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5일 광복 65주년을 맞아 충주시 이류면 장성리 성종 마을회관에서 실사구시사회봉사단의 봉사활동이 펼쳐졌다. 나는 충청북도의회 윤성옥 의원의 권유로 실사구시봉사단에 가입하고 나서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지라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나는 한방 진료를 부탁받았다.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센터 사랑의 이동 클리닉 차량
성종 마을회관에는 윤성옥 의원이 먼저 나와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윤성옥 의원, 성마루미술관 조태남 관장, 성종마을 이장과 반갑게 수인사를 나눈 뒤 가운으로 갈아입고 한방진료 준비를 마쳤다.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센터 '사랑의 이동 클리닉' 차량 두 대가 먼저 와 회관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정자 주위로 대형 텐트 두 동을 설치하자 실사구시봉사단 정승우 상임대표를 선두로 전국각지에서 많은 회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마을회관에는 이미 지역주민들이 자리를 잡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 버스 두 대가 마당에 서더니 충주와 음성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기족들을 내려놓았다. 지역주민과 다문화가정을 합치면 어림짐작에도 100여명은 족히 될 것 같았다.
성마루미술관에는 마침 '2010 생태환경을 위한 미술전-이재민 제10회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재민 작가와는 잘 아는 사이라 8월 7일에 열렸던 오프닝에서 필자는 '생태환경을 위한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봉사단 회원들과 다문화가정 가족들은 전시회를 관람하고 나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성마루미술관으로 들어가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했다.
성마루미술관에 임시로 마련된 식당
전시회 관람을 마친 사람들은 미술관 한켠에 임시로 마련된 식당으로 내려와 식사를 했다. 점심 메뉴는 얼큰한 육개장이었다. 사람들이 워낙 많은지라 자리가 나는 대로 앉아서 먹어야 할 판이었다. 뜸이 덜 들었는지 밥알이 굴러다녔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접수를 기다리는 사람들
점심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진료에 들어갔다. 후덕한 인상의 김관석 공동대표가 함께 잘해보자는 따뜻한 말로 격려를 해주었다. 김 공동대표는 양방 진료를 맡았다. 고교 후배인 이동열 충주시 치과의사회장이 치과 진료를 지원해준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한방 진료를 하고 있는 필자
마을회관 안에 차려진 한방 진료소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한방 진료 도우미는 두 명의 봉사단 여성회원이었다.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두 사람 다 광주에서 왔다고 했다.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방 진료가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이야!
베드가 없으니 방바닥에 눕거나 엎드려서 침 시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베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대신해야 할 판이었다. 다음 봉사활동을 나갈 때는 한의사를 한두 명 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문화가족과 포즈를 취한 윤성옥 의원(가운데), 임종걸 작은사랑실천운동연합 이사장(뒤), 이태성 박사(뒤옆)
실사구시봉사단의 충주 봉사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준비하느라 윤성옥 의원과 조태남 성마루미술관장이 많은 수고를 했다. 임종걸 작은사랑실천운동연합 이사장 등 충주 서로돕기회원들도 허드렛일을 도맡아서 뒷바라지를 많이 했다. 필자는 그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하나 달랑 올려놓았을 뿐이었다.
한방 진료를 받으러 온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모국은 대개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이었다. 몽고에서 온 여성도 한 사람 있었다. 지역주민들도 한 방 진료실을 꽤 많이 찾아 왔다. 봉사단원 몇 사람도 진료를 받았다. 한방 진료를 받은 사람들 대부분 만족해 했다.
사람들이 만족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필자도 많은 보람을 느꼈다. 의자는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고쳐주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법이다. 자고로 봉사는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또 목적성도 없이 오로지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마음속 깊이 깨달았다.
실사구시봉사단의 강강술래
의료 봉사와 이미용 봉사, 청소 봉사를 마치고 오후 4시부터 성마루미술관 앞에 설치된 가설무대에서 섹소폰 연주와 노래, 판소리와 민요, 전통춤 공연이 이어졌다.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어 한바탕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정말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실사구시봉사단 회원들 전원이 손에 손잡고 미술관 마당을 돌면서 강강술래를 하였다.
정승우 상임대표와 함께
미술관을 배경으로 경기도 전 행정부지사로 온후한 덕장의 풍모를 가진 정승우 상임대표와 기념촬영을 했다. 사실 필자는 제주도에 가서 봉사 예정일 바로 전날에야 충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8월 12~13일 이틀에 걸쳐 멋모르고 반팔 반바지를 입은 채 한라산을 두 번 연거푸 오르내렸더니 얼굴과 목뒤, 팔, 종아리가 사정없이 빨갛게 익어버렸던 것이다. 이제 뱀처럼 허물을 벗을 일만 남았다.
김관석 공동대표와 함께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학박사인 김관석 공동대표와도 기념촬영을 했다. 다정스레 잡아주는 김 공동대표의 손에서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마음이 참 넓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를 소개하는 김관석 공동대표
저녁식사 후 회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윤성옥 의원과 함께 실사구시봉사단 충북공동대표로 선출되었다. 충북공동대표로서 어깨가 무겁지만 실사구시봉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리라 결심했다. 예전에 공수특전부대 장교로 복무하던 정신으로 임하면 그 무엇인들 못하랴! 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바로 1기수 후배 장교는 나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지 않았던가!
김관석 공동대표는 의료봉사에 참여한 의료인들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필자를 앞으로 불러내 격려해 주었다. 마지막까지 필자를 챙겨주려는 모습에서 필자는 많은 감동을 받았다.
시간이 늦어 회원들 각자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먼 길을 떠나는 회원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한 번 헤어짐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다음에 더 큰 만남을 위해서가 아니던가!
마음을 비우고 더 낮은 자세로 봉사에 임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하루였다.
2010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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