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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와 건물주, 그리고 반려견 렌탈 - 홍기표

林 山 2021. 5. 25. 20:43

조물주(造物主, God) 위에 건물주(建物主, landlord)라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특징을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나타낸 말도 없을 것이다. 신은 멀고, 건물주에게는 지대(地代, rent)라는 가공할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Facebook)이나 인터넷 쇼핑몰 애머존(Amazon), SNS 공룡 트위터(Twitter),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엔비(Airbnb), 택시 공유 서비스 우버(Uber) 등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business)들이 사실은 지대의 새로운 형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Netflix)도 결국은 비디오 가게의 업그레이드된 형태라는 것이다. 정수기나 안마기 렌탈 등 지대형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에서 홍기표는 반려견(伴侶犬) 렌탈 같은 업종도 생겨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林 山>  

 

자유기고가 홍기표

조물주와 건물주, 그리고 반려견 렌탈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볼 때 건물주는 실제로 조물주를 능가한다. 건물주에게는 지대라는 가공할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피조물들을 만들 때마다 일일이 창조해야 한다. 피조물들의 소원도 매번 들어줘야 한다. 반면에 건물주는 이 과정이 임차인(賃借人, hirer)의 자발성으로 해결된다. 즉 한번 틀을 짜 놓으면 그 뒤로는 같은 작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지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도덕적으로 지대가 좋은가 나쁜가 하는 것은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대 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현대 경제체제를 설명하기란 아예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도시의 형성 원인 자체가 지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대수익률(期待收益率, Expected Rate Of Return)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적 지대 형태에 주목해야 한다. 지대라는 말은 땅(land)에서 나왔지만, 현대적 지대는 굳이 땅이 아니라 여러 가지 소유권 설정을 통해 다양한 포맷(format)의 지대를 추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자격증(資格證, license; certificate) 혹은 면허(免許, license)가 있다. 

 

'자격증이나 면허가 무슨 지대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격증이나 면허도 지대적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자격증이나 면허는 최초 소유라는 근거를 갖고 지속적인 생산물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자격증 혹은 면허 소유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지대적 성격이 강해진다.

 

나는 옛날에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주는 비디오 가게를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지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때는 땅이 아니라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주고 돈을 받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소유자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도 일종의 지대를 받고 있다. 그가 만든 가상공간(假想空間, virtual space)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그 가상공간의 지가(地價, the price of land), 즉 땅값이 높다는 것이다. 땅값이 높으면 당연히 지대도 올라간다. 

 

애머존(Amazon), 트위터(Twitter), 에어비엔비(Airbnb), 우버(Uber) 등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business)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냥 지대의 새로운 형태에 불과하다. 

 

넷플릭스는 영화를 소유하면서 이를 온라인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돈을 번다. 이것도 전형적인 지대 형태라고 본다. 즉, 업그레이드된 비디오 가게에 다름아니다. 

 

렌탈 즉 정수기 렌탈이나 안마기 렌탈 같은 것들도 모두 지대형 비즈니스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가 보기에는 앞으로 반려견 렌탈 사업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사람들은 반려견을 키워보고는 싶은데, 대부분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부담 때문에 키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약 반려견을 빌려와서 잠깐 키우다가 도로 반납할 수 있다면 이런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공원 같은 데서 잠깐 같이 산책하다가 도로 반납하고 가는 초단기 대여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 주인이 자주 바뀌면서 반려견의 정서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반려견은 사람에게 꼬리를 흔드는 것이 일종의 자기 정체성이다.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