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유디트의 승리(Juditha Triumphans)
'유디트의 승리(Juditha Triumphans)'는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만들어졌지만 뒤에 오페라 형식으로 바뀌어 공연을 하게 되었다. 안토니오 비발디는 1716년 7월 지중해의 제해권을 놓고 터키군과 베네치아 수비군 사이에 벌어진 코르푸 섬 공방전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이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의 외경(外經) 가운데 하나로 유대의 산악지대 베투리아에 사는 과부였다. 외경에는 아시리아 왕 느부갓네살의 명을 받은 홀로페르네스가 군대를 이끌고 팔레스타인을 침공한다. 아시리아군의 포위가 계속되자 유대군은 식량도 떨어지고 물도 바닥이 드러나 위기에 처한다. 이에 유디트는 화려하게 치장한 뒤 홀로페르네스의 막사로 향한다. 유디트의 아름다움에 현혹된 홀로페르네스는 연회에서 포도주를 잔뜩 마시고 취해서 쓰러진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칼로 벤 뒤 자루에 담아서 유대로 돌아온다. 이를 계기로 유대군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아시리아군을 물리친다.
유디트는 역사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구약성서에 편입되지 못하고 외경으로 분류됐다. 느부갓네살도 아시리아의 왕이 아니라 바빌론의 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디트의 승리'에서 유디트는 위기에 빠진 조국 유대를 구한 애국적 여인으로 묘사된다. 연약하지만 신앙심이 독실한 여인 유디트는 베네치아, 포악한 이교도 홀로페르네스는 터키를 상징한다. 적진에 홀몸으로 들어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어오는 유디트의 고결한 행동은 터키의 끈질긴 포위 공격에도 코르푸 섬을 지켜낸 베네치아군의 승전을 상징한다.
비발디는 '유디트의 승리'를 쓸 때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기본 편성인 바순과 하프시코드 같은 통주(通奏) 저음 악기와 현악기에 트럼펫과 클라리넷, 오보에와 리코더 등 다양한 관악기를 추가해서 관현악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1703년 25세 때 사제 서품을 받은 비발디는 버려진 소녀들을 위한 고아원인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Ospedale della Pieta)’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쳤는데, 이 고아원은 유립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발디의 기악 협주곡이나 종교곡도 이 악단과 합창단을 통해서 연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디트의 승리'도 주인공 유디트 뿐만 아니라 적장 홀로페르네스까지 주요 배역 5명 모두 소프라노와 알토 등 여성 독창자에게 맡겼다.
2017.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