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에서 살고 있다. 대학시절과 군복무시절을 제외하고는 여지껏 충주를 떠나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충주를 떠나서 다른 곳에서 살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는 죽어서도 뼈를 충주에 묻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저기 다른 곳에도 가보았지만 나에게는 충주만한 곳이 없다. 그만큼 나는 내 고향 충주를 사랑한다.
▲ 남산에서 바라본 충주시 전경(겨울)
ⓒ2002 임종헌
첫째, 충주는 번거롭지 않아서 좋다. 인구는 고작해야 십만명이 조금 넘는 중소도시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서 고작 40분, 시가지 외곽을 도는 데는 기껏해야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도시가 작으니 큰 사건도 별로 없다. 인구밀도도 낮은 편이어서 북적대거나 부대낄 일도 없다. 그래서 충주는 왁자지껄하고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내가 살기에는 안성맞춤인 동네다.
둘째, 충주는 호반의 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호수가 많아서 좋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시내에서 조금만 나가면 남한강에 댐을 쌓아서 생긴 드넓은 충주호가 있다. 서운리라는 곳에서 충주호를 바라보면 꼭 다도해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바다생각이 날 때마다 찾는 곳이다.
또 시외곽에는 호암지와 함지라는 호수가 있다. 숲과 물이 잘 조화되어 있는 데다가 호수주위로 길이 잘 나 있어서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코스다. 충주시 남서쪽으로는 오누이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달래강이 흐르고 있다. 달래강에는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려고 충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강수욕장도 있다. 이런 강과 호수가 있는 충주의 풍경을 나는 사랑한다.
▲ 계명산 정상에서 바라본 충주호
ⓒ2002 임종헌
셋째, 충주에는 산이 많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차를 타고 어느 방향으로 나가든지 한 시간 안에 명산을 만날 수 있다. 서쪽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보련산, 국망산, 치악산, 천등산, 소백산, 금수산, 황장산, 대미산, 제비봉, 문수산, 월악산, 조령산, 주흘산, 희양산, 군자산, 속리산 같은 명산들이 충주를 중심으로 빙 둘러싸고 있다. 또 걸어서 30분 이내의 거리에는 계명산, 남산, 대림산이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산책삼아 오르는 산들이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충주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충주에는 문화예술인들의 오아시스 '각기우동'집이 있다. 연수동 '시인의 공원' 옆에 자리잡고 있는 '각기우동'집은 주머니가 얇은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충주의 명소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단돈 삼천원이다. 혼자서 삼천원이면 새벽 세 시까지 죽치고 앉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인심좋은 주인 강 여사는 눈치 한 번 주는 일이 없다.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무방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안주를 시킬 때 넉넉하게 마련해서는 공짜로 덜어주기도 한다. 간혹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즉석 시낭송회나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강 여사는 문을 아예 닫아걸고 자리를 함께 하기도 한다. 강 여사는 수필을 쓰는 문필가이기도 해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이해가 많은 편이다. 비록 소박하지만 시와 음악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 있는 충주를 나는 사랑한다.
▲ 월악산. 왼쪽 암봉이 중봉, 오른쪽이 월악산 영봉.
ⓒ2002 임종헌
또, 충주사람들은 속내가 깊다. 그들은 쉽게 자기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일견 무뚝뚝해 보이기도 한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충주사람들을 사귀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마음을 주면 너나없는 사이가 된다. 충주사람들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것은 인구이동이 거의 없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무뚝뚝하지만 속내가 깊은 충주사람들을 나는 사랑한다.
한편, 충주에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는 공원이 많아서 좋다. 충주에는 탄금대공원을 비롯하여 옛날 관아에 자리잡은 중앙공원, 시립도서관의 예성공원, 연수동 시인의 공원, 우리집 앞 체육관 광장공원, 충주댐공원, 호암지공원, 남산 체육공원, 마즈막재공원, 중앙탑공원, 목계 솔밭공원 등 많은 공원이 있다. 공원은 도시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다. 공원이 없다면 도시는 오아시스 없는 사막과도 같이 삭막하기만 할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 낭만과 여유를 불어넣는 공원이 많은 충주를 나는 사랑한다.
또한 충주에는 온천이 많아서 좋다. 역사가 오래된 수안보온천, 탄산수온천인 능암온천, 피부병에 좋다는 유황온천인 문강온천 등 온천이 세 군데나 된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온천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충주시민들은 시내목욕탕에 가는 값으로 언제든지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온천들을 가진 충주를 나는 사랑한다.
수안보 미륵리 미륵사지 석탑
ⓒ2002 임종헌
그리고, 충주에는 물맛이 좋은 약수터가 많다. 계명산과 남산자락에만 마즈막재약수터 두 곳, 약수산장약수터, 범바위약수터, 금봉약수터, 약샘골약수터, 재오개약수터 등 일곱 군데의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는 사람들이 등산을 할 때 쉼터 겸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는 소중한 존재다. 또, 이들 약수터는 시민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식수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나는 지하 250m 암반수인 약수산장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 우리집 식수로 쓰고 있다. 이렇듯 사시사철 마르지않는 약수터가 많은 충주를 나는 사랑한다.
충주에는 재래시장이 다섯 군데나 있다. 중앙시장, 자유시장, 무학시장, 공설시장, 남부시장이 그들이다. 재래시장에 가면 언제나 사람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좋다. 사람사는 냄새가 그리워질 때면 나는 재래시장으로 산책을 나가곤 한다. 재래시장에 가면 순대집에서 대포 한 잔 들이키는 맛을 빼놓을 수 없다. 대포 한 잔에 선지를 넣어 끓인 얼큰한 술국이 어울리면 금상첨화다.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 재래시장이 있는 충주를 나는 사랑한다.
끝으로 충주에는 문화유적이 많다. 국보급 문화재만 하더라도 제2조정지댐 호반의 중앙탑, 중원고구려비, 소태면의 정혜원융탑 등이 있다. 건축물 문화재로는 성내동의 충청감영, 수안보 미륵리의 미륵사지가 있다. 이밖에도 남산산성, 대림산 봉수대, 덕주사 마애불과 같은 역사의 현장이 보존되어 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다. 문화유적지를 찾을 때마다 나는 민족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사색에 잠기곤 한다. 그래서 선조들의 체취가 물씬 담긴 문화유적지가 많은 충주를 나는 사랑한다.
산과 호수,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충주를 나는 사랑한다. 그러기에 나는 태어나서 자란 이곳에다가 죽어서도 뼈를 묻으려고 한다. 그만큼 충주를 사랑하기에….
20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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