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 주를 시작하는 날 오후 중학교 3학년 때 내 담임을 맡으셨던 은사님이 바람처럼 한의원을 방문하셨다. 김광중 선생님은 아파서 오신 게 아니라 제자가 사는 모습을 보러 왔다고 하셨다. 대학교 다닐 때 댁으로 찾아뵌 뒤로 처음이니 실로 몇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정정하고 건강하신 은사님의 모습을 뵈니 정말 너무도 기쁘고 반가왔다. 은사님은 요즘 충주시청에서 주관하는 문화유적 답사에 열심히 참여하시고 있단다. 활발한 사회활동 참여가 그 연세에도 젊음을 유지하시는 비결인 듯 했다.
김광중 선생님과 함께
페이스북 친구가 만들어 준 포트레이트
은사님이 중학교 3학년 때 있었던 일화 한 토막을 들려 주셨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서 나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선생님은 처음으로 지각을 한 나를 몹시 꾸중하셨다면서 미안해 하셨다.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중학교 시절 나는 내 고향 집에서 학교까지 15리쯤 되는 거리를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지각을 했던 날은 어머니가 막내 여동생을 집에서 출산한 날이었다. 나는 아마도 어머니의 출산을 도와드리다가 학교에 늦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꾸중을 들으면서도 나는 왜 늦었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더 혼났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여동생의 출산 때문에 내가 늦은 것을 나중에 아셨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그걸 아직도 기억하시고 미안해 하신 것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소중한 추억 한 가지를 내게 돌려 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한량없다.
2016.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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