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개정향풀 '미덕(美德), 전설(傳說)'

林 山 2024. 6. 12. 17:09

 

2024년 6월 9일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永宗島)를 찾았다. 영종도의 본래 지명은 고려시대 자연도(紫燕島), 즉 제비섬이다. 이 섬에 보랏빛 제비가 많았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현재의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대규모 간척 사업을 벌여 영종도와 신불도(薪佛島), 삼목도(三木島), 용유도(龍游島) 등의 섬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하늘정원에는 때마침 작고 앙증맞은 개정향풀 꽃이 무리지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작은 종 모양의 개정향풀 꽃은 진한 분홍색 바탕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어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더구나 꽃에서 풍기는 향기도 매우 향그러웠다.

 

개정향풀(영종도 인천공항 하늘정원, 2024. 6. 9)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개정향풀이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국화아강(菊花亞綱, Asteridae) 용담목(龍膽目, Gentianales) 협죽도과(夾竹桃科, Apocynaceae) 수궁초속(水宮草屬, Apocynum)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국내 자생종은 1종 1속을 이루는 식물이다. 국가적색목록(Redlist)에는 준위협(NT) 종으로 평가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개정향풀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아포키눔 란키폴리움 루사노프(Apocynum lancifolium Russanov)다. 국생관 등재 원기재명(原記載名)은 트라코미툼 란키폴리움 포베디모바(Trachomitum lancifolium Pobed.)다. 중국 식물지(植物智)에는 학명이 아포키눔 베네툼 린네(Apocynum venetum L.)로 변경되었다고 나와 있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아포키눔(Apocynum)'은 '개정향풀(dogbane, Cionura erecta), 독이 든 개용 케익(poisoned cake for dogs)'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아포쿠논(apókunon)' 기원의 라틴어 '아포키논(apocynon)'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고유명사다. 속명은 '개(犬, 狗, dog)'와 관련이 있다. 개를 죽이거나 쫓아내는 것으로 알려진 특징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란키폴리움(lancifolium)'은 '란키폴리우스(lancifolius)'가 대격(對格) 중성형으로 어미 변화가 일어난 라틴어 형용사다. '란키폴리우스(lancifolius)'는 '긴 창(lance)'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 '란케아(lancea)'와 '잎(leaf)'의 뜻을 가진 '폴리움(folium)'의 합성어다. 길쭉하고 뾰족한 잎을 표현한 이름이다.  

'루사노프(Russanov)'는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식물학자 페도르 니콜라에비치 루사노프(Fedor Nikolaevitch Russanov, 1895~1979)다. 루사노프는 우즈베키스탄공화국 과학아카데미 식물학 연구소 소속 식물학자였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는 그의 이름을 딴 식물원이 있다. 루사노프는 1933년 'Trudy Botanicheskogo Instituta Akademii Nauk SSSR. Ser. 1. Flora i Sistematika Vyssikh Rastenii. Acta Instituti Botanici Academiae Scientiarum URPSS. Moscow & Leningrad [St. Petersburg]'에서 최초로 개정향풀의 학명을 출판했다. 

 

개정향풀(영종도 인천공항 하늘정원, 2024. 6. 9)

 

국표, 국생정 등재 국명(國名, common name)은 개정향풀(추천명), 갯정향풀 등이 있다. 개정향풀 이름의 유래는 정향풀과 유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하늘색 꽃이 피는 정향풀과 개정향풀은 꽃 색깔도 다르고, 줄기나 잎도 닮은 것이 별로 없다. 정향풀은 향기가 없는 반면에 개정향풀은 향기가 난다. 따라서, 개정향풀의 이름 유래는 정향풀이 아니라 차라리 정향(丁香)나무에서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두 종은 꽃 색도 비슷하고, 향기도 있기 때문이다.    

정향나무는 꽃을 옆에서 봤을 때 '고무래 정(丁)'자를 닮았고,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향풀은 꽃이 정향나무와 닮은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정향풀은 향기도 없고, 꽃 모양이나 색깔도 정향나무와 다르다. 따라서, 정향풀의 이름 유래를 정향나무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개정향풀의 '개'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접두어 '개-'의 사전적 의미는 '야생의,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 것, 헛된, 쓸데없는, 정도가 심함' 등이다. '개'자가 앞에 붙으면 일반적으로 '가짜다', '안 좋다', '이류(二流)', '∼인 척하다', '진실되지 못하다', '좀 아니다라 생각된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개정향풀은 정향풀보다 못하거나 덜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일 수도 있다. 속명 '아포키눔(Apocynum)'을 고려하면 '개(犬, 狗, dog)'와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갯벌', '개펄' 등의 뜻도 있다. 개정향풀의 자생지는 주로 갯벌 또는 바다에서 가까운 곳이다. 따라서, 개정향풀의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에 주로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것일 수도 있다. 이명(異名, Synonym) 갯정향풀의 '갯'은 '갯벌', '개펄'의 뜻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개정향풀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소드-립 독베인(Sword-leaf dogbane)이다. '칼(처럼 생긴) 잎(Sword-leaf) 개정향풀(dogbane)'이라는 뜻이다. 

일본어판 YList 등재 Apocynum venetum L. var. basikurumon (H.Hara) H.Hara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바시쿠루몬(バシクルモン, 漢字表記は不明), 별명(別名, Synonym)은 오쇼로소우(オショロソウ, 忍路草)다. 바시쿠루몬(バシクルモン)은 아이누어 '파스쿠르(paskur, カラス, 烏·鴉, 까마귀)'와 '문(mun, そう, 草)'의 합성어 '파스쿠르문(paskurmun, 烏の草, 까마귀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쇼로소우(忍路草)는 발견지(発見地)가 홋카이도우(北海道) 오타루(小樽)에 있는 오쇼로미사키(おしょろみさき, 忍路岬)였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维基百科) 등재 Apocynum venetum L.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뤄부마(罗布麻)다. 뤄부마는 두메개정향풀이다. 뤄부마를 예마(野麻)라고도 한다. 뤄부마는 신쟝(新疆)의 뤄부평원(罗布平原)에서 매우 왕성하게 자라며, 방적(纺纱)하고 천을 짤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百度百科에는 훙마(红麻), 차예화(茶叶花), 훙류즈(红柳子), 양두라쟈오(羊肚拉角) 등의 별명이 실려 있다.  

 

개정향풀(영종도 인천공항 하늘정원, 2024. 6. 9)

 

개정향풀은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중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인천시 옹진군, 경기도 시흥시, 여주군, 평택시, 강원도 삼척시, 충청북도 단양군의 산이나 들에 난다. 전국적으로 7~8곳의 자생지가 있으며, 개체는 군집을 이루어 자란다(국생정). 개정향풀은 한강토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에 나며,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티베트, 히말라야 등에도 분포한다(국생관).  

바시쿠루몬(バシクルモン)은 홋카이도우의 오시마(渡島), 시리베시(後志), 이시카리(石狩), 이부리(胆振), 루모이(留萌), 아바시리(網走), 혼슈(本州)의 아오모리현(青森県)에서 니이가타현(新潟県)에 이르는 일본해(日本海, 東海) 연안에 분포한다(北海道レッドデータブック).  

뤄부마(罗布麻)는 중국 랴오닝(辽宁), 지린(吉林), 네이멍구(内蒙古), 간쑤(甘肃), 신쟝(新疆), 샨시(陕西), 샨시(山西), 샨둥(山东), 허난(河南), 허베이(河北), 쟝쑤(江苏), 안후이(安徽) 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고비 사막에는 야생으로 서식한다. 유럽과 아시아 온대 지방에 널리 퍼져 있다. 강둑, 계곡, 언덕의 모래가 많은 땅에서 자란다(百度百科).

 

개정향풀(영종도 인천공항 하늘정원, 2024. 6. 9)

 

개정향풀의 근경(根莖)은 목질(木質)이다. 줄기는 직립하고, 키는 40~80cm 정도이다(국생정). 키는 1.5~3m이며, 일반적으로 높이 약 2m, 최대 4m다(百度百科). 줄기에는 털이 없으며 가지는 가늘고 분백색(粉白色)이 돈다. 잎은 원줄기에서는 어긋나기하고, 가지에서는 마주나기하며, 피침형(披針形) 또는 타원형(楕圓形)이다. 잎의 둥근 끝에 잎맥의 연장인 돌기가 있다. 잎 길이는 2.5~5.5cm, 너비 5~17mm로서 밑부분이 둔하거나 둥글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엽병(葉柄)은 길이 2mm 정도이다.

꽃은 6월에 정생(頂生)하는 원뿔 모양 꽃차례에 자주색(紫朱色)으로 핀다. 꽃자루는 꽃받침과 더불어 잔털이 있다. 꽃받침은 5개로 깊게 갈라지고, 열편(裂片)은 피침형이며, 길이 1.5mm 정도로서 가장자리가 백색 막질(膜質)이다. 꽃부리는 판통(瓣筒) 길이가 3.5mm 정도로서 윗부분이 5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골돌과(蓇葖果)다. 골돌과는 얇고 길이 12cm 정도이다. 종자(種子)에는 머리카락 같은 종모(種毛)가 있다. 개정향풀은 정향풀에 비해 꽃밥은 암술머리와 합착(合着)하고 기부(基部)에 부속체(附屬體)가 있으며, 꽃부리는 종형(鐘形)이고 종자에 머리카락 같은 털이 있어 구별된다. 

뤄부마(罗布麻)는 뿌리(根)를 약으로 쓴다. 뤄부마의 맛은 달고 쓰며(甘苦),성질은 서늘하다(凉). 간경(肝经)으로 들어간다. 청열이뇨(清热利尿), 평간안신(平肝安神),청열이수(清热利水)의 효능이 있다. 수종(水肿), 소변불리(小便不利)가 있으면서 열상(热象)이 뚜렷한 환자에게 사용한다. 간양현훈(肝阳眩晕), 심계실면(心悸失眠), 부종뇨소(浮肿尿少), 고혈압병(高血压病), 신경쇠약(神经衰弱), 신염부종(肾炎浮肿)에도 쓴다(百度百科).  

개정향풀의 전초(全草)를 라포마(羅布麻)라 하며 약용한다. 사화(瀉火), 강압(降壓), 강심(强心), 이뇨(利尿)의 효능이 있다. 심장병, 고혈압, 신경쇠약, 간염복창(肝炎腹脹), 신염부종(腎炎浮腫)을 치료한다. 어린 잎은 쪄서 볶아 비벼 차 대신 복용하면 청량(淸凉)하여 화(火)를 가시게 하고 두훈(頭暈, 현기증)을 방지한다(다음백과 국생정).  

라포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라포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개정향풀(영종도 인천공항 하늘정원, 2024. 6. 9)

 

국표 등재 개정향풀의 유사종 외래식물에는 수궁초(Apocynum cannabinum L.) 1종이 있다. 수궁초(水宮草, Hemp dogbane, Indian hemp, アメリカアサ, ンディアンの大麻, 大麻状罗布麻)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다. 한강토 중부지방, 서울 여의도 한강, 제주도 등지의 냇가 자갈밭이나 저지대 습지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추서고 키는 2m까지 자란다. 꽃은 6~7월에 흰색 또는 녹색이 도는 흰색, 드물게 연한 붉은색으로 핀다. 줄기 끝에서 취산꽃차례를 이룬다. 국내산 수궁초는 꽃이 황록색 바탕에 연한 보라색이고, 꽃부리가 1/2 이상 깊게 갈라지므로 북미산과 다르다. 실체 확인이 필요하다. 독성이 있으며, 줄기를 섬유원으로 쓰고, 약용한다(국생관).  

 

2024. 6. 1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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