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할 때는 아파트 뒤편 길로 잘 다니지 않는다. 7월 1일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면서 왠지 아파트 뒤편 길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뒷길 초입 화단에서 문득 뜬금없는 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고삼(苦蔘)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화단에 고삼을 심었을 리는 만무했다. 고삼의 씨앗은 작은 팥의 크기와 같아서 바람에 날아올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아파트 뒤편 숲에 깃들어 사는 새들이 고삼씨를 물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 고삼꽃을 보니 시골 농촌에 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옛날에는 집에서 기르던 소가 고창증(bloat, 鼓脹症)에 걸리면 고삼의 뿌리를 짓찧어 짜낸 물을 먹이곤 했다. 그러면 터질 것처럼 뻥그렇게 불러오른 배가 신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