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신문의 논설 같은 다큐 영화 제목이다. 집값은 특히 서민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집값이 오르면 서민들에겐 최소한의 삶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국민에게 최소한의 주거 공간은 보장되어야 한다.
전 세계 대도시들에서 집값은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수입은 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집값이 급등하면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추방되는 사람들의 뒤에는 검은 자본이 있다.
스웨덴의 프레드릭 게르튼(Fredrik Gertten) 감독
다큐 영화 '푸시(Push) - 누가 집값을 올리는가?'는 새로운 종류의 정체불명 집주인들에게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다. 스웨덴의 프레드릭 게르튼(Fredrik Gertten) 감독은 점점 더 살기가 어려워지는 도시들과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악화되고 있는 주거권의 위기를 조명한다. 감독은 유엔(UN) 인권이사회 주거보장 특별조사위원 레이라니 파르하(Leilani Farha)가 세계를 여행하는 여정을 함께 하면서 누가 그리고 왜 도시에서 쫓겨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려 한다.
프롤로그. 캐나다 토론토의 부동산 중개인이 등장한다. 10년 전엔 교사였다. 제2외국어인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가르치는 일이 지루해지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집을 사서 보수하여 되파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의 맛을 알게 됐다. 토론토의 주택 시장은 과열됐다. 한 달만에 가격이 20%나 오른 적도 있다.
레이라니 파르하(Leilani Farha)
파르하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 졸업생으로 변호사이자 '빈곤 없는 캐나다'의 전무이사를 지냈다. 지금은 UN 인권이사회 주거보장 특별조사위원을 맡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주택 문제를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동시에 주거권 문제도 살펴본다.
토론토에서 집세 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집에서 쥐가 돌아다니고 바퀴벌레가 나와도 관리업체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 시설이 고장나 물이 줄줄 새도 관리업체에서 수리를 해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나가라는 거다. 이렇게 해서 거주민들은 하나 둘 내쫓긴다. 집주인은 집세를 대폭 올려 이들을 내쫓고 고급 주택을 지으려는 것이다. 이들이 추방되고 고급 빌라가 지어지면 누가 이곳에 살게 되는 건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밖에 없다. 이 도시에서 살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집세 거부 운동을 벌이지만 당국은 '업무 방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한다.
지난 30년 간 토론토의 주택 가격은 425% 인상됐다. 반면에 그동안 평균 가구 소득은 133%만 올랐을 뿐이다. 임금은 별로 오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집값만 나날이 치솟은 것이다. 부동산 업자들은 낡은 건물을 사들여 허물고 새 건물을 올린 뒤 집세를 대폭 올려 버린다. 가난한 이들은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더욱 허덕이고, 중산층조차 도시에 살 여유가 점점 없어진다. 이게 토론토만의 현상일까?
세계 도시 이론 연구의 선도자 컬럼비아 대학의 사스키아 사센 교수는 이게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과정은 대도시의 교외화(郊外化) 현상과 관련이 있다. 도시의 발전에 따라 대도시일수록 중심 시가지에서 도시 주변으로 거주 인구가 확산하는 교외화 과정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교외 지역은 자본이 집중 투여되면서 발전하는 반면, 도심에 가까운 지역은 교외로 이주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낙후지역으로 전락한다.
부동산 개발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본가가 땅을 사들여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고급 콘도를 짓는다. 그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아닌데도 말이다. 시골 토지의 대량 구매 현상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야 했고, 결국 도시로 왔다. 문제는 도시의 토지는 훨씬 더 비싸다는 거다.
런던 노팅 힐이다.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 1999)'로 유명해진 곳이다. 노팅 힐은 다양한 신념과 색깔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친근하게 어울려 한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살던 동네였다. 동네 분위기가 정말 좋은 동네였다. 노팅 힐 사람들은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레저 시설과 학교가 생기면서 부유층이 몰려왔다. 부자들이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노팅 힐 부동산은 환상적인 투자자산이었다. 은행에 돈을 묵혀두는 것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런던 부정축재 부동산 투어 코스 건물 두 곳 가격이 각각 2천만 파운드(약 295억원)다. 이곳을 사기 위해 4천만~5천만 파운드(약 589억원~736억원)를 지불했을 거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려면 3천만~4천만 파운드(약 441억원~589억원)는 줘야 한다. 아무도 안 살기 때문에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난다. 그래서 노팅 힐은 이제 런던에서 죽은 공간이 되어 버렸다.
노팅 힐은 이제 변했다. 예전의 노팅 힐이 아니다. 예전에 있는 식당, 가게, 신문 파는 곳이 다 사라졌다. 사람도 사라졌다. 사람들이 천천히 조금씩 내쫓기고 있는 것이다. 왜 쫓겨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주변에 오가는 차도 없고 현재 이곳은 죽은 공간이 되었다. 부동산 소유자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많은 집들이 비어 있는 상태라 직접 물어볼 수도 없다. 그냥 늘 비어 있다.
한 주민이 1994년도에 아파트 한 채를 샀다. 만약 아파트를 팔았더라면 켄싱턴 첼시에서 못 살았을 거다. 아마 내쫓겼을 거다. 런던을 떠나야 했을지도 모른다.
'푸시(Push) - 누가 집값을 올리는가?'의 한 장면
런던 시내 외국계를 비롯한 부동산 회사 소유 부동산의 80%가 비어 있다. 한 건물은 카타리가 주인이다. 카타르의 육군 대장 출신 카타리는 한 부동산을 2천5백만 파운드를 주고 구입했다. 그런데 비어 있다. 런던에 노숙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2천5백만 파운드(약 366억원)짜리 건물이 비어 있는 것이다. 이곳만이 아니다.
주택 문제 운동단체는 수백만 파운드짜리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점거할 생각이다. '벨그레이비어를 점령하라!'가 이들의 구호다. 이 운동단체는 이런 건물을 찾아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점거할 생각이다.
건물이 자산으로 취급되니까 그 집들을 빈 채로 묵혀두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자산을 굴릴 수 있으니까. 상상이 되는가? 칠흑같이 어두운 건물이 돈을 불리고 있다니! 사람들은 뭔가 잘못돼서 투자자가 돈을 못 벌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빈 주택이 늘어나는 현상을 목격하고 파르하는 분노한다. 인권적인 측면이나 UN 시스템 상으로 봤을 때 이런 현상의 책임은 분명 국가가 져야 하는 것이다. 국가는 국제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조약에 서명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하며 국제인권을 옹호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 적정한 주거권도 보장해야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국가는 직무유기를 하는 거다.
그렌펠 타워에 불이 났다. 불이 이틀 동안 계속 탔다. 그렌펠 타워는 공공 지원 주택이었다. 주민들은 매우 부유한 자치구에 살고 있는데도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화재 이전부터 이미 주거환경이 나빴다는 의혹들이 있어 왔다. 아파트에 외장 클래딩을 하면 외관이 좋아지니 주민들은 좋아했다. 문제는 그 클래딩이 싸구려였다. 화재로 인해 72명이 사망했고 223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레펠 타워 거주자들은 일을 하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부유한 사람들과 엄청난 그들의 자산 옆에 나란히 살고 있었던 거다. 이들은 조만간 도시에서 추방될 운명을 안고 있다. 이들이 도시에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한 지방의원은 노팅 힐에 살 여력이 없으면 노팅 힐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게 지방의원이 할 말인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그 지방의원은 노팅 힐의 가난한 사람들을 짐짝 취급하고 있는 거다. 잘못된 것이다. 이런 지방의원을 뽑으면 큰일난다.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파르하는 말한다. 국가는 인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러니 투자자들과 금융 시스템이 미친 듯이 날뛰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파르하의 말은 교과서에서나 존재하는 거다. 힘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세상이 그렇다. 파르하도 변호사니까 잘 알 거다.
집값이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그 누구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 불가능한 언어를 쓰는 괴물 말이다. 그러나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괴물에 대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괴물은 누구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파르하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주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무분별한 자본주의가 통하는 지역에 인권 문제가 발생한다. 상품으로서의 주택과 금이 다른 점은 금은 인권과 상관없지만 집은 상관있다.
뉴욕 할렘 1,700호가 사는 건물이다. 예전 임대회사는 C&C였다. 페어필드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페어필드는 블랙스톤의 자회사다. 사모펀드 회사다. 그 회사에서 집세를 900달러나 올리고 싶어 했다. 한 임대인은 집세가 2,584달러인데 수입의 90%가 집세로 나간다. 집세가 3,400달러로 인상되면 연봉이 10만 달러는 돼야 감당할 수 있다. 파르하는 인권법이 현실을 못 따라간다고 말한다.
스웨덴 웁살라다. 파르하는 스웨덴 주거보장 전문가 스티그 웨스터와 함께다. 한 낡은 주택단지를 찾아갔다. D. 카네기는 블랙스톤의 스웨덴 지사다. 그들은 이 주택단지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아파트가 비어 있을 때마다 그들은 보수를 시작한다. 그러면 집세를 50%까지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인상된 집세는 실제 비용과는 연관이 없다. 그래서 이윤이 아주 많이 남는다.
회의를 주재하는 레이라니 파르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의 말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모든 돈이 그런 주택에 묶여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쓰는 방법은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거다. 그리고 10,000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증권을 발행하는 거다. 그러면 투자자는 집세도 받고 그 부동산에 대한 자본이익도 얻는다. 1%의 증권을 사면 1%의 이익을 얻는다. 그럼 블랙스톤은 자기 자본을 투자했을 때와 같은 정도의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도 된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그 집을 소유한 사람과 완전히 단절돼 있다.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집을 소유하는 거다.
사센 교수는 말한다. 주택은 계속해서 사고팔 수 있다. 그 집이 자산의 기본이 되는데 그걸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팔 수가 있다. 만약 극초단타매매를 한다면 한 시간에 35번이나 팔 수 있다.
스웨덴의 한 자칭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라는 여성이다. 장애인 시설에서 주로 야간 근무를 한다. 지금 있는 집에서 32년 동안 살았다. 집세가 올라가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실토한다.
2014년 블랙소톤이 스웨덴에 진출했고 4년 후 스웨덴 저소득자용 주택의 최대 소유주가 됐다. 블랙스톤은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서 부동산을 비롯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주력해왔다.
사센 교수는 말한다. 금융은 은행과는 다르다. 은행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니까 괜찮다. 은행에서 뭔가를 팔고 그 대가로 우리는 돈을 낸다. 금융은 다르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파는 게 바로 금융이다. 그렇게 하려면 다른 분야를 침범할 수 있는 기발한 수단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금융은 근본적으로 채굴과 마찬가지로 뽑아내는 분야다. 채굴로서의 금융과 전통적인 은행의 차이점은 전통적인 은행은 현재 고객들의 자식도 자신의 고객이 되길 원하니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상업은행이니까. 반면에 금융은 채굴과도 같아서 필요한 것을 뽑아낸 뒤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 안 한다.
파르하가 스톡홀름 부시장 프레드릭 주르델을 만났다. 부시장은 스웨덴의 특정 주거 시스템에 엄청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파르하는 남을 등쳐먹는다고 하는 외부 자본을 이런 시스템에 끌어들인다는 게 놀라왔다고 말한다. 스웨덴 정부나 스톡홀름 시가 그렇게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특별한 시스템이 있으니 보호하려 할 줄 알았다. 부시장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바꾸고 그들의 자산을 회수하는 건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앞으로 어쩌겠다는 것인가? 서민들의 주택을 대자본의 먹이로 계속 놔두겠다는 건가?
다시 사센 교수의 말이다. 우리가 가치를 뽑아내면서 다양한 위기가 발생했는데 그러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기 시작한 1980년대에 비해 각국 정부들이 더 가난해졌다. 일부는 정치인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자산으로서 작용하는 모든 부동산의 가치는 217조 달러나 된다. 그 액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의 총합보다도 더 많은 액수다. 그러니 우리는 돈이라는 범위를 벗어난 그 무언가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은 위장된 형태로 돈을 뜯어내는데, 엄청나게 복잡한 요인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쪽 업계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대신 '전통적인 은행은 우리가 맡아왔으니 모두 이해할 수 있지만 이건 그쪽 일이 아니다. 너무 복잡한 거라 우린 이 일을 전문가들에게 맡겼다.'고 말한다. 그 전문 분야가 누구냐고? 금융업계 사람들이다. 봉이 김선달 같은 자들 말이다.
블랙스톤 조나단 그레이 부동산 부문 글로벌 대표는 회사에 대해 '저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사모펀드 회사입니다. 전 세계에서 투자자를 모집하죠. 저희는 회사를 기업가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한다. 블랙스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모펀드이다.
세입자들과 대화하는 레이라니 파르하
존 그레이의 말이다. 블렉스톤이 진출한 시장 중 하나가 단독주택 시장인데 포트폴리오 규모도 크다. 5만 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 많은 집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덕분에 가능했다. 2011년도에 빈둥거리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기본 대체비용까지 아주 싼 가격에 금융기관들이 팔려고 하는 자산이 과연 무엇일까? 단독주택이 바로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자산이었다.
2,5000달러 정도를 써서 수리를 한 뒤 세를 놓아 아파트 사업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만들되 다만 하나의 대규모 단지가 아닐 뿐이다. 만약 충분히 큰 규모로 사업을 한다면..... 이런 말들을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굴리는 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블랙스톤 같은 기업을 마냥 방치해야 할까?
2008년 시작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는 공유경제를 주장하며 2015년 3월 기준 전 세계 190개국 3만4,000여 개 도시에서 하루 평균 100만 실의 빈방을 여행객들에게 연결해 주고 있다. 한국 역시 6천여 곳이 등록되어 있다. CEO 브라이언 체스키(Brian Joseph Chesky)는 에어비엔비가 500채가 넘는 성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제 세계 어느 곳에 여행을 가든 에어비엔비만 있으면 숙박 걱정은 없다. 과연 그럴까? 에어비엔비는 집주인(호스트)이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글을 올리면 여행객이 조건을 보고 집을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에어비엔비는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다. 하지만 별도의 검증 절차가 없어 신분 확인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숙박업소로 등록하지 않고 개인으로 운영하는 특성상 위생관리나 소비자 사생활 보호에도 취약할 수 있다. 심지어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 화재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민박집에는 화재 경보 시스템, 소화기 등의 설비가 없어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잠재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에어비앤비가 숙박 공유 서비스를 넘어 세계 부동산 시장의 공룡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재개발을 위한 철거, 나아가 젠트리피케이션까지 도시화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문제들 뒤에는 이런 글로벌 부동산 큰손들이 있다. 바로 이들이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이다. 전 세계의 도시들이 급등하는 집값에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급등하는 전 세계의 집값 뒤에는 어김없이 '검은 손'이 도사리고 있다.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을 마냥 방치해야 할까?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다. 한때는 올리브 등 각종 과실나무가 주렁주렁 열리던 에덴동산 같던 동네였다. 부동산업자는 이 동네의 다세대 주택과 병원 건물을 사들인 뒤 철거하고 고급 빌라를 지었다. 하지만 빌라는 비어 있다. 내쫓긴 세입자들은 고급 빌라에 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발파라이소는 이제 옛날의 그 에덴동산이 아니다. 그 에덴동산은 사라지고 없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평범한 가족들이 살던 공영 주택단지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스웨덴에서처럼 한 지역을 몽땅 사들여 입주민을 내쫓고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개발 과정에서 정부는 손을 놓고 있거나, 법적 절차를 핑계로 압류를 부추긴다. 심지어는 부도덕한 정치인들은 부동산 업자들을 위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하기도 한다. 한국의 용산 사태가 바로 그 한 예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규제 철폐나 완화 등 법과 제도의 이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기 쉽다. 더 많은 정보는 부도덕한 권력자, 자본가들에게 전해지고, 이들은 부를 창출하는 대신 기존의 부를 빼앗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한다.
마약, 납치, 인신 매매 등의 불법 경로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 조직의 자금도 역외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유령회사를 통해 전세계 호텔, 콘도, 주택 등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파는 과정을 통해 돈세탁이 이루어진다. 불법 자금뿐만이 아니다.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공룡 자본이 최우선적으로 하는 일이 절세 또는 탈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노동자가 60%의 세금을 내는 반면에 조 단위의 수익을 내는 회사는 단 4%의 세금을 낸다. 자본가들이 세금을 덜 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비싼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다. 아파트를 사재기 하며 돈을 불리고 굴리는 이런 부도덕한 방식은 한국에서도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문제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할 공공자금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기금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를 해왔다. 공공자금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또 윤리적인가?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상의 제약 없이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펀드다. 법적인 제재를 받는 공모펀드와는 달리 사모펀드는 49인 이하 투자가의 투자금으로 운용에 제한이 없으며 익명성이 보장된다. 한마디로 사모펀드는 먹튀를 해도 투자금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국민연금도 전세계를 돌며 이윤을 추구하는 부조리한 부동산 자본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에 대해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윤만 추구하는 부동산 회사로 인해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바로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그 피해가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도시가 죽어가는 현장에서 레이라니 파르하가 확인한 문제는 바로 인권이다. 파르하는 주거권은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가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주거권은 국가만 믿어서도 안 된다. 주거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이 연대해서 주거권을 위협하는 모든 존재들을 물리쳐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해야 한다.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 연대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2019.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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