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30

참조팝나무 '단정한 사랑'

흰색 바탕에 연분홍색으로 살짝 물든 참조팝나무 꽃을 볼 때마다 참 우아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조팝나무 앞에 '참'이라는 접두사를 그냥 붙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나물, 참취, 참나리, 참당귀, 참마, 참죽나무, 참꽃나무, 참싸리처럼 옛사람들은 품질이 좋아서 쓸모가 있는 식물에는 이름 앞에 '참' 자를 붙이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쓸모가 좀 덜한 식물에는 이름 앞에 '개' 자를 붙여 구분했다. 야생화 애호가들에게도 참조팝나무와 좀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의 구별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이 세 가지 조팝나무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식물분류학자들은 이 세 가지 조팝나무가 같은 종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일본식물지(Flora of Japon 2b, 20..

야생화이야기 2022.11.15

갈퀴망종화 '변치 않는 사랑, 사랑의 슬픔'

24절기(節氣)와 밀접한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있다. 2022년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光陵)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갈퀴망종화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망종화(芒種花)는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인 망종(芒種) 무렵에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종(芒種)'은 '까끄라기 망(芒)'과 '씨 종(種)'이 합해서 된 말이다. 망종은 일 년 중 논보리나 벼 등 씨앗 끝에 수염 같은 까끄라기가 달린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가장 알맞다는 날이다. 2022년도 망종은 6월 6일이었다. 갈퀴망종화는 같은 물레나물속(屬)의 망종화와 비슷한데, 잎이 꼭두서니과의 갈퀴덩굴을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 갈퀴망종화는 물레나물목 물레나물과 물레나물속의 작은 떨기나무(小灌木)이다. 학명은 히페리쿰 갈리오이데스 ..

야생화이야기 2022.11.12

물싸리 '생각이 나요'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國立樹木園)을 찾았다. 국립수목원에 따로 조성된 관목원(灌木園)에서 노란색 꽃이 피어 있는 물싸리를 만났다. 식물 이름의 앞에 '물'이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물기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는 의미가 있다. 물싸리는 물을 좋아하고, 잎이 콩과 식물인 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싸리는 장미목 장미과 양지꽃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물싸리의 학명은 포텐틸라 프루티코사 바. 리기다 (월.) 테오도어 볼프[Potentilla fruticosa var. rigida (Wall.) Th.Wolf]이다. 속명 '포텐틸라(Potentilla)'는 '강력한(being powerful)의 뜻을 가진 라틴어 '포텐트(..

야생화이야기 2022.11.11

꿀풀 '추억(追憶)'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꿀풀에 대한 추억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초여름 산으로 들로 다니다가 꿀풀 통꽃을 뽑아서 그 끝을 빨면 달콤한 꿀이 쏘옥 빨려나온다. 꿀풀이라는 이름도 '꽃에 꿀이 많은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19세기에는 꿀풀을 꿀꽃이라고 했다. 꿀풀은 꽃에 꿀이 많다 보니 벌과 나비들이 많이 찾는다. 꿀풀은 여름에 꽃이 지면 갈색으로 변하여 언뜻 시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꿀풀을 하고초(夏枯草) 또는 유월건(六月乾)이라고 한다. 꽃이삭이 보리의 이삭을 닮았다고 해서 맥수하고초(麥穗夏枯草)라고도 한다. 본초학(本草學)에서 꿀풀의 꽃이삭(花穗) 또는 열매 이삭(果穗) 말린 것을 하고초라고 하며 한약재로 쓴다. 이처럼 꿀풀은 벌과 나비 같은 곤충들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야생화이야기 2022.11.08

조선흑삼릉(朝鮮黑三稜)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연못과 습지에 조성한 수생식물원에서 조선흑삼릉(朝鮮黑三稜)을 만났다. 흑삼릉(黑三稜)은 뿌리줄기가 검은색(黑)을 띠고, 잎에는 세 개의 모서리(三稜)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조선(朝鮮)이란 접두어가 붙은 것은 자생종이라는 뜻이다. 조선흑삼릉은 부들목 흑삼릉과 흑삼릉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파르가니움 코리아눔 엑토르 레베이예(Sparganium coreanum H.Lév.)이다. 속명 '스파르가니움(Sparganium)'은 '버-리드(bur-reed, 흑삼릉속 식물의 총칭)'의 뜻을 가진 라틴어 '스파르가니온(sparganion)'에서 유래했다. '스파르가니온(sparganion)'은 '스와들링 밴드(swaddling band,..

야생화이야기 2022.11.02

삼백초(三白草) '행복의 열쇠, 가련'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연못에 마련된 수생식물원 한쪽에는 삼백초(三白草)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이제 막 흰 꽃송이를 피워 올린 삼백초도 있었다. 삼백초는 뿌리와 잎, 꽃이 흰색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백초의 꽃과 뿌리는 원래 흰색이고 잎은 녹색인데, 윗부분에 달린 2~3개의 잎이 흰색으로 변한다. 삼백초는 이뇨작용(利尿作用, diuretic effect)을 통해 습(濕)과 열독(熱毒)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사람에게도 이로운 식물이다. 민간에서는 삼백초가 천연 항암제(抗癌劑)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약초든지 속설에 대한 맹신(盲信)은 절대 금물이다. 민간에서 흔히 말하는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 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삼백초는..

야생화이야기 2022.11.01

꽃창포 '우아한 마음, 좋은 소식'

정원이 있는 집에서는 대부분 꽃창포를 한두 포기쯤은 볼 수 있다. 꽃창포는 잎이 시원하게 쭉쭉 벋고, 보라색으로 피는 꽃도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원예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꽃창포를 들꽃창포, 창포붓꽃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우아한 마음, 좋은 소식'이다. 꽃창포는 잎이 창포와 비슷하게 생겨서 '꽃이 피는 창포'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꽃창포는 창포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꽃창포는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 창포는 천남성과 창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창포는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생몰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등재된 학명은 아이리스 엔사타 바. 스폰타네아 (마키노) 나카이[Iris ensata var. spontanea (Makino) Nakai]이다. 속명 '아이리스..

야생화이야기 2022.10.29

별수국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때마침 하늘색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별수국을 만났다. 별수국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이나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별수국의 학명도 'Hydrangea macrophylla', 'Hydrangea serrata for. Fertilis' 등 사람마다 달랐다. 여러 문헌을 비교 대조한 결과 별수국은 히드랑게아 마크로필라 '댄스 파티'(Hydrangea macrophylla 'Dance party')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2022. 10. 27. 林 山

야생화이야기 2022.10.27

용머리/흰용머리 '승천(昇天)'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에는 때마침 용머리와 흰용머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용머리는 자주색, 흰용머리는 흰색 꽃이 핀다. 흰용머리는 흰색 꽃이이 피는 용머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용머리는 꽃이 상상 속의 동물 용(龍)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화(民畵)에 나오는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 용머리 꽃은 같은 꿀풀과의 벌깨덩굴 꽃과도 많이 닮았다. 용머리는 통화식물목 꿀풀과 용머리속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드라코세팔룸 아르구넨스 피셔. 엑스 링크(Dracocephalum argunense Fisch. ex Link)이다. 속명 '드라코세팔룸(Dracocephalum)'은 '용(龍)'을 뜻하는 그리스..

야생화이야기 2022.10.26

정향풀(丁字草) '첫사랑'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정문을 지나자마자 작고 흰색 꽃이 피어 있는 정향풀(丁字草)을 만났다. 청초하고 가녀린 인상을 주는 꽃이었다. 정향풀은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자생지 보호와 개체수 증식을 위해 2018년 1월 10일 정향풀을 멸종위기 2급 야생식물로 지정하였다. 정향풀은 용담목 협죽도과 정향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핀 모양을 옆에서 보면 정자(丁字)와 비슷하고, 향료로 유명한 정향나무(丁子)를 닮았기 때문에 정향풀이란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암소니아 엘립티카 (툰베리.) 뢰머 앤 슐테스[Amsonia elliptica (Thunb.) Roem. & Schult.]이다. 속명 '암소니아(Amsonia)'는 18세기 미국 버지..

야생화이야기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