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랑스 오픈] 女單 이가 슈피온텍 우승, 카롤리나 무초바 2-1 격파

디펜딩 챔피언 이가 슈피온텍(폴란드, 22세, 1위)이 2023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4천9백60만 유로, 약 696억 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무초바(체코, 26세, 43위)를 물리치고 대망(待望)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슈피온텍은 롤랑 가로스 통산 3회, 그랜드 슬램 4회 제패(制覇) 기록을 세우면서 쉬잔느 랑글랑 컵(Suzanne Lenglen Cup)과 함께 우승 상금 230만 유로(약 32억 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한 이가 슈피온텍

2020, 2022 프랑스 오픈, 2022 US 오픈 챔피언 슈피온텍은 지난 1월에 열린 2023 호주 오픈에서는 4회전 탈락하며 그랜드 슬램 우승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진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카타르 오픈, 4월 슈투트가르트 오픈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하여 타이틀을 방어함으로써 건재(健在)를 과시한 슈피온텍은 이 대회 우승까지 차지함으로써 자신의 시대가 열렸음을 만천하에 선언했다.   

경기 중 입은 발목과 등, 복부 부상으로 의사들로부터 더이상 선수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사형 선고를 받은 바 있는 무초바는 이를 잘 극복하고 생애 처음으로 결승까지 진출함으로써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무초바는 준우승패와 함께 상금 115만 유로(약 16억 원)를 받았다.   

슈피온텍은 6월 10일 밤 10시경(한강토 시간)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2시간 46분 만에 무초바를 2-1(6-2, 5-7, 6-4)로 격파했다. 1세트는 슈피온텍의 선공(先攻,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챔피언은 자신의 서브 게임에 이어 무초바의 첫 서브 게임을 잡고 게임 스코어 3-1로 앞서갔다. 4번째 슈피온텍의 서브 게임이 승부의 고비였다. 무초바는 브레이크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치고 1-4로 끌려갔다. 슈피온텍은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킨 뒤 상대의 8번째 서브 게임을 잡아 1세트를 6-2로 따내고 상대의 기선을 제압(制壓)했다.  

2세트도 슈피온텍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슈피온텍은 상대 서브 게임 하나를 잡고 게임 스코어 3-0으로 앞서갔다. 반격에 나선 무초바는 챔피언의 서브 게임 하나를 잡고 3-3으로 추격했다. 이어 두 선수는 서로 상대 서브 게임을 하나씩 브레이크하며 5-5까지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무초바는 상대 서브 게임을 잡아 6-5로 균형을 깬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2세트를 7-5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세트도 챔피언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두 선수는 서로 상대 서브 게임 두 개씩을 잡으며 게임 스코어 2-2, 3-3에 이어 4-4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슈피온텍은 역시 챔피언이었다. 브레이크 위기를 넘기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낸 슈피온텍은 10번째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3세트를 6-4로 따내고 대망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무초바는 마지막 서브에서 통한(痛恨)의 더블 폴트를 범함으로써 맥없이 무너졌다.   

무초바는 에이스(6-1)와 위너(30-19)에서는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슈피온텍은 첫 서브 성공률(63%-56%)과 두 번째 서브 득점률(57%-50%), 서비스 포인트(51-44), 리시브 포인트(45-37)에서 앞서는 한편 첫 서브 득점률(62%-52%)에서는 상대를 압도했다. 더블 볼트는 두 선수 각각 3개를 기록했다. 무초바는 상대보다 무려 11개나 더 많은 38개의 실책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챔피언은 라켓을 코트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기쁨을 누렸다. 이날 경기 승리로 슈피온텍은 파리 롤랑 거로스 클레이 코트에 5번 출전해서 3번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전적(戰積)에서도 28승 2패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코트 인터뷰에서 챔피언은 "지난 몇 주 동안 일어난 일에 만족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가능한 한 최고의 경기를 하고, 선수로서 더 발전하기 위해 매일 훈련할 것이다. 난 내 자신을 위해 기록에 얽매이지도 않고, 목표를 세우고 있지도 않다. 나는 기록이나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그러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챔피언은 경기 내용에 대해 "솔직히, 이 경기는 너무 길고, 많은 기복이 있었다. 난 점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난 내 직감을 좀 더 사용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내가 조금만 더 긴장을 풀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긴장을 풀자 확실히 3세트에서 도움이 되었다. 나는 단지 내가 좀 더 용기를 내서 좋은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준우승패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카롤리나 무초바

준우승자 무초바는 코트 인터뷰에서 "오늘 코트에서 내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느낌은 좀 씁쓸하다. 왜냐하면 나는 우승이 매우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랜드 슬램 결승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이며, 확실히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이가는 세계 1위이고, 나는 (우승에) 매우 가까웠다.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승)하기에는 많은 노력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올해 두 번의 그랜드 슬램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다시 한번 타이틀을 위해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6월 11일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는 남자 단식 결승전과 여자 복식 결승전이 열린다. 오후 6시 30분에는 왕신위(王欣瑜, 중국, 21세)-셰수웨이(謝淑薇, 타이완, 37세) 조 대 테일러 타운센드(US, 27세)-레일라 애니 페르난데스(캐나다, 20세) 조의 여자 복식 결승전이 벌어진다.   

밤 9시 30분에는 2023 프랑스 오픈 피날레 '빅3'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6세, 세계 3위) 대 4번 시드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 24세, 4위)의 남자 단식 결승전이 펼쳐진다. 조코비치가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 23회 제패라는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루드가 우승하면 생애 첫 그랜드 슬램을 제패하며 자신의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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