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깽깽이풀 '설원(雪原)의 불심(佛心), 안심(安心)하세요'

林 山 2022. 5. 2. 18:11

2022년 4월 10일 주말을 맞아 충주시 연수동 거리를 산책하다가 어느 가게 앞 화분에 깽깽이풀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게 안에도 깽깽이풀 화분이 있었다. 연보라색 꽃이 얼마나 예쁜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주인에게 깽깽이풀의 기원을 물어보니 산에서 캐왔다고 한다. 깽깽이풀은 멸종위기식물 Ⅱ급이기에 함부로 캐오면 안된다고 일러 주자 주인도 수긍을 했다. 깽깽이풀은 꽃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도채(盜采)하여 수난을 당하고 있는 식물이다.     

 

깽깽이풀(충주시 연수동, 2024. 3. 22)

 

국립생물자원관(국생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의 깽깽이풀 분류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 매자나무과(Berberidaceae) 깽깽이풀속(Jeffersoni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登載) 국명(國名, Vernacular name)은 깽깽이풀(추천명), 깽이풀, 조황련(朝黃蓮), 황련(黃連), 흰깽깽이풀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국명은 깽깽이풀(추천명), 깽이풀(비추천명)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국명은 깽깽이풀(추천명), 황련, 조선황련(朝鮮黃蓮) 등이 있다. 국생관 등재 국명은 깽깽이풀(추천명), 산련풀, 조황련, 조선황련(朝鮮黃蓮), 모황련(毛黃蓮), 선황련(鮮黃蓮) 등이 있다. 조황련(朝黃蓮), 선황련(鮮黃蓮), 조선황련(朝鮮黃蓮)은 '한강토(朝鮮, 조선반도, 한반도)에서 나는 황련(黃蓮)'이라는 뜻이다. 깽깽이풀의 꽃말은 '설원(雪原)의 불심(佛心), 안심(安心)하세요'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 '갱깽이'는 '해금을 낮잡아 이르는 말', '매미목 매밋과에 속한 곤충', '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뛰어서 걷는 걸음걸이' 등의 뜻이 있다. 또, '깽깽'은 몹시 아프거나 힘에 겨울 때 애달프게 자꾸 내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깽깽이풀의 이름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설들이 있다. 먼저, 깽깽이풀의 뿌리는 민간에서 한약재로 쓰는데, 그 맛이 몹시 써서 먹을 때 '깽깽'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또, 강아지가 뜯어먹고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렸다고 하여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강아지는 이 꽃을 잘 먹는다고 한다. 농번기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바쁜데 베짱이처럼 홀로 해금을 연주하듯이 한가롭게 꽃이 피어난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깽깽이는 해금이라는 뜻이다.

깽깽이풀이 듬성듬성 나는 모습이 마치 깨금발을 뛰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깽깽이는 깨금발이라는 뜻이다. 개미들이 씨앗을 물고 가다가 중간중간에 떨어뜨리기 때문에 깽깽이풀이 듬성듬성 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깽깽이풀 종자에는 꿀샘이 있어 개미 등의 곤충이 잘 물어서 전파시킨다. 따라서 자연상태에서 깽깽이풀은 개미들의 활동 범위내에서 일정한 범위로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경우가 많다.

 

깽깽이풀(충주시 연수동, 2022. 4. 10)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깽깽이풀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제페르소니아 두비아 (막시모비치) 벤섬 & 후커.f. 엑스 베이커 & S.무어[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다.

국생관 등재 깽깽이풀의 원기재명(原記載名), 중궈징지즈우셔우츠(中国经济植物手册) 등재 학명은 플라기오르헤그마 두비움 막시모비치(Plagiorhegma dubium Maxim.)로 되어 있다. 2007년 발간된 '한국속식물지(韓國屬植物誌, The genera of vascular plants of Korea)'에서는 두 분류군이 하나의 속으로 인식되어 있다(Flora of Korea Editorial Committee, 2007).

깽깽이풀의 속명(屬名, generic name) '제페르소니아(Jeffersonia)'는 USA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를 기념하기 위해 헌정된 이름이다. 그의 성(姓, Surname) '제퍼슨(Jefferson)'에 국가나 질병 또는 꽃 이름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라틴어 접미사 '-이아(-ia)'가 붙은 것이다.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두비아(dubia)'는 '두 방향으로 번갈아 이동하는, 진동하는, 요동치는, 흔들리는(Moving in two directions alternately, vibrating to and fro, fluctuating, wavering)' 또는 마음이 흔들리는, 확신하지 못하는, 의심하는, 결단하지 못하는, 결정하지 못하는(Vacillating in mind, uncertain; doubting, doubtful, dubious, irresolute, undetermined)'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두비우스(dubius)'의 어미 변화형이다. '두비아(dubia)'는 잎이 반으로 접혀서 올라오는 모양을 표현한 이름이라고 한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벤섬(Benth.)'은 19세기 최고의 식물 분류학자라고 일컬어지는 UK 식물학자 조지 벤섬(George Bentham, 1800~1884)이다. '후커.f.(Hook.f.)'는 UK 식물학자로서 남극 지역, 히말라야의 시킴 지역, 뉴질랜드, 인도, 모로코 등을 탐험하면서 식물상을 정리해 출판한 조셉 돌튼 후커(Joseph Dalton Hooker, 1817~1911)다. 후커.f.는 탐사 여행 중에 새로운 식물종을 발견했으며, 벤섬과 함께 '식물의 속(Genera Plantarum)'을 출판해 식물지리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후커.f.의 아버지 윌리엄 잭슨 후커(William Jackson Hooker, 1785~1865)도 식물학자이자 식물 삽화가였으며, 그의 저자 약어(Author abbrev. botany)는 Hook이다.

'엑스(ex)'는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하지 못하고, 다음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했다는 뜻이다. '베이커(Baker)'는 UK 식물학자로서 왕립학술원 회원을 역임한 존 길버트 베이커(John Gilbert Baker, 1834~1920)다. 그의 아들 에드먼드 길버트 베이커(Edmund Gilbert Baker, 1864~1949)도 식물학자였으며, 그의 표준 작성자 약어는 'Baker f.'다. 'S.무어(S.Moore)'는 UK 식물학자 스펜서 르 마샹 무어(Spencer Le Marchant Moore, 1850~1931)다.

국표, 국생정, 일본 홋카이도대학(北海道大学) 누리집 등재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에이션 트윈립(Asian twinleaf)이다. '아시아(Asian) US 깽깽이풀(twinleaf)'이라는 뜻이다. 잎이 쌍을 이루는 소엽(小葉)으로 갈라져 있어서 '트윈립(twinleaf)'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영문명은 차이니즈 트윈립(Chinese Twinleaf)이다. '중국(Chinese) US 깽깽이풀(Twinleaf)'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홋카이도대학(北海道大学) 누리집 등재 학명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타츠타소우(タツタソウ, 竜田草)다. 타츠타소우(タツタソウ)는 일러전쟁(日露戦争)에 참전했던 '타츠타(竜田)'라는 이름의 군함(軍艦) 승조원(乗組員) 키노시타(木下)가 중국에서 아름다운 연보라색(薄紫) 꽃이 피는 '소우(草)'를 가지고 돌아온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학명 Plagiorhegma dubia Maxim.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셴황롄(鲜黄莲)이다. '조선(鲜, 조선반도, 한반도) 황련(黄莲)'이라는 뜻이다. 이 식물의 효능이 황롄(黄连)과 비슷하여 셴황롄(鲜黄连)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百度百科에는 시신황즈(细辛幌子), 창황롄(常黄连), 티에쓰차오(铁丝草), 마오황롄(毛黄连), 차오셴황롄(朝鲜黄连, 东北常用中草药手册) 등의 별명(別名, Synonym)이 실려 있다.

 

깽깽이풀(충주시 연수동, 2022. 4. 10)

 

깽깽이풀은 한강토, 중국, 러시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북도 등지에 난다. 자생지에 따라 독특한 형질을 나타내는 지역형이 뚜렷하다. 북위 38˚를 중심으로 남쪽에 생육하는 깽깽이풀은 잎이 전개되기 이전에 꽃이 피며, 다화성(多花性)으로서 관상가치가 매우 높다. 북쪽에서 자라는 깽깽이풀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크고, 잎과 꽃이 동시에 피며, 비다화성(非多花性)으로 관상가치는 떨어진다. 깽깽이풀은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지정번호 식-67)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국생정).

셴황롄(鲜黄连)은 중국 지린(吉林), 랴오닝(辽宁)에 분포한다. 조선(朝鲜) 북부와 러시아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깽깽이풀(충주시 연수동, 2022. 4. 10)

 

깽깽이풀의 근경(根莖)은 짧고 옆으로 자라며, 노란색이다. 원뿌리는 단단하고 잔뿌리가 많다, 근경에서 여러 잎이 나온다. 원줄기는 없다. 키는 20~30cm 정도로 자란다. 잎은 긴 엽병(葉柄) 끝에 달리고 원심형(圓心形)이며, 길이와 폭이 각 9cm 정도이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이고 전체가 딱딱하며, 연잎(蓮葉)처럼 물에 젖지 않는다.

꽃은 4~5월에 홍자색(紅紫色)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3~4cm이다. 꽃대가 잎보다 먼저 나와 끝에 꽃이 1개씩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4개이고 피침형(披侵形)이다. 꽃잎은 6~8개로서 거꿀달걀 모양(倒卵形)이고 옆으로 퍼진다. 8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술은 노란색과 빨간색 두 종류가 있다. 열매는 골돌(蓇葖)로서 넓은 타원형(楕圓形)이고 끝이 부리처럼 길다. 종자(種子)는 흑색(黑色)이고 타원형이다.

 

깽깽이풀(충주시 연수동, 2022. 4. 10)

 

깽깽이풀은 잎이 특이하고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의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으면 좋다. 화분에 심어서 감상하기도 한다. 지피식물(地被植物, ground cover plant)로 이용할 수도 있다. 뿌리줄기는 황색(黃色)의 천연염료(天然染料)로 사용한다.

 

깽깽이풀(충주시 연수동, 2023. 4. 10)

 

셴황롄(鮮黃連)은 뿌리와 근경(根莖)을 약으로 쓴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味苦性寒). 청열해독(清熱解毒), 건위지사(健胃止瀉)의 효능이 있다. 주로 열성병(熱性病)의 발열번조(發熱煩躁), 위열탄산(胃熱吞酸), 구설생창(口舌生瘡), 편도선염(扁桃腺炎), 두훈목적(頭暈目赤), 장염(腸炎), 이질(痢疾), 토혈(吐血), 습열비통(濕熱痹痛)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약리연구(藥理研究)에 의하면 전초(全草)는 심근수축력(心肌收縮力)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다(百度百科).

깽깽이풀의 근경(根莖)을 본초명 선황련(鮮黃蓮)이라고 한다. 선황련은 청열해독(淸熱解毒), 건위(健胃)의 효능이 있어 하리(下痢), 발열번조(發熱煩躁), 구설생창(口舌生瘡), 결막염(結膜炎), 편도선염, 식욕 감퇴, 오심구토(惡心嘔吐), 비출혈(鼻出血), 토혈, 장염, 설사(泄瀉), 이질 등을 치료한다(국생정).

선황련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은 한약재다.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되는 황련[黃連, Coptis japonica (Thunb.) Makino]과 선황련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선황련을 거의 안 쓴다.

 

깽깽이풀 열매(충주시 연수동, 2022. 4. 28)

 

국표 등재 깽깽이풀의 유사종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없다. 깽깽이풀은 깽깽이풀속(Jeffersonia)의 유일한 종이다.

국표 등재 깽깽이풀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은 디필라깽깽이풀[Jeffersonia diphylla (L.) Pers.] 1종이 있다. 디필라깽깽이풀(Twinleaf, Rheumatism root)은 북아메리카 동부에 분포한다. 종소명 '디필라(diphylla)'는 '쌍잎'이란 뜻이고, 영문명도 '쌍둥이 잎(Twinleaf)'이다. 영문명 '트윈립(Twinleaf)'은 잎의 끝 부분이 잎 기부까지 깊게 파여져 있어 좌우 양쪽에 잎이 하나씩 달린 것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하였다. 깽깽이풀은 꽃받침 열편이 3개, 꽃잎 열편이 6개인 3배수형인 반면에 디필라깽깽이풀은 꽃받침 열편이 4개, 꽃잎 열편이 8개인 4배수형이다. 열매는 깽깽이풀이 옆으로 갈라져서 삭과(蒴果)가 열리는 반면에 디필라깽깽이풀은 삭과 상부에서 평행선으로 갈라져 열리는 것이 다르다(국생관).

2022. 5. 2. 林 山. 2024. 3. 2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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