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복수초(福壽草) '영원한 행복(동양), 슬픈 추억(서양)'

林 山 2021. 3. 17. 17:27

너도바람꽃이 필 무렵 깊은 산 기슭에 샛노란색으로 피어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령사(傳令使)가 있다. 바로 복수초(福壽草)다. 언젠가 눈이 많이 내린 해 남양주 천마산에서 눈 속에 노란 등불처럼 피어난 복수초를 본 적이 있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눈 덮힌 대지를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운 복수초는 바라보는 그 자체가 감동이다.   

 

복수초(고흥 외나로도 봉래산, 2017. 2. 26)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복수초속(福壽草屬, Adonis)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눈색이속, 복풀, 애기복수초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북한명은 복풀(추천명), 복수초 등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눈색이속이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국생자)에는 얼음새꽃, 눈새기꽃, 장춘국(長春菊), 측금잔화(側金盞花), 헌세국(献岁菊)이라는 이명도 등재되어 있다.

국명 복수초는 일본식 한자명 후쿠쥬소우(フクジュソウ, 福寿草)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눈색이속, 눈새기꽃은 눈 사이에서 꽃이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은 얼음 사이에서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동양), 슬픈 추억(서양)'이다.

 

복수초(남양주 예봉산, 2023. 3. 11)

 

국표, 국생정 등재 복수초의 학명은 아도니스 아무렌시스 레겔 & 라데(Adonis amurensis Regel & Radde)이다. 속명 '아도니스(Adonis)'는 고대 그리스어 '아도니스(Ἄδωνις, Ádōnis)'에서 유래했다. 아도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년 사냥꾼 이름이다. 아름다운 용모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한편, 아도니스는 페니키아(Phoenicia)의 강 이름이었다. 지금의 아브라함 강(Abraham River)인데, 레바논 케세르완-즈바일 주를 흐르는 길이 약 23km의 작은 강이다. 종소명 '아무렌시스(amurensis)'는 처음 발견된 곳 또는 자생지가 극동 러시아의 아무르(Amur) 강 유역임을 나타낸다. 아무르 강을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龍江)이라고 부른다.

'레겔(Regel)'은 독일 원예가이자 식물학자 에두아르트 아우구스트 폰 레겔(Eduard August von Regel, 1815~1892)이다. '라데(Radde)'는 독일의 박물학자로서 시베리아를 탐험한 구스타프 페르디난드 리차드 라데(Gustav Ferdinand Richard Radde, 1831~1903)이다.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2021. 3. 14)

 

국표, 국생정 등재 복수초의 영문명은 아무어 어도우니스(Amur adonis)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일본명은 키타미후쿠쥬소우(キタミフクジュソウ, 北見福寿草)다. 키타미(北見)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동부의 지명이다. '후쿠쥬소우(福寿草)'는 원래 이른 봄에 황금빛 꽃을 피운다는 뜻에서 '후쿠츠구소우(フクツグソウ, 福告ぐ草, 복을 고하는 풀)'라는 이름이었으며,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7)부터 쓰였다. 그후 '츠구(告ぐ)'의 어조(語調)가 좋지 않아 경사스러운 뜻을 가진 '쥬(寿)'로 대체되어 '후쿠쥬소우(北見福寿草)'가 된 것이다. FOM에는 이치게후쿠쥬소우(イチゲフクジュソウ)라는 이명도 실려 있다.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2023. 3. 19)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는 아이누(アイヌ)란 원주민이 살고 있다. 아이누들은 복수초를 크론이라고 부른다. 크론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홋카이도에는 크론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신이 살고 있었다. 크론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아버지는 외동딸인 그녀를 용감한 땅의 용신에게 강제로 시집을 보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크론은 연인과 함께 밤을 틈타 다른 지방으로 도망을 가서 숨어버렸다. 이에 노한 아버지는 사람을 풀어 그들을 찾아냈고, 화가 난 나머지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꽃이 바로 복수초였다. 이때부터 이들이 찾아 떠난 '영원한 행복'이 복수초의 꽃말이 되었다고 한다(국립중앙과학관 야생화과학관).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2010. 3. 21)

 

FOM, 중문판 위키백과(维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복수초의 중국명은 커진잔화(侧金盏花)다. 维基百科에는 푸셔우차오(福寿草), 푸셔우화(福寿花), 위안르차오(元日草), 짜오춘화(早春花), 빙량화(冰凉花), 빙러화(冰了花), 빙링화(冰凌花), 빙리화(冰里花), 딩빙화(顶冰花), 빙랑화(冰郎花), 슈어르차오(朔日草)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짜오춘화(早春花)는 2~4월 이른 봄의 추운 시기에 꽃이 피기에 붙은 별명이다. 푸셔우차오(福寿草), 위안르차오(元日草), 슈어르차오(朔日草)는 꽃이 피는 시기가 설과 겹친다고 하여 붙은 별명이다. 百度百科에는 진잔화(金盏花), 진중화(金盅花), 빙류하(冰溜花), 베이커진잔진잔화(北侧金盏金盏花), 훙라화(红腊花) 등의 별명도 등재되어 있다.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2016. 3. 27)

 

복수초는 동부 시베리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전국 각처의 산지에서 자란다. 제주도에서 함경도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게 자연분포한다. 한강토에는 1속 1종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120여 품종이 개발되었다. 강원도 태백산 해발 1,500m 지점에서도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으로 보아 고산 지대와 저온 적응성이 뛰어난 식물임을 알 수 있다(국생정).

키타미후쿠쥬소우(北見福寿草)의 원산지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동부에서 북부, 한강토(朝鮮), 중국(中国), 러시아(ロシア)이다(F0M). 커진잔화(侧金盏花)는 랴오닝(辽宁), 지린(吉林), 헤이룽쟝(黑龙江) 동부에 분포한다(百度百科). 커진잔화(侧金盏花) 또는 커진잔(侧金盏)은 중국 동북 지방, 한강토, 일본 시베리아에 분포한다(维基百科).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2013. 3. 28)

 

복수초의 근경(根莖)은 짧고 굵으며, 흑갈색(黑褐色) 잔뿌리가 많이 나온다. 키는 10~3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털이 없으나 때로는 윗부분에 털이 약간 있고, 밑부분이 얇은 막질(膜質)의 잎으로 싸인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삼각상(三角狀) 넓은 달걀 모양에 2회 우상(羽狀)으로 잘게 갈라진다. 최종(最終) 열편(裂片)은 피침형(披針形)이고, 긴 엽병(葉柄) 밑에 잘게 갈라진 녹색 탁엽(托葉, 턱잎)이 있다.

꽃은 2~4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리며, 가지가 갈라져서 2~3개씩 피는 것도 있다. 꽃받침조각은 흑자색(黑紫色)으로서 8개 정도이다. 꽃잎은 20~30개로 수평으로 퍼지고, 거꿀피침 모양이다. 꽃받침은 꽃잎보다 크거나 비슷하다. 수술은 많다. 꽃밥은 전체가 둥글게 보이고, 짧은 털이 있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꽃턱에 모여 달려서 전체가 둥글게 보이며, 짧은 털이 있다.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2015. 3. 29)

 

복수초는 지역에 따라 개화시기를 비롯하여 잎, 줄기들의 형질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기 북부 지역의 복수초는 3월경에 꽃대가 올라와 4월 초~중순경에 개화한다. 백두대간 표고 약 800m 이상 되는 고산 지역의 복수초는 상대적으로 왜성이며, 개화시기가 1월 말~2월 초순으로 빠르다. 꽃은 직경 2~5cm 미만으로 소형이다. 계룡산과 칠갑산, 모악산, 충청도의 해안 및 도서 지역의 복수초는 개화 시기가 1월 말~2월 중순으로 빠르며, 꽃은 직경 5~7cm 정도로 대형이다. 제주도의 복수초는 다른 종들과는 달리 꽃과 잎이 함께 피며, 잎이 상대적으로 연한 초록색을 띤다. 잎이 깊게 갈라지고 질감이 부드럽다(국생정).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2017. 4. 2)

 

복수초는 이른 봄철에 가장 먼저 피는 밝은 노란색 꽃이 관상가치가 뛰어나므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초물분재의 소재로 이용해도 좋다.

복수초는 강심, 이뇨의 효능이 있어 동계(動悸), 수종(水腫), 심력쇠갈(心力衰竭), 전간(癲癎, 뇌전증, Epilepsy), 울혈성 심장대상기능부전(鬱血性心臟代償機能不全), 심방세동(心房細動), 울혈부전(鬱血不全), 심장기능부전(心臟機能不全)으로 인한 수종 등을 치료한다. 술이나 물에 타서 복용한다(국생정).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 2022. 4. 9)

 

복수초는 뿌리는 물론 꽃에도 독성이 있다. 그중 뿌리의 독성이 가장 강하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진 복수초 전초에는 시마린(cymarin)과 아도니톡신(adonitoxin), 아도니톨(Adonitol), 디지토씨게닌(digitoxigenin), 아도닐리드(adonilide) 등의 카데놀라이드계(cardenolide) 강심배당체가 함유되어 있다. 이들 성분들은 동물실험 결과 심장을 수축시켜 활동을 느리게 하며 확장기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농림축산검역본부).

복수초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실려 있지 않은 한약재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는 복수초를 거의 쓰지 않는다.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 2022. 4. 9)

 

국표 등재 복수초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개복수초(Adonis pseudoamurensis W.T.Wang), 세복수초(Adonis multiflora Nishikawa & Koji Ito), 털복수초(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var. pilosissima D.C.Son & J.S.Lee) 등 3종이 있다.

개복수초(가지복수초, Northeast Asian adonis, コフクジュソウ, 小福寿草)는 한강토 전국, 중국에 분포한다. 줄기는 곧추서고 가지를 치며, 털은 없다. 드물게 줄기 상부에 털이 있는 개체도 있다. 줄기 아래쪽에는 비늘잎이 있다. 잎은 어긋나며, 2~3회 갈라진 깃꼴겹잎으로 갈래조각은 피침형이다. 잎자루는 길이 4~7cm로 어릴 때는 털이 있으나 점차 자라진다. 꽃은 3월~4월 1~4개가 노란색으로 핀다. 꽃받침은 5(6)장, 형태는 도란형, 난상능형 또는 능형이고, 길이는 꽃잎의 길이보다 짧다. 꽃받침의 너비는 꽃잎보다 넓다. 꽃잎은 11~13장, 능상 난형에서 도란형으로 꽃받침보다 길다. 암술에 털이 분포한다. 세복수초(Acute-tip adonis, ミチノクフクジュソウ, 陸奥福寿草)는 일본 혼슈(本州)와 큐슈(九州), 한강토(朝鮮)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에 분포한다.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줄기잎은 엽병이 없거나 매우 짧고, 턱잎이 발달하고 어긋난다. 꽃은 잎보다 나중에 피고 줄기 끝에 1개씩 달리고 2~5개 정도이다. 꽃받침은 5~6개이며, 꽃잎은 꽃받침보다 약 1.3배 길다. 꽃받침이 꽃잎보다 넓다. 수술은 43~92개, 암술은 19~42개 정도이고, 털이 밀생한다. 털복수초(Pilose amur adonis)는 국표에 정명, 국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FOM에 등재된 Adonis amurensis var. pilosissima D.C. Son et J. Lee.가 털복수초로 보인다. 이 종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다. 줄기에 조밀하게 직연모(直軟毛, pilose)가 있다. 잎 아랫면에 조밀하게 연모(軟毛)가 있다.

 

복수초, 개복수초, 세복수초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복수초는 주로 중북부 지방의 비교적 고산지대에 분포하고,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꽃잎과 꽃받침의 길이가 비슷하다. 가지를 치지 않는다. 꽃은 1개, 꽃받침은 8개다. 수술 수가 적고, 수술대가 길게 밖으로 나온다. 개복수초는 주로 남동서해안의 해안가에 분포하고, 꽃과 잎이 함께 나오거나 꽃보다 잎이 먼저 나오며, 꽃잎이 꽃받침보다 길다. 가지를 약간 친다. 2개 이상 꽃이 피고, 꽃받침은 5~6개다. 다른 종보다 꽃잎, 암술, 수술이 가장 크고 많다. 수술대는 짧다. 세복수초는 주로 제주도에 분포하고, 꽃잎이 꽃받침보다 길며, 꽃받침은 5개다. 잎이 가장 가늘다. 엽병이 매우 짧다. 

한강토에 분포하는 복수초의 분류학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Lee eet al. 2000, 2004; Suh et al. 2002). 최근의 수리분류학적 연구, 화분학적 연구,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의하면, 한강토에는 복수초, 가지복수초(Adonis ramosa Franch.), 세복수초(Adonis multiflora T. Nishikawa et K. Ito)의 3분류군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복수초는 가지복수초와 비교했을 때, 줄기가 가지를 치지 않고, 잎의 전체 모양이 삼각형이며, 줄기에 달려 있는 잎이 잎자루가 있고, 8개 있는 꽃받침은 꽃잎보다 크거나 비슷하다는 점에서 가지복수초와 구별된다. 또 제주도에 자라는 세복수초와 비교했을 때, 꽃받침잎이 보다 많고 폭이 좁으며, 줄기에 난 잎의 자루가 보다 길어서 구분된다(국생자).

 

복수초(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 2022. 4. 9)

 

국표 등재 복수초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꿩복수초(Pheasant's eye, Adonis annua L.), 여름꿩복수초(summer adonis, summer pheasant's eye, Adonis aestivalis L.), 유럽복수초(Pheasant's eye, Adonis vernalis L.) 등 3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1. 3. 17. 林 山. 2023.12.1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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