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만다라(曼陀羅)'의 작가 고 김성동(金聖東) 선생은 생전에 "제국주의 일본 등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자행한 반민족행위 잔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 정재계와 역사학 분야다. 경성제대->서울대로 이어지는 식민사학의 잔재가 지금까지도 한강토(조선반도)의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천하에 몹쓸 반민족 사학인 줄 알면서도 차마 스승을 배반할 수 없거나 학계에서 매장당하기 싫어 암묵적으로 식민사학에 복무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한강토의 황폐한 역사학 풍토에서 고고하게 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역사학자가 바로 숙명여자대학교 이만열 명예교수다. 이만열 교수는 한국독립운동사 편찬위원회 위원장과 국사편찬위원장도 역임한 바 있다.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85세의 노구를 이끌고 참석한 이만열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일제(日帝)의 강제동원 해법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것이라면서 "회담 결렬을 선언하십시오. 책임지겠단 말은 철회하십시오. 역사 속에서 겸손하십시오.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십시오. 역사의 요구는 추상같이 준엄합니다."라고 일갈했다.
참으로 노대역사가(老大歷史家)의 추상같은 진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강제동원매국해법(强制動員賣國解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를 질타하는 이만열 교수의 발표문 전문이다. <林 山>
윤석열 대통령, 회담 결렬을 선언하십시오 -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장)
오늘 저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역사학도로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파국의 순간을 맞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한 분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사태를 저지르고도 아직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 부끄러움은 온전히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몫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강변합니다. 분명히 말합니다. 그 미래는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부 일본(日本) 극우주의자(極右主義者, 파시스트)들이 희망하는 그런 미래입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는 호혜선린(互惠善隣)의 한일(韓日)관계입니다. 그것은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가해자가 범죄 행위를 고백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용서와 화해는 여기에서 비로소 가능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强制動員解法)은 용서와 화해는 물론 미래도 불러올 수 없습니다. 더 큰 갈등과 파국만 불러올 뿐입니다. 일본은 식민 지배와 그 범죄를 더욱 분명하게 부정할 것입니다. 강제징용(强制徵用)과 일본군(日本軍) '위안부(慰安婦, 성노예)' 문제도 부정할 것입니다.
독도(獨島)를 자기 땅으로 우기며 북한(北韓)에 대한 선제 공격을 유인하면서 정당화할 것입니다. 호혜선린의 미래가 아닌 파국의 미래로 치달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권합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의 회담에서 역사 문제,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회담 결렬을 선언하십시오. 일말의 소득도 없는 양보는 굴욕의 양보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더 큰 파국으로 이끌 뿐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말을 맺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책임지겠단 말은 철회하십시오. 역사 속에서 겸손하십시오.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십시오. 역사의 요구는 추상같이 준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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