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붓꽃

林 山 2021. 8. 25. 18:52

붓꽃은 꽃이 피기 전 꽃망울을 보면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꽃봉오리를 보면 신기할 정도로 먹물을 머금은 붓과 똑 닮았다. 붓꽃과 꽃창포는 언뜻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붓꽃은 잎이 길고 가늘며, 꽃도 창포보다 가늘다. 또, 붓꽃의 꽃덮이조각(花被片) 6장 가운데 속꽃덮이조각 3장은 곧추서고, 겉꽃덮이조각 3장은 옆으로 퍼진다. 

 

붓꽃은 로마 신화에도 등장한다. 아이리스는 여신 주노(Juno)의 공손하고 예의 바른 시녀였다. 로마의 신들 중 으뜸신인 주피터(Jupiter)는 집요하게 아이리스의 사랑을 요구했다. 아이리스는 이 사실을 주노에게 고했다. 주노는 유혹을 뿌리치고 순결을 지킨 아이리스에게 무지개 목걸이를 만들어 주고 향기로운 입김을 세 번 불어 주었다. 그때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 곳에 꽃이 피어나 붓꽃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일설에는 아이리스가 주노를 배반할 수 없어 무지개로 변하여 주인에 대한 신의를 지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리스(iris)는 무지개, 홍채(虹彩)의 뜻을 가지고 있다. 

 

붓꽃은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그림 소재 가운데 하나다. 역대 가장 비싼 붓꽃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그림이다. 고흐가 1889년에 그린 '붓꽃(Les Iris. 캔버스에 유화, 71×93cm)은 5,390만 달러(약 630억 원)를 호가한다고 한다. 이 그림은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붓꽃(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1. 5. 6)

붓꽃은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이리스 상기니아 돈 엑스 혼(Iris sanguinea Donn ex Horn)이다. 영어명은 아이리시스(Irises) 또는 아이리스(iris), 블루 플래그(blue flag, 북미산)이다. 일어명은 아이리스(アイリス) 또는 아야메((アヤメ, 菖蒲)이다. 중국명은 시순(溪蓀) 또는 똥팡위안웨이(东方鸢尾), 창란(菖兰), 후디에화(蝴蝶花)이다. 붓꽃을 계손(溪蓀), 창포붓꽃, 수창포(水菖蒲)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붓꽃의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와 러시아 등 유럽이다. 붓꽃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극동지방,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 산과 들의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붓꽃(월악산 만수골 , 2021. 5. 22)

붓꽃의 근경은 옆으로 뻗고, 갈색의 섬유로 덮여 있다. 키는 약 60cm까지 자란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자라면서 새싹이 나와 뭉쳐나며, 밑부분에 붉은색을 띤 갈색 섬유가 있다. 잎은 곧추서고 선형으로 길이 30~50cm, 나비 5~10mm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주맥은 뚜렷하지 않으며, 밑부분은 엽초같고 붉은색이 도는 것도 있다.

 

은 5~6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화경 끝에 2~3개의 꽃이 달린다. 꽃자루는 작은포보다는 짧으나 씨방보다 길다. 포는 장타원상 피침형이다. 겉꽃덮이는 넓은 거꿀달걀모양으로 퍼지고, 조부(爪部)는 흰색 또는 노란색 바탕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다. 홍채 무늬와도 비슷하다. 속꽃덮이는 타원상 거꿀피침모양으로 곧추 선다. 암술대의 열편 끝은 깊게 이열(二)하고 톱니가 있다. 꽃밥은 암자색이다. 열매는 삭과로 대가 있고, 양 끝이 뾰족한 원주형이다. 종자는 갈색이고, 삭과 끝이 터지면서 나온다.

 

붓꽃(부안 채석강, 2007. 5. 27)

붓꽃은 잎과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으면 좋다. 자연탐방로나 자연학습장에도 많이 심는다. 민간에서는 붓꽃의 뿌리를 소화불량이나 창만증(脹滿症), 체증이 오래되어 뜬뜬한 증상, 인후염, 폐렴, 편도선염, 개선(疥癬)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붓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6. 5. 29)

붓꽃의 유사종에는 노랑붓꽃(Dwarf-woodland Korean iris)금붓꽃(Grassy-leaf yellow iris)흰붓꽃  노랑무늬붓꽃(Odaesan iris)각시붓꽃(Long-tail iris)타래붓꽃, 솔붓꽃(Beardless iris), 부채붓꽃(Wild flag iris), 시베리아붓꽃난장이붓꽃(Single-flower iris), 제비붓꽃(Rabbit-Ear Iris) 등이 있다.   

 

노랑붓꽃(Iris koreana Nakai)은 전북 부안군과 정읍시, 전남 장성군, 경북 칠곡군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20cm 정도이다. 금붓꽃과 비슷하지만 잎이 보다 크고, 나비가 2~3배나 된다. 노란색 꽃이 항상 2개씩 달리는 것이 금붓꽃과 다르다. 금붓꽃(Iris minutoaurea Makino)은 키가 4~10cm 정도이다. 꽃대 끝에 2개의 포가 1개의 노란색 꽃을 감싼다. 흰붓꽃(Iris sanguinea f. albiflora Y.N.Lee)은 전라남북도의 산록에 자란다. 키는 30~60cm이다. 꽃은 꽃대 끝에 2~3개씩 흰색으로 달린다. 겉꽃덮이의 안쪽은 노란색이다. 노랑무늬붓꽃(Iris odaesanensis Y.N.Lee)은 키가 20㎝ 정도이다. 꽃은 꽃대에 2송이씩 달리고, 겉꽃덮이는 흰 바탕의 안쪽에 노란 줄무늬가 있다. 속꽃덮이는 희며, 비스듬히 선다.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은 전국의 산지에 분포한다. 꽃대는 5~15cm이며. 잎은 30cm 정도이다. 꽃은 자주색이다. 가장 위의 포에서 1개의 꽃이 핀다. 타래붓꽃[Iris lactea var. chinensis (Fisch.) Koidz.]은 잎보다 짧은 꽃대에 연한 자주색 꽃이 달리고 향기가 있다. 붓꽃과 비슷하지만 잎이 비틀려서 꼬이기 때문에 타래붓꽃이라고 한다. 솔붓꽃(Iris ruthenica KerGawl.)은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남도 등지에 분포한다. 꽃대는 극히 짧으며, 끝에 1~2개의 보라색 꽃이 달린다. 잎집 같은 포는 가장자리에 붉은 빛이 돈다. 각시붓꽃과 혼동하기 쉽다. 솔붓꽃은 각시붓꽃과 달리 꽃잎의 폭이 좁다. 겉꽃덮이는 흰색의 그물무늬가 있다. 옛날에는 뿌리를 솔로 이용했다. 

 

부채붓꽃(Iris setosa Pall. ex Link)은 강원도 고성군과 삼척시 등지에 분포한다. 꽃대는 30~70cm 정도이다. 잎은 칼모양으로 어긋나고 2줄로 배열되어 부채살처럼 벌어진다. 꽃은 자주색이다. 겉꽃덮이는 밑부분이 뾰족하고, 뾰족한 부분에 황색 맥이 있다. 시베리아붓꽃(Iris sibirica)의 원산지는 유럽과 시베리아이다. 키는 30~50cm 까지 자란다. 꽃은 2~4개의 자색 꽃이 피고, 자주색 그물 무늬가 있다. 난장이붓꽃(Iris uniflora var. caricina Kitag)은 강원도 북부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5~8cm 정도이다. 연한 보라색꽃이 화경 끝에 1개 달린다. 키가 작으나 꽃은 크고 아름답다. 제비붓꽃(Iris laevigata Fisch.)은 지리산에 분포한다. 키는 50~70cm 정도이다. 꽃은 짙은 자주색이며 보통 3개씩 달린다. 겉꽃덮이는 밑부분의 중앙이 노란색이다. 많은 원예종이 있다.

 

붓꽃(하남 검단산, 2013. 6. 9)

꽃창포, 대청부채(Vesper iris)도 붓꽃의 유사종이다. 꽃창포[Iris ensata var. spontanea (Makino) Nakai]는 키가  60~120cm 정도이다. 꽃은 원줄기 또는 가지 끝에 적자색으로 달린다. 안쪽에 노란색 줄이 있다. 겉꽃덮이 밑부분은 노란색이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며, 창포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창포와 비슷하게 생겼으므로 '꽃이 피는 창포'라는 뜻에서 꽃창포라고 한 것이다. 대청부채(Iris dichotoma Pall.)는 대청도, 백령도의 해안가 절벽에 자생한다. 키는 50~100cm 정도이다. 꽃은 분홍색을 띤 보라색이고, 8~9월에 가지 끝에서 나온 취산꽃차례에 핀다.

 

2021. 8. 2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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