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의 하루 오후 12시가 다 되어서 채00라는 후배로부터 점심을 같이 먹자는 전화가 왔다. 이거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아내는 출근하고 아들놈도 학교에 간지라 혼자서 우두커니 고독을 씹으며 민생고를 해결해야 할 판이었는데 말이다. 채군은 지방대학의 철학과를 나왔는데 소위 운동.. 세상사는 이야기 2004.12.25
나는야 단양중학교 소백산 등반대장 1998년 10월 10일. 이 날은 내가 전교조 활동과 교육민주화 운동으로 충주 산척중학교에서 해직된 지 거의 10년만에 정부의 특별임용조치로 복직이 된 날이다. 충북도교육청은 나를 오지로 보내느라고 단양중학교로 발령을 냈다. 도교육청의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단양중학교에 부임을 하자마자 나는 .. 세상사는 이야기 2004.12.13
할머니와 이승에서의 이별을 준비하며 며칠 전 시골집에 다니러 갔더니 부모님은 외출하시고 할머니만 집에 계셨다. 나를 보자마자 밥은 먹었느냐고 물으신다. 내가 할머니를 뵐 때마다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다. 이젠 나도 나이 50이 다 되어가는데도 할머니는 아직도 내가 밥을 굶고 다니는 어린애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오늘따라 할머니.. 세상사는 이야기 2004.12.09
내 아들 정하는 어벙이 아침 9시가 막 되었을 때다. 고3인 정하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8시까지 학교에 나와야 하는데 정하가 아직까지 안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학교에 간다고 나갔으니까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같은 일로 벌써 몇 번째 받는 전화다. 그럴 때마다 정하에게 '제발 이런 전화는.. 세상사는 이야기 2004.12.08
군시절 부하를 교도소로 보낸 가슴아픈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군에서 복무할 때의 일이다.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나자 우리 대대는 대전으로 파견되어 충남대 유성캠퍼스에 주둔하면서 계엄군 임무을 수행하였다. 당시 전두환 합수부장이 장악하고 있던 공수특전단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진압하는데 동원되었다.. 세상사는 이야기 2004.12.04
우리집 비장의 요리 '닭찢어발겨 김치두루치기' 나는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집에서 하는 요리가 있다. 친한 사람들이 내 집을 방문할 때도 종종 이 요리를 한다. 바로 '닭찢어발겨김치두루치기'라는 요리다. 그 이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개 섬뜩하고 살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맛을 보고나면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왜! .. 세상사는 이야기 2004.12.03
아빠, 저 주워온 딸인 줄 알았다니까요 어제밤 일기예보에서 호우주의보를 내리더니 아침부터 비가 쏟아진다. 하늘을 보니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려나보다. 충주는 예로부터 홍수피해지역이 아니어서 별로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지방의 상습침수지역은 또 다시 물난리를 겪지나 않을까 염려.. 세상사는 이야기 2004.11.24
10년 동안 길러온 수염을 자르다 아침 일찍 젊은 엄마가 감기에 걸린 다섯 살배기 꼬마애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나를 보더니만 자꾸 꽁무니를 뺀다. 아마 내 빡빡머리와 길게 자란 수염을 보고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간신히 달래고 얼러서 감기를 치료하는 혈자리에 피부침을 붙여 주고 보험약 하루.. 세상사는 이야기 2004.11.18
어느 방아대와의 인연 오늘은 일요일이라 아내가 쉬는 날이다. 오후 늦으막하게 모처럼 둘이서 함께 남산으로 향한다. 남산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종합운동장과 동아아파트, 갱고개, 충일중학교, 엘지아파트 뚝방길, 안림사거리, 체육공원을 차례로 지나 남산 산성까지 갔다가 되밟아 오.. 세상사는 이야기 2004.09.30
세상을 거꾸로 살아보니 언제부터인가 나는 세상을 한 번 거꾸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출세, 명예를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이 세상은 무한경쟁의 살벌한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나아가 개인의 욕망이 확대재생산된 결과 지구촌 곳곳에서 온갖 범죄와 환경파괴,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 세상사는 이야기 200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