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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단(拱辰丹)과 침향공진단(沈香拱辰丹), 사향(麝香)과 침향(沈香)

林 山 2025. 3. 14. 20:25

요즘 한약재 사향(麝香)과 침향(沈香)에 대하여 물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아마도 시중에서도 유통되고 있고, 홈쇼핑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공진단(拱辰丹)과 침향공진단(沈香拱辰丹) 때문일 것이다. 사실 침향공진단은 전국 한의과대학 방제학(方劑學)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한약 처방명이다. 침향공진단은 공진단의 주요 구성 한약재인 사향을 빼고 대신 침향을 넣은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수출입 시 식약처의 허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상업 목적의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사향은 워낙 고가약(高價藥)인데다가 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향보다는 구하기 쉽고 가격도 더 저렴한 침향을 넣은 침향공진단이 나오게 된 것이다.      

공진단(拱辰丹)은 보양약(補陽藥)인 녹용(鹿茸)의 강력한 장원양(壯元陽), 보기혈(補氣血), 익정수(益精髓), 강근골(强筋骨) 효능, 보혈약(補血藥)인 당귀(當歸)의 보혈화혈(補血和血), 조경지통(調經止痛), 윤조활장(潤燥滑腸), 항염(抗炎) 효능, 수삽약(收澁藥)인 산수유(山茱萸)의 보익간신(補益肝腎), 삽정고탈(澁精固脫), 항염 효능 등을 발휘하는 다양한 성분들이 뚫고 달리며, 경락(經絡)을 소통시키는 사향의 도움을 받아 혈액-뇌 장벽(血液腦障壁, 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여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명방(名方)이다. 

공진단(拱辰丹)은 중국 위안(元) 시대 웨이이린(危亦林)이 저술한 싀이더샤오팡(世醫得效方)의 처방으로서 이후 황제들에게 대대로 진상된 최고의 명약(名藥)이다. '공진단(拱辰丹)'의 '공(拱)'은 '받들다, 향하다, 두 손을 맞잡고 읍(揖)하다', '진(辰)'은 '북신(北辰) 또는 북극성(北極星)으로서 우주(宇宙)의 중심과 기준, 근원', '단(丹)'은 '붉다, 정성스럽다, 신선(神仙)이 되기 위해 먹는 약,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 한약의 환제(丸劑)'라는 뜻이다. 모든 별들이 북극성을 향해 공손히 손을 모아 예를 갖추듯 공진단은 인체에서 북극성에 해당하는 근원적 생명기운인 기(氣)를 떠받들고 북돋아주는 불로장생의 약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공진단은 몸의 진액(津液)과 원기(元氣)를 보충하고, 면역력(免疫力)을 증강시키는 보약(補藥)이다. 공진단은 몸 속에 축적된 독소(毒素) 해독(解毒), 혈액순환(血液循環) 촉진, 허약 체질 개선, 면역력 증강, 신체기능 향상,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뇌신경 전달 물질 조절, 근육 활성산소(活性酸素) 염증 반응 감소, 자양강장(滋養強壯), 피로회복(疲勞回復) 등의 효능이 있다.  

 

공진단은 동의보감(東醫寶鑑)  간이 허한 데 쓰는 간허약(肝虛藥)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주로  머리가 어지럽고 얼굴에 핏기가 없으며, 허리와 다리가 시리고 저리며, 눈이 어두운 증상, 빈혈, 만성 소모성 질병, 음위증(陰痿症, 정력감퇴, 발기부전)을 가진 사람에게 처방한다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은 공진단에 대해 '대체로 남자가 장년시기에 진기(眞氣)가 몹시 약한 것은 타고날 때부터 약하고 허한 것이 아니므로 성질이 조(燥)한 약재를 쓰지 말아야 한다. 음혈을 보한다고 하는 처방들에 약품은 많으나 약효가 매우 약하여 효력을 보기 어렵다. 다만 타고난 원기를 든든히 하여 신수(腎水)와 심화(心火)가 잘 오르내리게 되면 5장(五臟)이 스스로 조화되고 온갖 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때에는 이 처방을 쓴다. 녹용(졸인 젖을 발라 구운 것), 당귀, 산수유 각각 160g, 사향(따로 간 것) 20g.  위의 약들을 가루를 내어 술을 두고 쑨 밀가루풀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씨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한번에 70-100알씩 데운 술이나 소금 끓인 물로 먹는다[득효].'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침향공진단에 들어가는 침향은 어떤 약일까?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 수재된 침향(沈香, 別錄, 본초 이명 蜜香, 沈水香)은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된다. 이기약은 기기(氣機)를 소통시키고 기체(氣滯)를 소제(消除)하는 효능이 있어 행기약(行氣藥)이라고도 한다. 

침향의 기원식물은 서향과(瑞香科, 팥꽃나무과, Thymeleaceae)에 속하는 상록교목(常綠喬木)인 백목향[白木香, 학명 Aquilaria sinensis (Lour.) Gilg]이다. 침향은 백목향의 수지(樹脂)가 함유되어 있는 목재를 말한다. 백목향의 원산지는 히말라야 산맥이다. 중국 광둥(廣東)과 광시(廣西)에서는 재배한다.    

침향의 성질은 따뜻하고(溫) 독이 없다(無毒). 맛은 맵고 쓰다(辛苦). 신(腎), 비(脾), 위경(胃經)으로 들어간다(歸經). 강기온중(降氣溫中), 난신납기(暖腎納氣)하는 효능이 있다. 주로 기역천식(氣逆喘息), 구토애역(嘔吐呃逆), 완복창통(脘腹脹痛), 요슬허냉(腰膝虛冷), 대장허비(大腸虛秘), 소변기림(小便氣淋), 남자정냉(男子精冷)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침향은 신향성온(辛香性溫)하고 미고질중(味苦質衆)하여 행기지통(行氣止痛), 온중산한(溫中散寒)해서 비위(脾胃)의 한울기체창통증(寒鬱氣滯脹痛證)을 치료한다. 또한 침강하행(沈降下行)하고 능히 신경(腎經)에 들어가서 신기허한(腎氣虛寒)으로 인한 기역천촉(氣逆喘促) 증상에 요약(要藥)이 된다. 그러나, 약성이 침강(沈降)에 치우치므로 기허하함(氣虛下陷)하고 음허화왕자(陰虛火旺者)는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동의보감에는 침향(沈香)에 대해 '성질은 열(熱)하고 맛은 매우며[辛](쓰다[苦]고도 한다) 독이 없다. 풍수(風水)나 독종을 낫게 하며 나쁜 기운을 없애고 명치 끝이 아픈 것을 멎게 한다. 신정을 돕고 성기능을 높이며 냉풍으로 마비된 것,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거나 쥐가 이는 것을 낫게 한다. ○ 영남과 광동, 광서지방 사람들이 침향나무를 도끼로 찍어 홈타기를 만들어 두면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빗물에 젖으면서 향이 뭉친다. 그것은 굳고 검으며 속이 꼭차서 빈 데가 없고 물에 가라앉은 것을 침향이라 하고 물에 뜨는 것을 전향(煎香)이라 한다. 전향 가운데서 생김새가 닭의 다리뼈처럼 생긴 것은 계골향(雞骨香)이라 하고 말발굽처럼 생긴 것을 마제향(馬蹄香)이라 한다. 물에 가라앉아도 속이 빈 것은 계골향이다. 불을 붙이면 아주 맑은 향기가 세게 난다[본초]. ○ 침향은 여러 가지 기를 돕는데 위로는 머리끝까지 가고 아래로는 발밑까지 가므로 사약[使]으로 쓰인다[탕액]. ○ 달이는[湯] 약에는 갈아서 타 먹고 알약이나 가루약에는 따로 보드랍게 가루내어 먹는다[입문].'라고 나와 있다.  

사향(麝香, 本經, 본초 이명 當門子, 麝臍香, 四味臭, 臭子)은 본초학에서 개규약(開竅藥)으로 분류된다. 개규약은 신향주찬(辛香走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개규성신(開竅醒神)시키는 주요한 효능이 있는 약이다. 사향은 녹과(鹿科, 사슴과, Cervidae)에 속한 동물인 사향노루(학명 Moschus moschiferus L.)와 임사(林麝, 난쟁이사향노루, 중국숲사향노루, Moschus berezovskii Flerove), 마사(馬麝, 高山麝, Moschus sifanicus Przewalski)의 성숙한 웅체(雄體)의 향낭(香囊)에 들어있는 분비물(分泌物)을 건조한 것이다. 주요 산지는 네팔, 부탄, 티베트, 중국의 쓰촨(四川), 구이저우(貴州), 윈난(雲南), 간쑤(甘肅), 샨시(陕西), 샨시(山西) 등이다.   

사향의 성질은 따뜻하고(溫) 독이 없고(無毒), 맛은 맵다(辛). 심(心), 비경(脾經)으로 들어간다(歸經). 개규성신, 활혈통경(活血通經), 소종지통(消腫止痛) 등의 효능이 있다. 주로 열병신혼(熱病神昏), 중풍담궐(中風痰厥), 기울폭궐(氣鬱暴厥), 중악혼미(中惡昏迷), 경폐(經閉), 징가(癥瘕), 난산사태(難産死胎), 심복폭통(心腹暴痛), 옹종나력(癰腫瘰癧), 인후종통(咽喉腫痛), 질박상통(跌撲傷痛), 비통마목(痺痛痲木) 등의 병증을 치료한다.  

사향은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해서, 매운 맛은 뭉친 것을 흐트러뜨리고, 따뜻한 성질은 통규(通竅)시키며, 방향(芳香)은 주찬(走竄)하여 능히 개규성신한다. 그 중에서도 개규(開窺)시키는 효력이 강하므로 사기(邪氣)가 심규(心窺)를 몽폐(蒙蔽)하여 된 신지혼미(神志昏迷)를 치료하는 요약(要藥)이 된다.   

동의의보감에는 사향(麝香)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매우면서[辛] 쓰고[苦] 독이 없다. 나쁜 사기를 없애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온학(溫瘧), 고독(蠱毒), 간질(癎疾), 치병(痓病), 중악(中惡)과 명치 아래가 아픈 것[心腹痛]을 치료하며 눈에 군살과 예막(翳膜)이 생긴 것을 없애고 여러 가지 옹창(癰瘡)의 고름을 다 빨아낸다. 또한 해산(解産)을 쉽게 하게 하고 유산(流産)시킨다. 어린이의 경간(驚癎)과 객오(客忤)도 낫게 한다[본초]. ○ 여러 가지 사기[百邪]와 헛것이 들린 병과 가위 눌린 것[鬼魅]을 치료하며 3가지 충(蟲)을 죽인다[본초]. ○ 사향 기운은 비(脾)로 들어가서 살에 생긴 병을 낫게 한다[강목]. ○ 사향은 성질이 따뜻하나 음(陰)에 속한다. 그러나 능히 양(陽)으로 변하며 주리(腠理)를 열어준다[직지소아]. ○ 사향은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通關] 구멍을 열어 주는데[透竅] 그 기운이 겉으로는 살과 피부에까지 가고 속으로는 골수에까지 들어간다. 효능이 용뇌(龍腦)와 같으나 향기와 뚫고 들어가는 기운은 용뇌보다 더 세다[입문]. ○ 사향은 다른 약 기운을 이끌고 뚫고 들어간다[직지]. ○ 춘분 때 채취한 생것이 더 좋다. 사향이란 바로 사향노루 음경 앞의 가죽 속에 따로 막(膜)이 씌워진 곳에 있는 것이다[본초]. ○ 사향에는 3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생향(生香)이다. 사향노루가 여름에 뱀과 벌레를 많이 먹으면 겨울에 가서 향이 가득 들어차게 된다. 그런데 봄이 되면 갑자기 아파서 사향노루가 발톱으로 긁어서 떨어지게 한다. 생향이 떨어진 부근의 풀과 나무는 다 누렇게 마른다. 생향을 얻기는 아주 어렵다. 진짜 사향을 가지고 오이나 과수밭을 지나면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 이것으로 진짜 사향을 알 수 있다. 둘째는 제향(臍香)인데 이것은 사향노루를 산 채로 잡아서 떼낸 것이다. 셋째는 심결향(心結香)인데 사향노루가 무엇에 쫓기어 미친 것같이 달아나다가 저절로 죽은 것에서 떼낸 것이다[본초]. ○ 사향에는 가짜가 많으나 그것을 쪼개 보아 속에 털이 있는 것은 좀 나은 것이다. 사향의 당문자(當門子)를 태워 보아 부글부글 끓는 것이 좋은 것이다. 사향을 쪼개 보면 속에 알맹이가 있는 것도 있는데 이것을 당문자라고 한다[본초]. ○ 사향은 자일(子日)에 쪼개서 쓰는데 아주 보드랍게 갈지 말고 채구멍으로 빠져 나갈 정도로 갈아서 써야 한다[본초]. ○ 사향은 일명 사미취(四味臭)라고도 한다[강목].'라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은 또 사육(麝肉)에 대해 '사향노루의 생김새는 노루(獐)와 비슷하고 고기도 노루고기와 비슷하면서 비린내가 난다. 사향노루는 뱀을 잡아 먹기 때문에 뱀독을 풀 수 있다. 사향노루 배꼽 속에는 사향이 있는데 이것으로 모든 병을 다 치료한다[본초].', 수사(水麝)에 대해 '이 사향노루 배꼽 속에는 오직 물만이 들어 있는데 이 물 1방울을 물 1말에 떨어뜨려서 옷에 뿌리면 그 옷이 다 헤지도록 향기로운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 그 물을 빼낼 때에는 침(鍼)으로 찔러서 빼내야 한다. 그 다음 찌른 곳을 석웅황(石雄黃)으로 비벼주면 곧 아문다. 이 물사향의 향기는 덩어리 사향(肉麝)보다 배나 된다[본초]. ○ 우리 나라의 사향은 함경도와 평안도의 것이 좋다. 그러나 달자(獺子, 시베리아) 지방의 것보다는 못하다[속방].'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사향이 들어간 공진단과 침향이 들어간 침향공진단은 가격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약성(藥性)이 전혀 다른 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25. 3. 14.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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