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당 후보 오세훈과 박형준이 여당인 민주당 후보 박영선과 김영춘을 각각 57.5%-39.2%, 62.7%-34.4%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완파하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20대 등 젊은층의 투표율이 결정적으로 승부를 갈랐다. 20대 젊은층의 투표 성향은 일반적으로 진보, 개혁 성향이다. 그동안 진보, 개혁을 표방한 민주당이 그런 20대 젊은층으로부터 철저하게 심판을 받았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20대 투표율로 본 안철수의 공로'라는 글에서 20대의 투표율을 높이고, 투표 성향까지 변화시킨 숨은 공로자는 바로 안철수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음은 '20대 투표율로 본 안철수의 공로' 전문이다. <林 山>
20대 투표율로 본 안철수의 공로
1.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양당 구도라는 사실을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간단하게 말해서 서울이 부산이 된 것이다.
2. 주목할 부분은 20대이다. 오세훈은 20대에서도 크게 이겼다. 남자는 거의 7 대 2였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오늘 어떤 20대 후반 청년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처음으로 보수 정당에 투표했다"는 말을 했다. 2020 제18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20대는 자유한국당 찍었다고 친구들한테 말하기가 부끄러운 정도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3. 내가 바라보는 선거에 대한 관점은 이렇다. 주로 20대에 형성된 투표 성향은 일단 굳어지면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30대쯤 육아에 직면하면서 사회정치적 관심이 고조되고, 이때 투표 성향이 한번 바뀔까 말까 한다. 그러나, 투표 성향이 한번 바뀌면 평생 간다는 특징이 있다. 한번 투표 성향이 굳어지면 자기 성향이 제일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투표 결과가 바뀌는 이유는 투표 성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같은 투표 성향 내부에서 동원력의 차이만 발생할 뿐이다.
따라서 선거는 무조건 안방에서 시작해야 한다. 건넌방 혹은 중도를 겨냥하면 실패한다. 투표성향의 집단 이동은 정치지형의 변화로 본다. 이런 명제들을 묶어서 나는 한마디로 '투표 성향 불변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4. 위와 같은 '투표 성향 불변의 법칙'에 따르면 20대 남자가 7 대 2로 보수에 투표한 것은 매우 중대한 상황이 된다. 투표 성향은 처음에 한번 넘어가기가 어렵지 일단 하게 되면 계속한다. 특히 20대에 형성된 투표 성향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현재의 40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5. 사실 우리가 86세대라고 부르는 '정치적 투표 성향' 즉 86세대의 주력부대는 40대, 즉 70년대생들 중에서도 특히 초반부다. 생물학적 86세대는 50대들이지만, 투표 성향으로서의 86세대는 40대인 셈이다. 40대는 86세대로부터 정치적 세례를 받고 20년이 넘도록 그 정치적 신앙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건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1991~92년까지 데모를 했던 친구들을 보면 이들의 투표 성향은 죽을 때까지 안 변할 것으로 보인다.
6. 20대가 투표 성향의 강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안철수의 결정적인 숨은 공로가 있었다. 안철수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두 번의 인상적인 정치 플레이를 선보였다. 초기 출마 선언 시점부터 '단일화'프레임을 제시하고, 막판에는 경선룰을 선제 양보하기도 했다. 이로써 처음부터 야권의 전체 파이를 크게 유지하는 분위기 메이커로 크게 활약했다. 지난 총선에서 여권이 180석을 가져간 것도 알고 보면 페이스 메이커 안철수가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재앙이었다.
7. 국힘의힘당 발전 전략을 간단히 요약하면 궁극적으로 20대 투표 성향의 지속적인 담지체로 발전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40대의 마르지 않는 투표 성향 덕분에 수십년을 우려먹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말이다.
국민의힘당도 1회성 승리에 샴페인 터트리면 조만간 다시 망하게 된다. 보수가 윤석렬이나 안철수 같은 새로운 에너지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흡수하느냐에 한국 정치 지형 변화의 명운이 걸려 있다.
8. 이번 선거는 또 다른 성과도 있었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동네 양아치만도 못한 현금살포식 공약, 토목공사 공약에 대해 파산선고를 내렸다는 점이다. 냉혹할 정도로 말이다.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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