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과학대학과 국립 충주대학교 통합을 축하하는 기념음악회가 충주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날이다. 충주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에 만사 제쳐 두고 음악회를 보러 가기로 한다. 음악회장에 들어서니 객석은 벌써 만원이다. 오늘의 출연진은 이강희 충주대학교 교수가 지휘하는 CJNU Festival Orchestra와 소프라노 김은경, 테너 전인근, 뮤지컬 배우 김소현, 가수 조영남, 그리고 청주시립 남성중창단 등이다.
The Phantom Of The Opera(오페라의 유령)
지휘-이강희 충주대학교 교수
연주-CJNU Festival Orchestra
오프닝 곡은 영국 뮤지컬의 자존심 Andrew Lloyd Webber(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The Phantom Of The Opera(오페라의 유령)'. 지휘봉을 잡은 이강희 교수가 지휘를 시작하자 너무나도 귀에 익은 '오페라의 유령'이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선율을 타고 전해진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 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장기간 오리지널 공연으로 화제에 올랐던 유명한 뮤지컬이다. 12만원이라는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나는 '오페라의 유령'에 매료되었었다. 뮤지컬 배우의 노래가 없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만을 들어도 아주 훌륭한 곡이다. 연주는 역시 현장에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오디오로 듣는 음악은 깔끔하고 매끄러울지는 몰라도 연주실황이 주는 역동적인 생동감은 훨씬 떨어진다.
소프라노 김은경
다음은 소프라노 김은경이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로 시작되는 송길자 작시, 임긍수 작곡의 '겅건너 봄이 오듯'을 불러 주는 순서다. 노래가 시작되자 두 눈을 감은 채 김은경의 매혹적인 목소리에 빠져 든다. 노래를 듣고 있자니 봄이 저만치 와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 노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소프라노 조수미도 부른 바 있다. 공연장이 좁고 오디오시설이 좋지 않아서 김은경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해내지 못 하는 것이 좀 아쉽다.
'강건너 봄이 오듯'이 끝나자 이번에는 L'air Des Bijoux(오페라 'Faust' 중 '보석의 노래'. C.F.Ground 작곡)를 들려 준다. 이 곡은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마그리트가 부르는 아리아(오페라나 칸타타, 오라토리오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기악반주가 딸린 독창곡)다.
이 노래에 해당하는 오페라 '파우스트'의 내용은 이렇다. 마그리트는 실을 자으면서 전설적인 발라드 '툴레의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광장에서 만난 파우스트를 떠올린다. 그 때 그녀는 창가에서 메피스토펠리스가 몰래 갖다 놓은 보석함을 발견하고는 열어볼까 말까 망설인다. 결국 상자를 열어 본 마그리트는 눈부시게 빛나는 값비싼 보석에 넋을 잃는다. 화려한 보석을 몸에 걸치고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황홀함에 취하여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이 노래는 화려한 Coloratura Soprano(콜로라투라 소프라노-높은 음까지 낼 수 있고 대단히 빠른 기교를 과시하는 목소리) 아리아이며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다.
테너 전인근 충주대학교 교수
이어지는 순서는 중견 성악가인 테너 전인근 충주대학교 교수가 들려주는 조영식 작사, 김동진 작곡의 '목련화'.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로 시작되는 이 노래도 너무나 귀에 익은 노래다. 테너 전인근 교수의 성량이 풍부한 목소리에 힘이 느껴진다. '목련화'가 끝나자 이번에는 E.D.Curtis가 작곡한 Tu Ca Nun Chiagne(넌 왜 울지않고)를 들려 준다. '넌 왜 울지않고'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칸초네 작곡가인 쿠르티스가 작곡한 나폴리 민요다.
테너 전인근 교수의 레퍼터리가 끝나고 CJNU Festival Orchestra와 양승돈의 바이올린 협연으로 '고향의 봄'을 들려 준다. 양승돈의 바이올린 독주에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넣는 형식이다. 애절한 바이올린의 선율을 따라서 마음은 어느덧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달려간다. 울타리 밑에는 채송화가 피어나고 순이, 옥이, 철이와 함께 냇가에서 철없이 뛰놀던 그 시절 그 곳으로.....
소프라노 김은경과 테너 전인근
이번에는 소프라노 김은경과 텐너 전인근이 함께 하는 순서다. 곡목은 레오나드번스타인(L. Bernstein)이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의 테마곡인 'Tonight'.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와 시대적 배경을 20 세기 현대의 뉴욕 뒷골목으로 옮긴 브로드웨이 로맨틱 뮤지컬이다. 1958년 뉴욕에서 전설적인 지휘자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감미로운 음악과 현대무용의 거장 제롬 로빈슨의 안무로 초연되었다. 1961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상에서 11개 부문에 이르는 상을 휩쓸기도 했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Tonight'는 'Somewhere', 'Maria' 등과 같은 주제곡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가사를 쓴 사람은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 '투나잇'은 애절한 사랑의 노래다. 이 노래는 웬만한 가수들이라면 다 부른 곡이지만, 오늘 두 남녀 가수가 한 소절씩 부르는 '투나잇'도 정말 좋다.
tonight, tonight
오늘밤, 오늘밤
Won't be just any night
단지 흔한 다른 밤은 아닐 거예요.
Tonight there will be no morning star
오늘밤 아침별이 뜨지 않을 거예요,
Tonight, tonight
오늘밤, 오늘밤.
I'll see my love tonight
나의 사랑하는 님을 오늘밤 볼 거예요.
And for us, stars will stop where they are
그리고 우리를 위해, 별들은 그들이 가는 것을 멈출 거예요.
Today, the minutes seem like hours
오늘 몇 분이 몇 시간 같아 보이고
The hours go so slowly
그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가요.
And still the sky is light
그리고 여전히 하늘에 빛이 남아 있죠.
Oh Moon, grow bright
아! 달님이시여, 빛나주세요.
And make this endless day, endless night
그리고 영원한 날, 영원한 밤을 만들어 주세요.
Tonight, tonight
오늘밤 오늘밤
I'll see my love tonight
나는 나의 사랑하는 님을 오늘밤 볼 거예요.
And for us, stars will stop where they are
그리고 우리들을 위해 별들은 그들이 가는 것을 멈추죠.
Today the minutes seem like hours
오늘은 몇 분이 몇 시간 같아 보이고
The hours go so slowly
그 몇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죠,
And still the sky is light
그리고 여전히 하늘에 빛이 남아 있어요.
Oh moon, grow bright
달님이시여. 빛나 주셔요,
And make the endless day, endless night
그리고 영원한 날, 영원한 밤을 만들어 주세요.
Tonight..!
오늘밤에....
이어지는 순서는 CJNU Festival Orchestra와 최선호(1st Tp), 허성욱(2nd Tp), 강성원(3rd tp) 등 트럼펫 트리오의 협연으로 들려 주는 Leroy Anderson(1908~1975) 작곡의 '나팔수의 휴일(Bugler's Holiday)'. 앤더슨이 작곡한 3~10분 정도의 짧은 곡들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곡이다. 세 개의 트럼펫의 리드로 시작되어 각 트럼펫의 섹션연주를 과시하는 '나팔수의 휴일'은 아주 경쾌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곡이다. 음악에 전혀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이 들어도 저절로 흥이 난다.
뮤지컬배우 김소현
다음은 장래가 촉망되는 뮤지컬배우 김소현의 무대다. 뮤지컬 'Jekyll & Hide(지킬박사와 하이드)' 테마곡 '꿈이 있던 시절(Once upon a dream, F.Wildhorn 작곡)'과 '오페라의 유령' 중에서 'Think Of Me(A.L.Weber 작곡)', 'Crazy For You' 중에서 'I Got Rhythm(G.Gershwin 작곡)'을 차례로 들려 준다. 김소현의 목소리가 감미로우면서도 감정이 풍부하다. 오랜만에 뮤지컬의 환상적인 세계에 푹 빠져 든다. 아! 오늘 정말 너무 행복하다.
청주시립 남성중창단
김소현의 레퍼터리가 끝나고 이어서 청주시립 남성중창단이 'Stein Song(우정의 노래, E.A.Fenstad 작곡)'과 'Funiculi-Funicula(L.Denza 작곡)'를 부르는 순서다. 두 곡 모두 경쾌하고 흥겨운 노래여서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호응한다. 청주에는 시립 남성중창단까지 있다니 부럽기만 하다. 문화의 고장이라고 자처하는 충주에는 겨우 소규모 시립 국악단 하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가수 조영남
어느덧 음악회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가수 조영남이 무대에 오를 순서인데 아직 도착을 못 했단다. 아마 다른 데 출연을 하고 이리로 오는 중일 것이다. 개런티도 오늘 출연진 중에서 가장 비싸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영남이 빠져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잠시 후에 조영남이 무대에 올라 그의 데뷔곡 '딜라일라(Delilah)'와 '화개장터'를 들려 준다. 노래보다는 그의 코믹하면서도 오케스트라와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더 기억에 남는 무대였다. 오늘 음악회에서 조영남은 어딘가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 주는 개런티로 국내 정상급 성악가를 몇 사람 더 초빙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가끔은 파격이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엔딩곡을 연주하는 CJNU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마침내 음악회는 마지막에 이르렀다. CJNU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엔딩곡으로 Louis Clark(루이스 클라크) 작곡의 'Hooked on Classics'를 연주한다. 'Hooked on Classics'는 쉽게 말하자면 명곡 메들리다. 주옥같은 교향곡이나 오페라, 행진곡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만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Hooked on Classics'가 처음 나온 때는 1980년대다. 영국의 지휘자 루이스 클라크가 대중들이 클래식 음악을 보다 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 클래식 명곡들을 메들리로 엮고, 반주도 드럼비트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도록 편곡하였다. 그리하여 자신이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후크드 온 클래식스'라는 음반을 발표하게 된다.
엔딩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앵콜 박수를 치면서 일어설 줄 모른다. 두 번에 걸친 앵콜곡 연주를 마지막으로 오늘 음악회는 모두 막을 내렸다. 음악회장 밖으로 나오자 봄이 저만치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2006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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