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있었던 다사다난한 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판사 스스로가 반성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30일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석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대통령이 한 고도의 정치 행위라는 이유로 국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2015년의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법관 두 분은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한 법관들의 행위는 별도의 불법행위로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별개 의견’은 다수 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결론에 이르는 논리가 다를 경우에 판결문에 별도로 첨부한다. 책으로 말하자면 부록인 셈이다.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의 시녀였던 사법부가 스스로 뼈저리게 반성했다. 설령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