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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선의원 이소영에 대한 단상 - 홍기표

林 山 2021. 4. 10. 10:13

4.7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한 민주당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55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이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며 단체행동에 나섰고, 또 쇄신파들은 이번 선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당 지도부 선거에 나오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선의원 55명 가운데 이소영 의원도 있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이소영 의원과의 과거 일화를 떠올리면서 '민주당 초선 이소영 의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소영 의원 등 민주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의원들을 응원하는 글이다. 한번 읽어보자.<林 山> 

 

자유기고가 홍기표

민주당 초선의원 이소영에 대한 단상

 

이 시점에 이런 글이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민주당 초선 이소영 의원에 대해 격려의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 때는 바야흐로 2002년 대선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겨울이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어떻게 하면 3%(100만표)를 얻을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웬 고등학교 3학생 여학생 한 명이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교복을 입고 찾아왔다. 

 

나는 그 고등학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운동판에서 고등학교 재학생을 만난 것이 거의 10년만이었기 때문이다. 그 여학생은 나중에 대학생이 되었고, 환경운동에 관심을 많이 갖더니,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법조인의 길을 갔다.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때는 자기도 형편이 넉넉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민주노동당 분당파) 종로지구당에 2년치 당비를 미리 내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당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애틋한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 늙은 고등학생이 이소영 현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과천의왕)이다.

 

2. 나는 진짜 용감한 행동은 집단 내부에서의 소신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공포감을 갖는다. 반대로 소수건 다수건 자기를 둘러싼 주변 그룹과 함께 움직이면 이상하게 두려움 없이 막 나가는 경향을 띤다.

 

이런 이유로 집단 ‘내부’에서의 소신발언은 어지간하면 튀어나오기 힘들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미안마에서 제일 용감한 사람은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아예 친숙했던 조직 밖으로 튀어나간 탈영 군인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직접 정치인이.. 

자신을 밀접하게 둘러싼 근거리 주변부로부터의 고립을 감수하고 ‘생각대로 발언하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3.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골수 문재인 지지자)들의 토착 왜구타령도 알보 보면 군중심리의 일환이다. 커뮤니티 놀이를 하려면 뭔가 공통의 명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친일-반일 같은 상징적 장치들이 제일 갖고 놀기 편리하고 부담이 없다. 일본군이 집으로 돌아간 지 어언 70년도 더 지난 뒤에 서울에 앉아서 친일파 공격하는 것 처럼 땅집고 헤엄치기가 세상에 어디에 또 있겠는가?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필요한 때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버스 떠난 지 수십 년 뒤에 흥분하는 것은 한마디로 정신나간 짓이다. 

 

4. 어제 이소영 등 민주당 초선의원 5명이 일종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자 대깨문 대본영에서 당장 난리가 났다. 대충 짐작하기로는 아마 좀 심하게 시달렸을 것 같다. 그러나 꺾이면 안된다. 대깨문은 이미 근본적인 자기 모순에 포위되어 있다.

 

대깨문은 조국(曺國)을 결사옹위 하고 있지만 자기들도 그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대깨문이 2020년 여름부터 일관되게 고집하고 있는 '자기 정당성'을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 일관되게 고집하려면 조국을 대선후보, 추미애(秋美愛)와 윤미향(尹美香)을 국무총리 후보, 검찰 개혁을 1번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그런데, 때깨문이 이렇게 한번 해볼 수나 있을까? 밀고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반성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 이게 대깨문이 스스로 포위된 자기 모순이다. 

 

5. 우리는 진영이 아니라 행위별로 판단한다. 민주당 초선의원 5명이 용기를 갖고 첫 뜻을 굽히지 않기를 바란다. 잠시 시달리겠지만, 문재인 정권 유통기한도 얼마남지 않았다. 잠시 후 역사의 봄바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질 대깨문이다. 그까짓 거 한 줌도 안 된다. 이소영 힘내라!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