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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쇼윈도우 계급투쟁 - 홍기표

林 山 2021. 7. 3. 20:53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당론으로 1가구 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상위 2%로 확정했다. 이를 두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부터 조세 저항과 행정력 낭비가 크다는 등 다양한 비판이 나온다. 또 공동명의 주택에 대한 부과 방식 등은 아직 방향조차 정해지지 않아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위 2%는 2021년도 기준 공시 가격으로 11억원 선이다. 현재 1가구 1주택 기준 공시가 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고 있는 종부세 기준을 2억원 가량 높인 것이다. 문제는 공시 가격에 따라 해마다 과세 여부가 갈리고, 집값이 하락해도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세 저항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공동주택 공시 가격은 매년 3월 국토교통부가 공시하고, 주택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들어 4월에 확정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공시 가격에 따라 종부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매년 3~4월에 과세 대상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세 대상이 상위 2%로 바뀌면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이 돼야 부과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공시 가격을 책정할 때 적용하는 현실화율도 문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 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현실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종부세 부과 대상이 바뀌거나 조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헌법 제59조에서 규정한 조세법률주의에도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 

 

주택을 공시 가격 순서대로 정렬하는 데 들어갈 행정력 소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상위 2% 순위를 정할 때 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한 주택은 어떻게 계산할지도 정해지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1주택 실거주 중산층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상위 2% 종부세 부과 방안이 결국 부자 감세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민주당의 상위 2% 종부세 부과 방안에 대해 '참으로 해괴한 발상이다. 뭔가 이상한 괴물이 또 하나 탄생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상위 2% 종부세 부과 방안이 '조잡한 계급사관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상위 2%에 대해서 투쟁할 테니 나머지 98%는 나를 지지하라는 메시지를 성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민주당의 2% 타깃팅은 보여주기식 투쟁, 쇼윈도우 계급투쟁'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홍기표가 쓴 '민주당의 쇼윈도우 계급투쟁'이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林 山> 

 

자유기고가 홍기표

민주당의 쇼윈도우 계급투쟁

 

내가 볼 때는 현대 조세이론이 갖고 있는 '조세의 정의'도 엉터리고, '조세의 분류'도 엉터리다. 현대 조세이론은 사실상 조세에 대한 개념 정의도 못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조세에 대한 정의는 '국가가 아무 대가 없이 날강도처럼 그냥 가져가는 금전이나 재물' 이다. 

 

이것은 독일 세법에 나온 조세의 정의를 그냥 베껴 온 것이다. 허무하다. '국가가 그냥 가져가는 게 조세'란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한마디로 무식한 정의다. 전근대 시절, 왕이 대충 알아서 막 가져가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깡패들이 대가 없이 뜯어가는 것도 이런 식의 정의에 의하면 일종의 '저강도 조세'다. '국가의 수취'라는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인 '경제 효과'라는 관점에서 조세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크다. 

 

세금의 종류에 대한 구분법도 엉터리다. 책에는 조세의 분류에 대해 국세니 지방세니 직접세니 간접세니 누진세니 뭐니 그렇게 나누는 방식들이 줄줄이 먼저 나온다. 이것은 그냥 국세청이 징세 행정의 편리를 위해 구분한 방식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류는 경제 효과를 중심으로 분류한 조세의 분류가 될 수 없다.

 

'조세의 경제효과'를 생각한다면 조세의 종류에 대한 카테고리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나는 세금의 종류를 소득에 관한 세금, 거래에 관한 세금, 소유에 관한 세금(보유세) 등으로 분류한다. 그밖에 '인두세'도 있지만 제외한다. 여기서 소득에 관한 세금은 다시 소득의 종류에 따라 근로소득, 자산소득, 혁신소득으로 구분된다. 

 

첫째, 소득세는 '여유분'에 대한 과세라는 점을 대전제로 인식해야 한다. 즉 비용을 다 털고 그래도 남은 것에 대해 국가가 일부 가져가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이 근대와 전근대의 경계선이라고 본다. 

 

근대는 일단 생산자들이 자기비용을 먼저 공제하고 나서 그 다음에 국가를 상대로 일부 비율을 나눠 먹는다. 일은 생산자가 했는데 '국가가 무슨 권리로 조세를 청구하지?'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국가가 중간에 개입하는 바람에 엄청난 효과가 발생했다. 즉 생산이 확대되었다. 여기서 생산 확대는 곧 사회 확장을 뜻한다. 즉 조세는 그 자체로 현금 회전에서 국가라는 경제 주체를 하나 끼워넣어서 회전율을 높인 것으로 볼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둘째, 거래세는 부가가치세를 의미한다. 소비세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거래세는 모든 거래 정보에 따라붙는 세금이다. 이 세금은 자유, 평등, 성장, 분배 등 경제 이념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민간의 거래 사이에 국가가 개입해서 거래 정보를 국가가 소유하는데 이 세금의 의미가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예전부터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철폐와 국유화를 외쳤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사회주의보다 더 기막힌 방식이 있었다. 바로 거래 정보의 국유화이다.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던가 말던가 놔두고. 그것들 간의 거래 정보를 국유화하는 방식이다. 이게 바로 부가세의 도입으로 실현된다. 이것이 박정희가 남기고 간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본다.

 

부가세는 소득세와 소유세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세금이고, 이 기능이 극대화되면서 사회 전체가 투명해지고 매뉴얼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내가 볼 땐 VAT(value added tax, 부가가치세)는 한마디로 기가 막힌 세금이다. 외계인이 쳐들어와서도 배워갈 만한 세금이다. 

 

세째 소유에 관한 세금 즉 보유세이다. 내 생각에는 보유세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소유권 공증의 의미다. 보유세는 국가가 각 개인의 소유권을 등기해주고 이를 '공증'해주는 대가로 볼 수 있다. 즉 재산의 보유를 국가가 보장하는 소유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한 연대 부담이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모든 땅이 왕의 땅이었으므로 개인의 소유를 보장해줄 필요가 없었고, 역설적으로 이는 권력이 자의적으로 세금을 뜯어가는 배경이기도 했다. 보유세-재산세가 주로 지방정부의 재원으로 쓰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유세를 많이 내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의문이다.

 

다른 하나는 사적 보유에 대해 부담을 주는 효과이다. 즉 보유세를 통해 주택 다량 보유에 대한 상시 부담을 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국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는 논리적으로 안 맞는 말이다. 국가는 시장을 박살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세금이다. 

 

시장이 없는 공산주의는 세율이 100%인 나라다. 국가보안법보다 무서운 게 국세기본법이다. 기본적으로 보유세는 '소득'에 관한 세금이 아니다. 보유세가 주로 재산세라는 이름으로 지방세에 편입되어 있는 이유는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보유세는 실현된 소득이 아니라 자산의 평가치를 기준으로 과표를 산정할 수밖에 없다. 평가이익이 높아질 경우 추산된 미실현 이익을 과표로 삼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기준을 상위 2%로 바꾼다고 한다. 과세기준점을 액면가 얼마로 잡는 게 아니라 전체 표본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으로 잡는다니 참으로 해괴한 발상이다. 뭔가 이상한 괴물이 또 하나 탄생하는 것 같다. 

 

'상위 2%' 과세기준점은 세금 부과 기준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꾼 셈이다. 자산에 대한 평가가 기준이 아니라 계급적 순위가 기준이 된다. 이게 무슨 고등학생 내신등급 매기는 것도 아니고 전국의 주택 소유자를 1열로 세워서 그중 상위 2%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니! '대체 왜 이렇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전체 계산이 나오기 전에는 자기가 세금을 얼마나 맞을지 알 수 없다. 상위 2%까지는 수백, 수천만원 세금이 나오겠지만 2.00001%부터는 세금이 '0'인 이상한 문제도 발생한다. 기존의 누진세 체계를 적용해서 그냥 단순한 보유세 체계를 만들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이상하게 하는 것인가?

 

의도는 명확하다. 조잡한 '계급사관' 때문이다. '우리가 상위 2%에 대해서 투쟁할 테니 나머지 98%는 나를 지지하라!'는 메시지를 성립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찍이 '혁신하라 한국경제'의 저자인 박창기 선생은 민주당이 상위 10%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2% 타깃팅은 보여주기식 투쟁, '쇼윈도우 계급투쟁'이다. 

 

민주노동당 시절에 우리는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이런 구호를 외쳤는데 나중에 이 슬로건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누진세 시스템를 통한 보편적 과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자 증세 혹은 계급적 관점은 '정치'의 수단일 뿐 실제 실효성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는 스물다섯살 때까지도 노동계급이라는 신성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스물다섯살을 잘 믿지 않는다.

 

계급사관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환호할 만한 새로운 세계관도 아니었다. 민족주의처럼 배우지 않아도 터득하게 되는 본능적 집단의식의 일종에 불과하다. 계급이란 정치에 의해서 자극받아 형성되는 것이고, 그것은 현대에 있어 고정된 투표 성향으로 나타날 뿐이다.

 

지난 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은 '어떻게 하면 면세기준점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론은 비참했다. 상식적으로는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추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냥 면세점만 높여버렸다. 보편적 과세 시스템의 정비가 아니라 조잡한 계급사관을 택한 셈이다. 그 결과 세제의 복잡성은 심해지고 논란은 커질 듯하다. 

 

글쓴이 홍기표(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