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사랑

제 38회 충주시 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

林 山 2006. 2. 16. 19:58

2005년도 저물어가는 12월 27일 저녁 7시. 제 38회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가 열리는 날이다. 공연장인 충주문화회관으로 들어가니 관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충주시민들의 국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침내 무대의 막이 오르고 지휘자 조광석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등장한다.

 

조광석은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에서 대금을 전공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음대로 유학하여 오케스트라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한다. 그 뒤 조광석은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해외에서의 연주회와 서울예술단, MBC마당놀이 ‘심봉사 심봤다’ 등 국내 연주회 지휘를 통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는 현재 충주시립우륵국악단과 한국청소년국악관현악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차세대 국악계를 이끌고 갈 지휘자 중의 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도 그는 탁월한 곡 해석과 지휘로 수준높은 국악연주를 충주시민들에게 선사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양방언 작곡 '제주의 왕자' 연주장면

 

개막곡으로 들려주는 곡은 양방언이 작곡한 실내악곡 Prince of Cheju(제주의 왕자). 날라리(태평소)와 거문고의 강렬하고 신명나는 가락으로 연주가 시작된다. 연주 중간에 소금의 맑고도 깨끗한 소리를 들을 때는 제주 앞바다의 드넓은 바다가 저절로 떠오른다. 원곡에서의 리코더 소리 대신 한국의 소금을 사용해서 제주 바다의 넓고 시원한 풍경을 표현한 '제주의 왕자'는 현대적 색채가 가미된 퓨전 창작 국악관현악곡이다. '제주의 왕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에 갔다가 영감을 얻어서 썼다고 하는데, 서정적이면서도 매우 장대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고대 제주왕국의 어린 왕자가 주인공인 이 곡은 드럼과 태평소, 장고 가락이 아주 잘 어우러지고 있다. 

 

'아시아의 야니' 양방언은 제주출신 재일교포 2세 피아니스트이다. 제주출신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시절 키보디스트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졸업 후 1년간 의사생활을 하다가 본격적인 뮤지션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양방언은 ‘정무문’, ‘썬더볼트’, '데드히트' 등 영화음악과 MBC드라마 ‘상도’의 메인 테마를 작곡하기도 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공식음악으로 작곡한 ‘프런티어’는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다. 


 

*충주시립우륵국악단과 함께 소금협주곡 '길'을 연주하고 있는 소금연주자 우성훈

 

이어지는 연주곡은 대중성을 담보해 내는 작품을 쓰기로 유명한 이준호 작곡의 소금협주곡 '길'. 소금이 내는 소리는 맑고 깨끗한 소리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라고나 할까! 서양에 플루트가 있다면 한국에는 소금이 있다. 소금연주를 맡은 연주자는 우륵국악단 상임단원인 우성훈.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소금연주가 매우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듯 낮고 조용한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어느덧 고막을 찢을 듯한 고음영역으로 옯겨간다. 어느 때는 이른 새벽 풀잎에 이슬이 구르는 듯 한 소리가 들리다가 또 어떤 때는 느닷없이 청천 하늘에 뇌성벽력이 치듯 높으면서도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번갈아 가면서 반복되는 느린 템포와 빠른 템포의 연주가 변화무쌍하다. 또 다른 악기들과 주고받는 형식의 연주도 재미있다. 

 

'길'은 국악기 중에서 가장 높은 음역을 가진 소금을 위해 협주곡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소금은 고음역의 맑은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선율이 아름다워 국악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악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에서는 소금이 가진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고도의 테크니컬한 주법과 현대적인 기법이 화려하게 펼쳐지는데, 우도 농악의 주장단인 '육채'와 '칠채' 장단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법들이 관현악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길'은 소금연주의 진수를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소금의 선율에 푹 빠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우륵국악단과 함께 타악협주곡 '打'를 연주하고 있는 드럼의 서길원과 모듬북의 양예랑

 

다음에 들려주는 연주곡은 타악협주곡 '打'. 타악협주곡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드럼과 모듬북을 위한 연주곡이다. 드럼주자 서길원이 마치 혼이라도 나간 듯 드럼을 두들겨 댄다. 양예랑은 모듬북을 힘차게 두들기고..... 전통적인 장단과 대중적인 리듬이 혼합된 드럼과 모듬북의 즉흥적인 연주에 저절로 신명나는 소리판이 벌어진다. 강하고 힘찬 리듬과 다이내믹한 연주가 공연장에 메아리친다. 강렬한 비트와 관현악의 선율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타'는 타악의 멋과 맛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신명나는 연주다.

 

'타'는 주옥같은 창작곡으로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작곡가 이경섭이 쓴 작품이다. 작곡자 자신이 타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곡을 썼다. 그러기에 타악협주곡 '타'에서는 타악의 진수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타'는 두 개조의 모듬북과 관현악의 어울림을 위한 협연곡이다. 90년대에 들어와 재래식 북소리의 크기에 한계를 느낀 작곡가들이 음높이가 다르고 외래형을 본뜬 세 개의 북을 한 조로 모아 속도감과 음량의 크기를 계산하여 연주에 사용하기 시작한 북이 바로 모듬북이다.  


 

*'J에게'와 '만남'을 부르고 있는 향토가수 홍윤실

 

이번에는 국악관현악과 대중가요의 만남. 2001년 '어쩔 수 없어', '꼭 한번'이 담긴 1집 앨범을 낸 충주의 향토가수 홍윤실이 우륵국악단의 반주에 맞춰서 대중가요 'J에게'와 '만남'을 부른다. 국악관현악 반주가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대중가요 반주에도 국악이 잘 어울린다.


 

*겨울동요를 부르고 있는 호암어린이 합창단

 

이어지는 순서는 동요와 국악관현악과의 만남. 호암어린이 합창단 어린이들이 국악반주에 맞추어 '썰매', 방패연', 눈꽃송이', '겨울바람' 등 겨울동요를 들려준다. 동요는 어린이들을 맑고 고운 동심으로 인도하고, 어른들을 아련한 추억과 향수로 인도하는 노래가 아니던가! 천사들의 하모니와 국악관현악 연주를 들으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겨울 추억에 잠겨 본다. 몸짓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들이 그렇게 깜찍할 수가 없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Love song'과 '아빠 힘내세요'를 부르고 있는 브릴란테중창단

 

다음은 브릴란테중창단이 'Love song'과 '아빠 힘내세요'를 들려주는 순서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때, 어린이들이 들려주는 '아빠 힘내세요'란 노래가 어깨가 무거운 가장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Love song'은 세계 최초의 프리틴(freeteen) 그룹 '7공주'의 대표곡인 클래식 '사랑의 인사'를 샘플링한 곡으로 신나고 경쾌한 노래다.

 

충주의 성악가 김윤미가 지도하고 있는 호암어린이합창단과 브릴란테중창단의 노래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충주에 어린이 합창단이 두 개나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 노래공부와 훈련을 열심히 해서 장차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되기를 바란다.


 

*핸드벨을 연주하고 있는 성모학교 핸드벨 연주단

 

이어지는 순서는 충주 성모학교 핸드벨 연주단이 들려주는 '도레미송'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 두 곡의 핸드벨 연주. 이들은 모두 중증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다. 눈은 비록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영혼의 눈으로 소리를 보는 것이 아닐까? 국악관혁악과 핸드벨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이들이 연주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인간은 기원전에 이미 종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기독교인들의 예배의식에 사용된 것은 4세기 경부터라고 한다.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교회에서 예배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종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종의 사용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음악에 핸드벨이 처음 등장한 것은 16,7세기 무렵이다. 한국에서는 1985년에 처음으로 한국 핸드벨 협회(K.H.A)가 생겼다. 지금은 장애인을 위한 악기 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육용 악기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오늘의 출연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Old rang sign'연주하고 있다.

 

오늘의 마지막 순서. 모든 출연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곡목은 이별의 노래 'Old rang sign'. 공연도 모두 끝이 나고.......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2005년도 거의 다 저물어 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05년. 마지막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안고 공연장을 떠나다. 

 

 

2005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