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 자루 나도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님을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담봇짐을 쌌다네.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2리 상팔당 마을의 마루가 있는 집 마당 우물가에 심은 앵두나무에 조발조발 달린 앵두가 바알갛게 익었다. 앵두를 볼 때마다 김정애가 부른 노래 '앵두나무 처녀'가 떠오르곤 한다. '앵두나무 처녀' 노랫가락이 귀에 익은 사람은 분명 중년 이상의 연령층일 것이다.
'앵두나무 처녀'에는 한국 산업화 과정의 슬픈 이면이 담겨 있다. '동네처녀'들의 '바람'은 사실 '님을 찾아서' 가는 그 '바람'이 아니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시골의 '이쁜이 금순이'는 돈을 벌어 가난을 면하기 위해 ' 일자리를 '찾아서' '물동이 호미 자루 나도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올라갔던 것이다.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가리봉동 봉제공장에서 청춘을 바친 '이쁜이 금순이'는 지금 무엇이 되어 살고 있을까?
민간에서는 앵두나무의 열매와 가지를 약재로 쓴다. 열매는 이질과 설사에 효과가 있고 기운을 북돋우며, 가지의 재를 술에 타서 마시면 복통과 전신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좋은 한약도 많은데 이질, 설사, 복통, 전신통에 굳이 앵두와 앵두나무 가지를 쓸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