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711

11월 어느 금요일 밤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곡차례

11월 하고도 세 번째 금요일 밤 연수성당 신부님 두 분을 모시고 행복한 우동가게에서 곡차례를 가졌다. 주임신부님이 그동안 낮은 자리에서 낮은 곳을 향해 온몸으로 살아온 인생역정(人生歷程)을 들었다. 언제나 가난한 사람(貧者), 힘없는 사람(弱者)들과 함께 한 참으로 감동적인 인생사였다. 굴곡진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선지자, 선한 양떼를 바른길로 인도하려는 참된 목자의 삶이었다. 간만에 김태곤이 부른 '송학사(松鶴寺)' 한 곡조를 뽑았다. 신부님이 인생역정 이야기를 들려준 데 대한 일종의 보답이었다. 곡차는 하동 화개장터에서 공수한 막걸리였고, 안주는 새콤달콤상큼한 오징어 초무침이었다. 교직에서 해직되고 난 뒤 백수 시절 행복한 우동가게에 들르면 소설 쓰는 안주인 강순희 여사는 빈 주머니를 눈치채고 종종 ..

장흥임씨(長興林氏) 공조판서공파보(工曹判書公派譜) 편찬 과정

족보(族譜)에 기록된 내용을 분석하면 언수조(彦修祖)와 세춘조(世春祖), 세은조(世殷祖)는 1300년대 인물입니다. 그런데, 언수조가 세춘, 세은의 증조(曾祖)로 계대(系代)되어 있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호남쪽은 1875년 을해보(乙亥譜)부터 언수 충정공(忠貞公)을 계대하였고, 예천(醴泉) 율현(栗峴)쪽은 1958년 무술보(戊戌譜)부터 언수조를 일세(一世)로 해왔습니다. 즉 50년 동안 남의 조상을 섬겨왔습니다. 조부(祖父)께서 유언하시기를 훌륭한 자손이 나오면 장흥보(長興譜) 상계(上系)를 고치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이에 30여년간 모든 사료(史料)를 섭렵한 결과, 1700년대 만들어진 필사본(筆寫本) 가승보(家乘譜)의 발견으로 세춘조 평택임씨(平澤林氏) 전객령공파조(典客令公派祖)와 세은조가 형제..

[마르꼬 김인국 신부 강론] 용서와 공감

2020년 9월 13일 주말을 맞아 충주의 진산 계명산에 올랐다. 원거리 산행을 하지 않을 때는 종종 집 바로 뒤에 있는 계명산을 오르곤 한다. 두진아파트 뒤편에서 시작해서 막은대미재-뒷목골산-작은민재-약수터를 지나 웃돌고개를 오르는데 문자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연수성당 마르꼬 김인국 신부가 일요일 미사 강론을 적은 글이었다. 강론과 함께 '오늘은 어디에 계신 하느님을 뵈었나요?'라는 물음을 던져왔다. 화두 하나가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 깊숙이 꽂히는 느낌이었다. 순간 나의 뇌리에 '계명산 산신령'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계명산에서 산신령을 만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동문서답이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와 강론을 읽었다. 다음은 강론 전문이다. 용서 마스크! 감염되지도 감염시키지도 않으려고 마..

순교자 성월 첫 주일 강론 - 김인국 마르꼬 신부

충주 연수성당 김인국 마르꼬 주임신부께서 순교자 성월 첫 주일 강론 원고를 보내왔다. 나는 비록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강론이다. 마음 속으로 밑줄을 쳐가면서 읽고 싶은 글이다. 이 강론을 저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초대의 말씀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리고 있구나 싶은, 순교자성월의 첫 주일입니다. 정성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했던 옛 어른들의 마음으로 청량하기 그지없는 9월을 살아보겠노라 하느님께 다짐을 드리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강론 여러분 마음은 지금 어떠세요? 저에게는 이것저것으로 심란했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으르렁거리는 부수고 무너뜨리는 중장비의 굉음부터 시작해서 좀 힘들었습니다. 그런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이제는 좀 다르게, 아주 ..

세례명 마르꼬(Mark)에 대하여

연수성당 김인국 주임신부와 인연을 맺은지 꽤 여러 날 되었음에도 아직도 세례명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어제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세례명을 직접 물어보기도 뭣해서 연수성당 신자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김인국 신부의 세례명은 마르꼬(Mark)였다. 김인국 마르꼬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로서 또는 성직자로서의 활약상이나 명성은 이미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천주교 신부나 신자의 세례명은 불교 승려의 법명(法名)이나 법호(法號)처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불교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법명과 법호를 내린다. 그 법명과 법호는 일종의 화두와도 같은 것이며, 평생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세레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르꼬라는 세례명을 주었다면 '마르코가 걸었던 길을 가라'는 의미..

연수성당 김인국 신부님의 북한우표 선물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음이 들리던 날 연수성당 김인국 신부님과 보좌신부님, 수녀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다. 김 신부님은 박 시장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셨다. 고인을 기리며 음복주도 한 잔 마셨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로서 김 신부님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을 이끌면서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던 박 시장과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내가 30년 이상 우표 수집을 해왔으며, 나중에 여건이 되면 우표박물관을 세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를 들으신 신부님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구입한 조선우표(북한우표)를 박물관 설립에 보태라고 보내오셨다. 수산나 수녀님도 소장하고 계신 귀중한 우표들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우표 선물은 가치를 떠나 내게 그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한 선..

아버님을 어머님 곁에 모셔드리고 나서

86세를 일기로 하늘나라 여행을 떠나신 아버님(林元圭, 요아킴)을 진달래 메모리얼 파크 가족묘에 먼저 가셔서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 곁에 잘 모셔드렸습니다. 아버님을 7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 곁에 모셔드리고 나니 천애고아가 된 느낌입니다. 경상북도 예천에서 출생하신 아버님은 일찍 할아버님을 여의시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셨습니다. 아버님에게는 세상을 먼저 떠나신 여동생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아버님은 적수공권으로 먹고 살 길을 찾아 예천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충주시 산척면으로 이주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만 마치시고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드셨습니다. 한글도 모르는 할머니와 철모르는 어린 여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체구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