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동강할미꽃

林 山 2021. 3. 23. 17:55

2021년 3월 21일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동강할미꽃을 처음으로 만니러 가는 날이었다. 바람은 강하게 불고 날씨마저 쌀쌀했다. 먼길을 달려가면서도 동강할미꽃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은 부풀어 올랐다. 자생지에 도착했을 때는 동강할미꽃이 이제 막 활짝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것을 두고 궁합이 맞는다고 할까!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바위 위에 뿌리를 박고 귀티가 나는 꽃을 피워올리는 동강할미꽃을 바라보노라니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저절로 일어났다.  

 

동강할미꽃(평창 백운산, 2021. 3. 21)

동강할미꽃은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할미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펄서틸러 동당엔시스 Y.N.Lee & T.C.Lee(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이다. 영어명은 동강 패스크-플라워(Donggang pasque-flower)이다. 꽃말은 '슬픈 추억'이다. 

 

동강할미꽃(평창 백운산, 2021. 3. 21)

동강할미꽃은 한국이 원산지인 특산식물이다. 한국에서는 강원도 강릉시, 동해시, 삼척시, 평창군, 정선군 등지의 석회암 지대에 분포한다. 동강할미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강 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할미꽃이다. 한때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 위기에 처했으나 최근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 정선군 귤암리에서는 증식장까지 만들어 동강할미꽃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동강할미꽃(평창 백운산, 2021. 3. 21)

동강할미꽃 줄기에는 전체적으로 흰 털이 많다. 키는 꽃이 필 때 15cm 정도이다. 이후에 더 자라 꽃이 진 후에는 20cm 정도에 이른다. 잎은 뿌리에서 나는 기수우상복엽(奇數羽狀複葉, 홀수깃꼴겹잎)이며, 소엽 7~8장으로 이루어진다. 소엽은 할미꽃에 비해 넓다. 잎 윗면은 광채가 있고, 아랫면은 진한 녹색이다.

 

동강할미꽃(평창 백운산, 2021. 3. 21)

은 3~4월에 피며 처음에는 위를 향해 피었다가 꽃대가 길어지면서 옆을 향한다. 꽃대는 1~2cm 정도이다. 꽃받침과 꽃부리는 6장이고, 겉에 털이 있다. 꽃색은 연분홍색이나 붉은 자주색 또는 청보라색이다. 암술과 수술은 수가 많은 편이지만 할미꽃에 비해서는 적다. 열매는 6~7월경에 열리고, 가는 흰털이 많이 달린다.

 

동강할미꽃(평창 백운산, 2021. 3. 21)

동강할미꽃의 유사종에는 긴동강할미꽃(학명 Pulsatilla tongkangensis f. longisepala Y.N.Lee), 분홍동강할미꽃(학명 Pulsatilla tongkangensis Y. N. Lee & T. C. Lee for. rosa Y. N. Lee), 흰동강할미꽃(학명 Pulsatilla tongkangensis Y. N. Lee & T. C. Lee for. alba Y. N. Lee), 할미꽃[학명 Pulsatilla koreana (Yabe ex Nakai) Nakai Mori], 분홍할미꽃[학명 Pulsatilla dahurica (Fisch. ex DC.) Spreng.], 세잎할미꽃[학명 Pulsatilla chinensis (Bunge) Regel]가는잎할미꽃[학명 Pulsatilla cernua (Thunb.) Bercht. & J.Presl], 산할미꽃(학명 Pulsatilla nivalis Nakai) 등이 있다. 

 

 동강할미꽃(평창 백운산, 2021. 3. 21)

긴동강할미꽃은 동강할미꽃과 유사하나 화피가 긴 타원형이다. 분홍동강할미꽃은 동강할미꽃과 닮았으나 화피가 분홍색이다. 흰동강할미꽃은 동강할미꽃과 닮았으나 화피가 흰색이다. 할미꽃은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며, 한국 고유의 야생화이다. 흰털이 밀생하는 꽃은 밑을 향햐여 꼬부라져 피고, 꽃이 지고난 후의 종자는 노파의 백발을 연상케 하므로 할미꽃이라 불리운다. 분홍할미꽃은 북한 지역이 자생지이며, 꽃을 비롯하여 식물체 전체가 왜성이다. 세잎할미꽃은 백두산 주변, 만주에 분포한다. 잎은 가죽질이고, 꽃색이 보라색이며, 꽃도 대형이다. 가는잎할미꽃은 제주도 산록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며, 잎이 가늘고 예두이다. 꽃은 5월에 분홍색으로 핀다. 산할미꽃은: 함경북도에 서식하며, 꽃은 7월 암적자색으로 핀다.

 

할미꽃(충주 계명산, 2006. 3. 26)

할미꽃 및 동속 근연식물의 뿌리를 본초명 백두옹(白頭翁)이라고 한다. 백두옹은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된다. 성질은 차고, 독이 없으며, 맛은 쓰다. 청열해독, 양혈지리(凉血止痢)의 효능이 있어 열독혈리(熱毒血痢), 음양대하(陰痒帶下), 아메바성 이질 등을 치료한다. 열독하리(熱毒下痢), 세균성 이질, 아메바성 이질을 치료하는 중요한 한약재임에도 필자는 백두옹을 처방한 적이 별로 없다. 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위생 관리가 좋아져 이질에 걸리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애는 백두옹(白頭翁, 할미꽃뿌리)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며[苦] 조금 독이 있다. 적독리(赤毒痢)와 혈리(血痢)에 많이 쓰며 목에 생긴 영류, 나력을 낫게 하며 사마귀를 없애고 머리가 헌것을 낫게 한다. ○ 일명 호왕사자(胡王使者)라고도 하는데 곳곳에 있다. 그 싹은 바람이 불면 가만히 있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움직이는 것이 천마싹(赤箭)이나 따두릅(독활)과 같다. ○ 줄기 끝에 1치 남짓한 희고 가는 털이 있어 흩어져 드리운 것이 마치 할아버지의 흰 머리털과 비슷하기 때문에 백두옹이라 한 것이다. 음력 8월에 뿌리를 캐 햇볕에 말린다[본초].'고 나와 있다.

 

2021. 3. 23.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