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촛불시민항쟁은 마침내 사악하고 부패한 박근혜 정권의 탄핵소추를 이끌어냈다. 소설가 황석영과 김훈,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방송인 김제동 등 각계각층 인사 128명은 12월 7일 촛불민심을 대변할 온라인시민의회 대표단을 시민 직접추천에 의해 공개선출하자고 제안했다.
온라인시민의회 구성 제안은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누리꾼들이 과연 촛불시민혁명에 참여한 시민들의 여론을 대변할 수 있는가? 온라인시민의회 구성 제안이 일부 누리꾼들의 반발로 무산될 정도로 주도 세력의 추진 의지나 동력이 미약하다면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번의 혁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유사 이래 민중이 주체가 되어 세운 민주적인 정권 수립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시민의회 구성 제안은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의 기초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온라인시민의회 구성은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서는 시민의회 구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기존의 정치세력들은 당연히 촛불시민혁명 세력의 정치세력화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4.19 혁명 때도 그랬고, 5.18 광주민중항쟁 때도 그랬고, 6.10 민주항쟁 때도 그랬듯이 기존의 야당 정치인들은 민중의 혁명적인 동력을 이용하기만 했다. 기회주의적인 야당 정치인들은 항상 시민이 피흘려 쟁취한 과실을 따먹기만 했다. 이들은 가증스럽게도 도리어 시민들의 등을 찍고 발등을 찍었다.
온라인시민의회 구성에 대한 반대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민중은 자신을 위한 정부를 갖지 못했다. 촛불혁명을 통해서 얻은 동력을 시민들이 이제라도 자신을 위한 정부를 세우겠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온라인시민의회 반대론자들의 순수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라인시민의회 반대론자들에게 묻는다. 나라를 이 모양 이 지경으로 만든 기존의 정치질서, 기존의 정치귄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있는가? 국민들이 더 잃을 것이 있는가?
2016.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