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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한국에 점령군으로 왔는가?

林 山 2021. 7. 7. 19:36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 한 마디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2021년 7월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나.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해서 이육사 시인 같은 경우도 독립운동 하다가 옥사하셨다.'고 발언하였다. 

 

야당 대권 후보들과 정치인, 그리고 일부 민주당 대권 후보들도 마치 때를 만난 듯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이재명 지사의 '점령군' 발언에 대해 맹비난하고 나섰다. 미군이 점령군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까막눈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미군이 점령군으로 한국에 왔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학술적으로도 이미 미군은 한국에 점령군으로 왔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제국주의 일본이 패망한 25일 뒤인 1945년 9월 9일 조선총독부 제1회의실에서 조선주둔 일본군으로부터 항복을 받은 미 제24군단 하지 중장은 한국인들에게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조선인민 제군이여! 태평양방면 육군사령관이요 연합국총사령관 맥아더 대장을 대신하여 나는 오늘 남조선 지역에서 일본군의 항복을 받았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법률과 질서를 유지하는 동시에 조선의 경제 상태를 앙양시키며 인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며 기타 국제법에 의하여 점령군에게 과하여진 기타 모든 의무를 이행하노니, 점령 지역에 있는 제군도 또한 의무를 다하여라.'라고 되어 있다. 

 

하지는 일본군을 제압하고 일본군의 항복을 받은 자신의 부대를 '점령군'으로 지칭했다. 또 한국인들을 '점령 지역에 있는 제군'으로 불렀다. 점령군이니 점령이니 하는 용어는 하지가 독단적으로 사용한 게 아니었다. 9월 7일 발포된 미국 태평양육군총사령부 포고 제1호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점령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맥아더가 발표한 포고령 1호

 포고 제1호 제1조는 '일본국 천황과 정부와 대본영을 대표하여 서명한 항복문서의 조항에 의하여 본관 휘하의 연합군은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지역을 점령한다.'라고 되어 있다. 포고  제4조에 맥아더는 '점령군에 대하여 반항 행동을 하거나 또는 질서 보안을 교란하는 행위를 하는 자는 용서 없이 엄벌에 처한다'라고 경고했다.

 

맥아더의 포고령과 하지의 성명서만 보아도 미군은 한국에 점령군으로 온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미군만 자신을 점령군으로 지칭한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도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불렀다. 왜? 그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고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를 보면 이승만과 김구도 미군을 점령군으로 지칭했다. 미군은 점령군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은 사실 친미 정치인 이승만이었다. 1948년 2월 11일자 경향신문은 이승만, 김구 관련 기사에서 '당초 두 사람은 조속한 독립 및 미·소 양군의 철퇴에 찬성하였으나, 그러나 소련이 북조선 군대를 건설하고 두 점령군대가 철퇴하는 경우에는 북조선에 있는 공산주의자들은 용이히 남조선을 접수하리라는 것이 명백히 되자 이 박사와 김구 양씨는 태도를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김구, 이승만의 입장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미군과 소련군이 '점령군대'로 지칭됐다.  

 

해방 직후 최대 보수정당인 한국민주당(한민당) 총무 송진우도 미군의 진주를 점령으로 지칭했다. 1945년 12월 22일 조선일보에 실린 '민족의 균등한 생성 발전'이란 제목의 연설문에서 송진우는 '우리는 우리 민족의 완전한 자주독립국가 수립을 기약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제국주의의 통치로부터 이탈하엿지마는 아직 자주독립이 실현되지 못하였습니다. 북위 삼십팔도를 계선(界線)으로 그 이북은 소군(蘇軍)이, 그 이남은 미군이 보장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로바삐 전 민족이 일치단결하야 임시정부를 절대 지지하므로써 완전한 독립국가로 승인을 밧지 안흐면 안이 되겠습니다.'고 주장했다. 송진우는 미소 두 군대가 일본의 항복을 보장받기 위해 한반도를 보장 점령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했다. 

 

미군이 점령군이었다는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대해 매우 악의적인 공격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재원은 이재명 지사를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맹비난했다. 김재원은 지난 7월 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을 하든지 하라"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지리산 빨치산들을 '빨갱이'로 몰던 당시 사람들도 미군을 점령군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비난이었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도 왜곡하면서까지 대선 국면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이 될 자격이 없다.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정치인들을 철저하게 심판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미군은 한국에 점령군으로 왔는가? 맞다. 미군은 한국에 점령군으로 왔다. 미군이 한국에 점령군으로 온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2021. 7. 7.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