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8일 퇴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압도적인 4.7 보궐선거 승리를 계기로 국민의힘은 이제 새로운 수권정당, 민생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이번 승리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착각하고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압도적인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자유기고가 홍기표가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홍기표는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승리의 견인차 역할은 커녕 '위험한 행동'을 해서 전체 구도를 파괴할 뻔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종인은 안철수에 대한 사적 감정의 늪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林 山>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단상
떠난 사람 혹은 돌아가신 분에 대해 되도록 좋게 말하는 것은 한국적인 정서이기는 하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냥 이해만 한다. 대부분 동의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도 맡았던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쪽이 망할 땐 이쪽에서 구원투수 노릇하고, 저쪽이 망했을 땐, 저쪽 가서 구원투수 노릇하는 캐릭터가 정치판에 있다는 것이 순수 논리적으로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크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이데올로기란 매사를 단순화시켜 결국 '극단'을 추구하는 것인데.. 김종인 캐릭터는 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2.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김종인이 야권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완전히 앞뒤가 뒤집힌 평가다. 김종인은 견인차 노릇은 커녕 '위험한 짓'을 해서 전체 구도를 파괴할 뻔했다.
특히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과정에서 '야권 단일화를 통한 86세대 포위'라는 당면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 엿먹이기에 주력하는 바람에,.당구용어로 이른바 '겐세이'를 놓는 위험한 짓을 했다. 애당초 국민의힘 구원투수 자격이라 자기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김종인의 변명이다. 하지만, 이 국면에서 그게 과연 김종인의 역사적 미션이었을까?
3. 야권 승리의 계기적 사건은 'LH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종인의 앞선 행동들이 이것을 계산에 넣고 한 행동이었을까? 김종인이 무슨 부처님도 아니고 예수님도 아닌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물론 반문재인 정서가 누적단계에서 폭발단계로 넘어가고 있었고, 선거를 계기로 어떤 뇌관이 '대폭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정도까지를 정세 예측에 넣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확한 시점은 귀신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즉, 불가지 영역이다.
만약 LH 이슈가 1주일만 늦게 터졌다고 가정해 보면 어떻게 되었을까? 안철수가 이겼거나 단일화가 파탄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양측이 모두 후보 등록까지 갔다.
김종인의 미션은 애당초 이게 아니었다. 대중은 선거를 통해 정치에 충격을 주는데, 김종인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이번 선거는 양당구도 전체에 줄 수 있었던 충격을 어느 한쪽 당에 몰아준 것이다. 그 결과 86세대 포위라는 대중적 성과가 국민의힘의 자기 승리로 보이는 착시효과를 낳았다. 김종인이 야권 승리에 기여했다는 것은 그냥 결과론에 불과하다. 결과가 좋으니까 앞의 것도 그렇게 끼워맞춰 주는 식이다.
4. 김종인의 오판과 위험한 돌발행동의 기저에는 안철수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 것 같다고밖에 보기 어렵다. 사람은 '사적 감정'의 늪을 벗어날 수 없다.공자님은 40살이 되면 더 이상 유혹을 당하지 않고, 70살이 되면 귀가 순해지는 이순이 되어서 누가 욕을 해도 기분도 안나쁜 그런 경지에 도달한다고 했다. 하지만 죄다 뻥이다.
산드라 블록은 40살에 불혹은 커녕 결혼을 했다. 결혼했다는 것은 사상 최대의 유혹을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50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집에 음란마귀가 왔다갔다하는 걸 느낀다. 귀는 순해지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예민해져서 누가 욕하는 걸 점점 못 참는다.
정신적, 심리적으로 가장 순결한 시기는 20대 때다. 나는 20대 때 유물론으로 철저히 무장한 노동계급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일체의 관념이나 감정기복이 없는 상태를 지향했다. 그런데, 요새는 툭하면 30분 간격으로 짜증을 낸다.
김종인은 안철수에 대한 사적 감정의 늪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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