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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해야 - 김용택

林 山 2021. 6. 2. 12:47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 113명 의원들은 2020년 11월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안(해직교사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 등으로 해직됐다 복귀한 교사 등에게 해직 기간을 경력으로 합산해서 미지급 보수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별법에 대해 민주당은 2021년 5월 31일 "당 차원에서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강득구 의원이 교사노조연맹과 협의해 제출한 법안으로, 관련해서 소위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없었고 공감을 이루는 공청회조차 없어 자동 상정된 것"이라며 "당내에선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공당의 원내대변인으로서 상당히 무책임한 발언이다. 국가의 부당한 행위로 해직된 교사들의 원상회복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민주당이 해직교사 특별법을 추진 중이고, 법안이 통과될 경우 1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들은 '1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안줘도 되는 돈을 주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이러니 보수신문들이 찌라시, 보수신문 기자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부당 해고로 인한 피해 보상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임에도 보수신문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1989년 전교조에 가입해서 활동하다가 해직된 김용택 씨는 '89년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해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15개 시도 교육감들이 해직교사 원상회복을 촉구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용택 씨의 글 전문이다.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윤병선 원상회복추진특별위원장

89년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해야

 

"31년을 기다렸다. 89년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 시켜라!"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출근 시간 횡단보도에서 이런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가까이 와서 자세히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가는 어떤 버스 운전기사는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명함이 있으면 달라는 사람, 따뜻한 차를 들고 와서 수고하신다면서 마시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도 있다. 

 

31년 전,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들은 탈퇴각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를 겪고 교단에서 쫓겨났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을 때 가족이 당하는 고통이 어떠했을까? 참교육을 하겠다는 신념을 포기할 수 없다면 사랑하는 제자들 곁을 떠나야했다. "당신의 아들딸이 빨갱이 물이 들었다."며 가족 간에 이간질을 시킨 것도 모자라 교단에서 내쫓았다. 5년간의 해직 끝에 복직이라고 했지만 전교조 관련 해직교사들의 복직은 해직 기간의 그 어떤 보상도 없이 '신규교사 특별 채용'이라는 치욕적인 복직이었다.

 

그로부터 31년. 지난 9월 3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로 해직됐던 34명이 교단으로 돌아가는 원상회복을 보며 나는 89년 해직교사 문제도 이제 더 이상 덮어둬서 안되겠다는 절박감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다. 그것이 마중물이 됐을까? 지금은 전국에서 해직교사들이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15개 시도 교육감들이 해직교사 원상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까지 연대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해직교사 모임인 원상회복추진위원회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31년 전, 1989년 노태우 정권은 전교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에게 '탈퇴 각서'를 강요했다. 노태우 정권은 끝내 탈퇴각서를 쓰지 않은 1527명의 교사를 교단에서 몰아냈다. 그들은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면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 '사고 친 학생들의 정학이나 퇴학을 반대하는 교사…'들이다. 그 밖에도 사학민주화투쟁을 하다 쫓겨난 교사며 진보적인 성향의 교사를 빨갱이 딱지를 붙여 1800여 명의 교사들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지난 8월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와 전임의(펠로)가 집단파업에 나섰다. 그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정부의 의대 학생 증원을 반대해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라면 '의사 부족 현상'은 환자들을 위해 오히려 그들이 요구하고 주장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그런데 89년 전교조 해직교사들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참교육을 해야한다는 일념 하나뿐이었다. 의사 파업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해직교사들은 연금 혜택조차 받지 못해 3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권자가 준 권력을 정권이 폭력으로 행사할 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저항이다. 정의란 불의에 침묵하거나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이다. 89년 전교조에 가입했던 교사가 탈퇴각서를 쓰지 못한 이유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길이 교육자로서 책무요, 정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권은 참교육 교사, 사립학교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교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웠다. 안기부로 끌려간 교사들은 온갖 수모를 다 겪었다.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다. 3·1운동이 그렇고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이 그렇다. 그런데 정의를 가르치겠다는 교사들을 교단에서 내몰고 31년간 원상회복조차 시키지 않아 밤새 리어커를 끌고 다니며 폐휴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정의인가? 89년 해직교사들은 경제적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온갖 막노동, 가정파탄, 암 투병 등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촛불 대통령은 왜 침묵하는가? 해직교사 원상회복을 두고 어떻게 국민 행복의 시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글쓴이 김용택(전 전교조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