 뚜렷하다. 식물체 전체를 만질 곳이 없을 정도로 황백색의 예리한 가시가 있고, 줄기에 날개가 발달하며, 총포의 모양이 긴 달걀 모양을 이룬다. 카나다엉겅퀴(California thistle, Canada Thistle, Creeping Thistle, boar thistle, field thistle, perennial thistle, セイヨウトゲアザミ, 西洋刺薊, 丝路蓟)의 원산지는 중국, 몽골, 러시아, 인도, 네팔, 코카서스,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유럽이다. 한강토에는 경기도 화성, 안산에 분포하고 있다. 뿌리는 흰색 또는 노란색을 띠고, 수평으로 5m 이상, 수직으로 2~5m 정도 자라며, 섬유상의 곁뿌리가 많다. 잎 가장자리는 거치상(鋸齒狀)으로 아주 불규칙하게 갈라져 있으며, 선단부(先端部)에 가시가 나 있다.
2020. 12. 28. 林 山. 2023.9.18 최종수정
#고려엉겅퀴 #곤드레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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